‘부부의 세계’ 이학주 “악역 박인규, 우스워 보일까봐 걱정+덜덜 떨었죠” [인터뷰]
입력 2020. 05.28. 16:38:30
[더셀럽 김지영 기자] 화제의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대부분의 캐릭터들이 시청자에게 욕을 들었겠지만, 박인규는 보다 더 강렬했다. 지선우와 이태오를 자극시키고, 여자친구인 민현서에게 폭행을 가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마라 맛’이었던 ‘부부의 세계’가 좀 더 자극적이게 표현될 수 있었던 요인엔 배우 이학주의 공이 상당했다.

2012년 영화 ‘밥덩이’로 크고 작은 역을 거쳐 tvN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JTBC ‘멜로가 체질’로 악역, 나쁜 남자의 성향을 표현했던 이학주는 ‘부부의 세계’로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는 사랑이라고 믿었던 부부의 연이 배신으로 끊어지면서 소용돌이에 빠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학주는 민현서(심은우)의 남자친구 박인규로 분했다. 박인규는 민현서가 지선우에게 대가를 받으면서 도와주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뒤부터 지선우를 자극했고, 결국 지선우에 의해 수감생활을 하게 되자 출소 후 앙갚음을 위해 이태오(박해준)에게 붙었다. 이태오에게 거액의 돈을 받고, 그 이상을 요구하면서 이태오를 분노하게 만들었으며 그의 요구로 지선우에게 폭행을 가하고 협박을 하는 등 이태오와 지선우 사이에서 두 인물 모두를 자극시켰다.

박인규는 만만치 않은 상대인 지선우, 이태오 모두에게 한 순간도 지지 않고 이들을 위협했다. 지선우를 궁지에 몰아넣어 협박을 하고 온전치 않은 눈빛으로 공포감을 불러일으키기도. 눈빛과 분위기로 극의 긴장감을 높이는 김희애, 박해준 사이에서 이학주는 단 한 순간도 억눌리는 법이 없었다.

걱정과 부담이라고는 하나도 없을 것 같았던 그의 연기에 네티즌의 극찬이 이어졌다. 못된 캐릭터를 사실적으로 표현해내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는 드라마에 몰입한 리뷰 영상에 거침없는 욕을 쏟아내기도. 그러나 최근 더셀럽과 만난 이학주는 부담감이 상당했다고 털어놨다.

“작품을 하기 전에 부담이 컸었다. 선배님들이랑 하는 것이고 영화에서도 그렇지만 만날 때마다 늘 두려웠고 그걸 과연 해낼 수 있을까, 못 해냈을 때 현장에서 만회를 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었다. 아무래도 센 것은 정확하게 표현을 해줘야하지 않나. 그런 게 부담스러울 수도 있고. 목표점이 있으니까 이걸 못 찾으면 실패가 정확하니까. 걱정이 많았다.”

박인규 캐릭터가 악역임이 확실하고, 이를 정확하게 표현해내야 했다. 살기를 띈 눈빛, 대선배 김희애 앞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존재감 등이 필요했다. 이학주는 박인규가 악역스럽게 보이지 않을까봐 우려했고 두려워했다.

“악역인데 악역처럼 보이지 않고 우스워 보일까봐 걱정했다. 선배님들을 무섭게 만들어야하는데 60%는 실패할 거란 생각이 있었다. 무섭지 않으면 박인규가 나오는 의미가 사라지지 않나. 그게 두려웠었다. 내가 내 악인 연기를 보니까 우습더라. 웃기지 않나. 혼자 무서운 표정을 준비하면서 보니까 ‘망했다’싶었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멜로가 체질’ 등에서 악역을 맡은 적이 있으나 이번 박인규는 스케일이 달랐다. 특히나 캐릭터에 공감하고 몰입을 해야 표현이 가능하나, 이학주는 박인규를 이해할 수 없어 더욱 어려움을 느꼈다. 결국 다른 방법을 떠올렸다.

“악인이라는 캐릭터를 잊어버리고 동물을 상상하면서 했다. 사자가 되기엔 힘든 하이에나를 생각했다. 굶주려있는 동물인데 먹잇감을 발견했다는 그런 생각으로 풀어나갔다. 공감하기가 힘드니까 동물을 떠올린 것이다. 이성을 다 지워버리면 기분이나 기운만 남는다. 그렇다고 이성이 없이 한 것은 아니지만 그런 느낌을 가지려고 했다.”

김희애와 대치하는 장면이 상당히 많았던 이학주는 촬영을 하기 전마다 심한 떨림을 느꼈었다고 털어놨다. 마음속으론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촬영에 들어갔다고도 덧붙였다.

“촬영 전 마다 덜덜 떨고 있었다. 아마 박인규의 입장에서 지선우와 이태오는 ‘위선으로 가득 찬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을 듯 했다. 그래서 저도 그런 마음을 가지려고 했다. 그래서 ‘너네한텐 그래도 돼. 너네 많이 가졌잖아’하는 마음으로 연기를 했었다. 그런 마인드 컨트롤이 잘 통했던 것 같다. 김희애 선배님은 제가 떠는 것을 캐치하지는 못하셨던 것 같은데, 저를 위해서 많이 기다려주셨다. 박해준 선배님은 박인규가 더 강인하게 나오도록 신을 만들어주시기도 했다.”



여자친구인 민현서를 의심하고 폭행하는 박인규와 그런 그를 떠나지 못하는 민현서. 이들의 전사는 극에서 드러나지 않고 민현서의 대사로 이들의 관계를 짐작케 한다. 민현서는 지선우에게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지금 좀 안 좋아서”라고 박인규를 두둔을 하거나 “저 없으면 안 된다”고 걱정을 하고, 박인규와 완전히 끝낸 후 “사람을 바꿀 수 있을 줄 알았다”라고 털어놓는다.

“박인규와 민현서의 전사는 민현서의 대사에서 생각을 했었다. 현서의 말이 사실이라고 생각하고 연기를 했다. 어떤 큰 사건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뭐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었지만 사건이 있었고 박인규라는 사람의 근간을 무너트리는 일이었던 것이다. 많은 선택들이 있었는데 잘못된 선을 넘어가게 되고 현서와의 사랑도 가치관이 잘못 잡힌 것이다. 그때부터 잘못 잡혀서 이어오게 돼 사람이 망가졌고. 그러고 나선 현서는 자신이 고쳐놓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옆에 있었던 것 같았다.”

민현서에게 폭행을 하면서도 기어코 옆에 있으려던 박인규는 출소하고 나서도 민현서를 찾아낸다. 극심한 공포심을 느낀 민현서는 박인규 몰래 도망을 가려다 붙잡히고 결국 속마음을 고백한다.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고. 뒤늦게 민현서의 속마음을 듣게 된 박인규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현서에게 싫다고 정확하게 듣는 순간 박인규가 지지하던 지지대가 없어졌고 쌓아놨던 게 무너져서 자살까지 이어진 것이다. 박인규가 죽어서 민현서에게 평생 죽음으로 각인된다는 게 안타깝고 민현서가 고산을 떠나더라도 잘 살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까지 민현서를 박인규가 괴롭힌 셈이다. 나중을 생각해보니 현서가 너무 안됐더라.”

이학주는 박인규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까지 여러 난관에 부딪혔다. 마지막 옥상신은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까지 감정이 생기지 않았고 몰입에 어려움을 느꼈다. 이학주는 자신의 앞에서 완전히 민현서로 변신한 심은우의 표정을 보고, 지선우의 탓이라고 마인드컨드롤을 하자 없던 감정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이상하게 옥상 신에서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더 긴장이 됐다. 감독님이 오셔서 ‘긴장 안 해도 된다. 할 수 있는 만큼만 해도 된다’고 하셨다. 그래도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막상 들어갔는데 심은우 씨가 앞에서 연기를 했고 또 표정들을 보고 하는데 이상하게 감정이 생기더라. 그리고 그 액션이 들어가기 전에 지선우에 대해서 계속 욕을 했다. 박인규는 이게 다 지선우 때문이라고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렇게 하다보니까 감정이 올라오더라. 신기한 경험이었다. 굉장히. 심은우 배우가 문을 닫고 가는데 그때 뭔가 무너져 내리는 느낌을 받고 진짜처럼 좌절했다. 그런 신기한 경험을 했다.”

다양한 가정, 여러 부부들의 세계를 보여준 이번 작품에서 이학주는 불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고 밝혔다. 막연하게 나쁘다는 것을 넘어서 여러 인물들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것을 보고 많은 부분을 느꼈다.

“예전에는 그냥 막연하게 ‘참 나쁘다’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누구나 다 그렇게 생각할 거라고 본다. 드라마를 보면서 불륜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지를 알게 됐다. 그들의 세계가 다 무너져 내리는 것이 아닌가. 어떤 남자, 여자의 세계가 무너지고 아들의 세계도 무너지고. 여다경(한소희)의 세계도 무너지고 부모님도 무너지고. 이게 그냥 단순하게 그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

이학주는 일찌감치 차기작을 확정, 지난 25일부터 새로운 모습으로 시청자와 만나고 있다. 그는 이번 ‘부부의 세계’를 만난 것을 행복이라고 말하며 다시 만나고 싶은 작품, 못 만나도 앞으로 꾸준하게 열심히 하겠다는 열의를 드러냈다.

“이런 드라마를 만난 것은 다시 없을 수도 있고 한 번 더 오면 감사한 것이고 더 많이 오면 축복받은 배우 인생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냥 너무 좋았던 기억 정도인 것 같다. 그 이후에도 저는 그냥 열심히 할 뿐인 것이고 그런 기회가 오면 좋은 것이지만 또 그런 기회가 왔으면 한다.”



[더셀럽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SM C&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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