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효X김무열 ‘침입자’, 익숙한 듯 새로운 스릴러… 호불호 갈릴 결말 [씨네리뷰]
입력 2020. 06.04. 15:23:55
[더셀럽 김지영 기자] ‘편안하고 안락함을 느끼는 집에 낯선 가족이 들어온다면?’ 피를 나눈 가족이 오히려 나에겐 침입자가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영화 ‘침입자’에서 이야기한다. ‘침입자’의 손원평 감독은 관객에겐 익숙한 듯 새로운 스릴러로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진정한 가족의 의미와 가족은 어떻게 구성되는가.”

사랑하던 아내를 눈앞에서 교통사고로 잃은 서진(김무열)은 신경쇠약증에 시달리고 있다. 아내를 보란 듯이 치고 지나간 뺑소니범의 차량번호를 떠올리기 위해 여러 차례 최면치료를 시도하지만 새롭게 찾아지는 것은 없다.

진범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되다 보니, 어린 딸 예나(박민하)를 살필 여력이 부족한 것은 당연하다. 어렸을 적 동생 유진(송지효)을 잃어버리고 유진이 다시 돌아오면 함께 살기 위해 지었다는 부모님 집은 우중충하고 어딘가 모르게 쳐져 있는 분위기다.

그러던 중, 자신이 유진이라고 주장하는 여성이 나타났다. 유전자 검사 결과도 가족과 일치하며 떨어져 지낸 세월 동안 못한 효도를 하겠다는 유진은 부모님인 윤희(예수정), 성철(최상훈)의 손과 발이 된다. 줄곧 어두웠던 분위기의 집은 유진의 등장으로 활기를 되찾지만 서진은 왠지 모르게 유진에 대한 의심을 거둘 수 없다.



‘침입자’는 베스트셀러 소설 ‘아몬드’의 저자 손원평 작가의 첫 연출작이다. 그는 ‘기대와 달리 다른 아이가 돌아온다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그 낯선 존재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하는 질문에서 이번 영화를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의 궁금증에서 시작한 ‘침입자’는 집으로 돌아온 가족으로 인해 일상과 관계에 균열이 생기는 과정들을 세밀하게 그려냈다.

특히 유진의 존재를 부정하고 끊임없이 의심하는 서진의 시선을 통해 관객은 서진이 의심하고 있는 것이 옳은지, 서진의 의심이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를 확인하고 추리할 수 있도록 연출했다. 극이 후반부에 들어서면 서진의 심리가 온전치 않다는 것, 이로 인해 그간 쌓아온 의심의 전개들이 무너질 수도 있겠다는 의구심이 들도록 연출해 영화에 더욱 빠지게 만든다.

더 나아가 영화의 호불호로 나뉠 수 있는 작품 속 사건의 시발점은 대중적인 소재,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님은 분명하다. 그러나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지켜봐 온 국민이라면, 충분히 이해 가능한 소재로 받아들여진다. 더군다나 평온한 일상을 깨는 낯선 사람의 등장, 이로 인한 가족의 균열, 관계의 무너짐 등의 영화의 핵심 줄거리는 김무열의 전작 ‘기억의 밤’을 비롯해 다양한 작품에서 다뤄져 왔다. 기존 작품들 사이에서 ‘침입자’의 예상 밖 결말은 분명한 차별점으로 보인다.

그러나 베일에 가려져 있는 유진의 서사, 이를 자연스럽게 풀어주고 관객을 이해시키려 하는 데서 온 친절한 연출은 꽉 조여있던 긴장감을 느슨하게 만들어 아쉬움을 남긴다. 더군다나 극 말미에 드러나는 유진이 몸담고 있었던 곳의 정체와 서진의 주변 인물들의 관계, 최면이라는 소재로 사람을 현혹하는 극적 연출은 억지스러운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럼에도 그간 예능프로그램과 밝은 작품들로 대중과 만났던 송지효는 ‘여고괴담3’ ‘썸’ 이후 오랜만에 서슬 퍼런 모습으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음을 보여준다. 서진과 대치할 때 이마에 도드라지는 핏줄, 본성을 드러내고 난 뒤 보여주는 눈빛, 애원이 담긴 순간 등 핏줄과 눈빛 하나까지도 ‘열일’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이제는 ‘스릴러의 장인’ 수식어를 얻게 된 김무열도 할 몫을 톡톡히 해냈다. 신경쇠약증에 시달리며 가족들을 의심하는 눈빛,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 가족들로 인해 무너지는 심경, 부성애 등 대부분의 장면에서 폭발하는 연기력을 확인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두 차례 개봉을 연기해 드디어 관객과 만나는 ‘침입자’는 전국 극장에서 관람할 수 있다. 15세 관람가.

[더셀럽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영화 '침입자' 포스터,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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