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상반기 결산⑥] 방송가, 기존 틀을 깨다…12부작→숏폼 예능
입력 2020. 06.29. 07:00:00
[더셀럽 박수정 기자] 2020년 상반기 방송가는 한 마디로 격동기다. 코로나19 장기화와 재확산 위기 속 방송가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고, 적자 늪에 빠진 지상파 3사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고 붕괴 위기에 처했다. 방송가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흐름과 트렌드에 맞춰 철옹성 같았던 기존의 틀을 과감히 깨고 있는 중이다.

방송통신위원회 제공



◆ '적자 늪' 지상파, 코로나19로 붕괴 위기까지

계속되는 '적자 행진'으로 깊은 수렁에 빠진 지상파 3사는 올해 상반기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붕괴 위기까지 직면했다.

23일 방송통신위원회가 공표한 '2019년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에 따르면 지상파는 영업적자 2140억원을 기록, 2017년에부터 3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지난해 지상파 광고 매출은 2008억원 감소한 1조999억원(SBS 3136억원, KBS 2548억원, MBC 2318억원)이다. 지난해는 KBS, MBC 같은 경우 누적 적자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해이기도 하다.

코로나19로 인해 광고 매출은 더욱 급락했고, 지상파는 한계에 부딪혔다. 결국 KBS·MBC·SBS 지상파 3사는 지난 4월 정부의 긴급 정책 지원을 촉구하는 방송협회 공동 성명서를 채택했다.

방송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지상파 방송사는 이번 사태로 한계상황에 다다랐고 일촉즉발의 붕괴위기에 봉착했다"며 지상파 방송사 위기의 심각성을 호소했다. 이어 "지상파방송 중간광고의 즉각적인 시행과 방송통신발전기금 징수액의 한시적 50% 경감 조치 등 현실적으로 효과가 있는 긴급 정책 지원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 지상파 3사의 편성 실험은 계속 ing

경영난으로 수렁에 빠진 지상파 3사는 제작비를 감축하는 데 애썼다. 이 과정에서 드라마 제작에 제동이 걸렸고, 지난해 지상파 3사는 월화극 편성을 중단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그 빈자리는 자연스레 드라마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작비를 절감할 수 있는 예능, 교양 프로그램들로 채워졌다.

올해 처음으로 월화극을 재개한 방송사는 SBS다. 지난해 말 SBS는 'VIP'를 시작으로 올해 1월부터 '낭만닥터 김사부2'로 월화극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현재 SBS는 금토극에 무게를 실고 있으며, 수목드라마 대신 10시대에 예능 '트롯신이 떴다', '맛남의 광장'을 편성, 장르적 차별화 전략을 시도하고 있는 중이다.

지상파 3사 중 가장 먼저 월화드라마를 잠정 중단했던 MBC는 올해 3월 6개월 만에 월화극을 재개했다. KBS는 지난 4월 4부작인 '계약우정'을 시작으로 월화극 재개를 알렸다.

편성 실험도 계속됐다. MBC는 지난해부터 밤 9시 드라마를 고수하다, 지난달 월화극 '저녁 같이 드실래요'를 오후 9시 30분부터 방송하기 시작한 데 이어 수목극 역시 같은 시간대로 옮긴다.

SBS는 '낭만닥터 김사부2'부터 기존 지상파 드라마 시간대보다 20분 이른 9시 40분으로 이동했다. 기존 10시 시간대를 유지해온 KBS는 7월 1일부터 새 수목극 '출사표', 새 월화극 '그놈이 그놈이다'의 방송 시간을 기존보다 30분 당긴 오후 9시 30분으로 옮긴다.

하반기부터 지상파 3사가 다시 오후 9시 30분으로 드라마 시간대를 통일한다. 이에 따라 지상파 3사는 tvN, JTBC와 다시 콘텐츠 무한경쟁에 돌입할 전망이다.

방송 관계자는 "그간 드라마 시간대가 제 각각이다보니 시청자들의 혼란이 컸다. 사실상 시청률 경쟁도 무의미했다. 다시 동시간대 편성된 드라마가 많아짐에 따라 콘텐츠 싸움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며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질 높은 콘텐츠 제작에 공격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 대세는 12부작? 기본 형식을 깬 드라마

올해 상반기에는 16부작, 20부작이라는 기존 시스템에서 벗어난 12부작, 10부작, 8부작 등 12부작 미만의 드라마 제작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이는 넷플릭스, 티빙 등 OTT(모바일 동영상서비스)의 유행에 따라 달라진 시청 패턴 변화를 반영한 시도다.

MBC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MBC '꼰대인턴', JTBC '야식남녀', JTBC '쌍갑포차', OCN '번외수사' 등 다수의 작품이 12부작으로 제작됐다. 그 중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같은 경우에는 주 1회라는 파격 편성에 기획단계부터 시즌제를 준비, 한국형 시즌제 드라마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을 받았다.

김헌식 평론가는 "앞으로 기본 형식을 깨는 드라마들이 더 많이 나올 거다. 제작사, 방송국들이 그 흐름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글로벌 트렌드를 잘 읽어야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 언택트 시대, '집콕족'을 잡아라

코로나19 발생 이후 언택트 문화가 확산하면서 '쿡방'(요리하는 방송)도 기존의 틀을 깨기 시작했다. 언택트 시대 맞춤형 '쿡방'으로 주목받고 있는 MBC '백파더'와 Olive '집쿡라이브'다.

두 프로그램은 TV와 온라인으로 생방송을 진행, 기존 쿡방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로 차별화를 뒀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론칭돼 더욱 화제를 모았다. 첫 생방송 이후 다소 반응이 엇갈렸으나, 새로운 방향의 예능 형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업계에서 눈 여겨보고 있는 콘텐츠다.

방송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집콕족'을 타깃으로 한 콘텐츠들이 많이 제작되고 있다. 언택트 시대에 시청자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는 TV 라이브 방송 역시 '집콕족'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향후 언택트 맞춤형 콘텐츠들이 계속 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 모바일 시대, 5분도 OK '숏폼' 예능

마치 과자를 먹듯 짧은 시간 쉽게 소비하는 콘텐츠, 이른바 '스낵컬쳐(Snack Culture)' 유행과 함께 예능계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기존 예능의 문법을 탈피한 숏폼(Short-Form) 예능이 대표적인 예다.

숏폼 예능의 중심에는 '예능계의 마이다스 손'으로 불리는 나영석 PD가 있었다. 나PD는 올해 1월 각기 다른 소재의 6개의 숏폼(short-form) 코너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된 예능프로그램 tvN '금요일 금요일 밤에'를 선보였다.

5분 편성 '숏폼' 예능도 꾸준히 내놨다. 지난해 '신서유기 외전: 삼시세끼-아이슬란드 간 세끼'에 이어 올해 '라끼남' '마포 멋쟁이' '삼시네세끼'까지 나영석표 숏폼 예능이 안방극장을 찾았다.
CJ ENM 음악채널 Mnet도 지난 3월 래퍼 자이언티와 함께한 숏폿 예능 '곡FARM'을 내놓았는데 러닝타임은 15분으로, 유튜브에서 동시 공개했다. '맛있는 녀석들'의 '오늘부터 운동뚱', JTBC '뭉쳐야 찬다'의 '감독님이 보고 계셔 오싹한 과외' 등 인기 예능들의 외전이 유튜브에서 숏폼 콘텐츠로 제작되기도 했다.

[더셀럽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방송통신위원회, tvN, MBC, JT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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