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신혜 “‘#살아있다’와 별반 다르지 않은 현재, 힘 얻으셨으면” [인터뷰]
입력 2020. 07.03. 08:00:00
[더셀럽 김지영 기자] 영화의 중반부를 넘어서 등장하지만, 강렬한 임팩트를 선사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침체기에 들어선 극장가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영화 ‘#살아있다’ 속 박신혜가 여전사의 면모로 관객과 만났다.

최근 개봉해 누적관객 수 120만 명을 돌파한 ‘#살아있다’는 원인불명 증세의 사람들이 공격을 시작하며 통제 불능에 빠진 가운데, 데이터, 와이파이, 문자, 전화 모든 것이 끊긴 채 홀로 아파트에 고립된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생존 스릴러. 박신혜는 극 중 오준우(유아인)가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될 때 등장해 생존의 의지를 불어넣는 김유빈으로 분했다.

유아인이 ‘#살아있다’의 초중반을 힘있게 이끌고 간다면, 박신혜는 중반부터 유아인과 힘차게 달려나간다. 계획성 없이 삶을 연명하던 준우와 달리 유빈은 집에 요새를 짓고 물도 계획적으로 나눠 마시며 정체불명의 병에 걸린 사람들에겐 눈 감고 과감하게 행동하는 스타일이다.

박신혜는 자신의 등장이 극 중반부를 넘어서 모습을 비출지라도 ‘#살아있다’에 굉장한 매력에 빠졌다. 기존의 좀비물들과의 차별성, 알 수 없는 감염병의 시작, 개인의 갈등, 아파트라는 현대식 공간에서 느끼는 공포감이 ‘#살아있다’만의 강점이 됐고 출연을 결정하게 됐다. 유빈이 늦게 등장하는 것과 관련한 부담 혹은 걱정은 크지 않았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도 과연 이걸 해내는 힘을 가진 배우는 누구일지 생각했다. 유아인 씨가 하신다고 하셔서 정말 기대가 많이 됐었다. 대신 40분 동안 준우가 이끌어온 상황에서 유빈이 늦게 등장하면 어색하지 않을까, 촬영을 따로 찍어서 배우들 간의 호흡이나 템포가 맞지 않아서 어색해 보이면 어떡할지 고민을 살짝 했다. 다행히 유아인 씨의 촬영 현장 편집본을 보면서 분위기를 익혀 도움이 됐다. ‘콜’을 먼저 찍었는데 이 작품도 따로 촬영하고 맞추는 식이라 이 경험 덕분에 어려움이 덜했다.”

무엇보다도 ‘#살아있다’의 출연 결정은 시나리오에 재미를 느껴서였다. ‘콜’을 촬영하고 있던 시기에 받은 시나리오는 박신혜의 흥미를 자극했고, 이 작품을 통해서 강한 의미를 전달하는 것보다는 관객과 함께 즐기고 싶은 마음이 컸다. 영화의 의미는 촬영을 하면서 깨달았다고 밝혔다.

“준우와 유빈이 짧은 대화를 하면서 서로를 알아가지 않나. 외롭고 떨어져 있고 고립돼 있지만 준우가 유빈을 만나서 세상을 찾듯이 유빈 또한 준우를 만나서 세상을 찾은 것이다. 유빈은 이성적, 계획적으로 살다가 준우를 만났고 준우는 그에게 영향을 끼친 사람이다. 위험한 상황에서 구해주기도 하고. 우리의 삶과도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영화를 찍고 나서 들었다.”



유빈은 극 중반부가 지나고 나서야 등장해 전사는 설명되지 않는다. 집에 캠핑용품과 산악 용품이 많은 것으로 비추어봤을 때 등산을 취미로 하는 혼자 사는 직장인으로만 짐작할 수밖에 없었다. 등산과 암벽등반을 즐겨 하기에 대담함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캐릭터 특성이었다. 박신혜는 유빈의 여전사 같은 면모가 대단하다고 느꼈다.

“본인이 처한 상황을 받아들이고 어떻게 보면 유빈 또한 죽으려고 시도했던 인물이다. 결국에는 죽지 못하고 본인이 놓여있는, 처한 상황을 이성적으로 본다. 요새를 만들고 부비트랩을 만드는 모습에서 대단하다고 느꼈다. 작가님께서 본인의 모습이 준우에 투영됐다면 유빈은 되고 싶은 인물이라고 하셨다. 작가님께서 원하는 인물의 성격과 성향을 그대로 가면서 성별만 여성으로 한 느낌이다. 액션은 꼭 남자가, 혹은 그 반대라는 것을 떠나서 상황 자체를 이겨내고 싶은 느낌이 강했다.”

뒤늦은 등장, 맞은편 아파트에 있는 준우와 할 수 있는 대화는 휴대폰 액정을 통해서 혹은 무전기로만 소통해 유빈의 대사는 극히 적다. 일반적으로 캐릭터의 상황과 감정 표현 등을 대사로 하지만, 유빈은 대사가 적어 눈빛과 다른 장치로 감정을 표현한다.

“대사라는 것은 사람에게 어떤 방식으로 전달하느냐인데, 무서운 것을 표현할 때 표정이라든지 조여오는 압박감을 아무것도 없이 표현해야 해서 어려웠다. 대사가 아닌 소리, 상황 등으로 감정을 전달받기도 하고 외부 효과를 받아서 연기에 도움이 됐다.”



앞서 유아인은 이번 ‘#살아있다’ 현장에서 배우와 감독, 스태프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최상을 만들어간 현장이라고 만족한 바 있다. 박신혜 또한 대화하고 촬영해나가는 과정들이 “소중한 경험”이라고 말했다.

“시나리오를 읽다 보면 이미지를 상상하면서 만들어나가는데, 제가 상상한 것보다 아인 씨의 아이디어가 더 좋은 장면들이 많았다. 내 예상과는 다르게 접근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고 그런 걸 보면서 늘 다른 배우들에게 배워나가는 것 같다. 저는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만들어가는 게 참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러닝타임 내내 힘차게 달려가다가 엔딩에서 김이 빠져버린다. 사실 가장 현실적인 엔딩이라고 할 수 있지만, 직전까지 빠른 전개와 속도감이었던 것에 반해 실망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이에 엔딩에 여러 의견들이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 박신혜 또한 솔직하게 인정했다.

“엔딩에 아쉬움이 없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하지만 엔딩에 대한 부분보다는 뭔가 변해가는 과정이 포커스이지 않았나 싶다. 준우가 홀로 살아갔던 20일의 변화와 혼자 겪었던 것들, 유빈의 올가미 흔적, ‘내가 살려준 게 아니라 살고 싶어서 산 것’이라는 대사가 기억에 남았다.”

‘#살아있다’에서 의문의 바이러스로 인해 감염된 사람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집으로 대피해있는 모습들 등이 코로나19로 인한 현 상황과 묘하게 맞물린다. 이러한 상황을 예견해 영화를 찍은 것은 아니지만, 박신혜는 “희한하게 맞물린 상황으로 또 다른 공감을 얻으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서 조심스럽기는 하다. 하지만 영화 속 고립되어있는 모습이 우리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지 않나. 그런 부분에서 공감을 할 수 있을 듯하다. 준우와 유빈이 홀로 고립되어 있다가 누군가를 만나서 살아야겠다는 희망을 얻은 것처럼, 보시는 분들께서도 힘들지만 영화를 보시면서 ‘오늘 하루 잘 살아냈다’ ‘잘 견뎌냈다’는 힘을 얻으셨으면 좋겠다.”



[더셀럽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솔트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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