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상반기 결산⑧] 코로나19로 변한 방송계, 녹화 시스템 변화→비대면 예능 시대
입력 2020. 07.03. 11:40:57
[더셀럽 최서율 기자] 올해 초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잠시의 기우에 그치지 않고 장기화되면서 방송계에도 큰 변화가 찾아왔다. 모든 것을 비대면·비접촉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우려감도 잠시, 방송계는 그 나름의 해결 방안을 모색하며 신풍(新風)을 일으키기 위해 노력했다.

◆ 야외보다 실내, 참여보다 무관중… 녹화 시스템 변화

코로나19로 가장 큰 위기감을 겪은 프로그램 형식이 있다면 단연 실외에서 진행되는 ‘야외 포맷’일 것이다. 여행 버라이어티나 대중과의 접촉을 반드시 필요로 하는 형식의 방송들은 녹화를 잠정 중단하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관중과 함께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녹화를 진행하는 ‘관중형 예능’도 직격타를 맞았다.

여행 예능의 대표 주자인 tvN ‘짠내투어’는 지난 3월 녹화 중단을 선언했다. 길거리에서 시민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프로그램이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집주인과 출연자, 제작진이 밀첩하게 접촉해 한 끼 식사를 해야 하는 JTBC ‘한끼줍쇼’ 또한 방송을 중단했다. 야외 예능 프로그램에 이어 관중의 반응이 중요한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 ‘개그콘서트’, MBC ‘복면가왕’ 등도 위기를 절감해야만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프로그램들은 잠깐의 위기에 압도되지 않고 슬기로운 해결 방안을 강구했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거리에서 시민들을 만나는 기존 포맷에서 실내에서 녹화를 하는 방식으로의 변모를 시도했다. 해외여행을 주무기로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나라의 문화와 환경을 전했던 ‘짠내투어’는 국내 여행지로 발길을 돌렸다. ‘스케치북’은 무관중 녹화를 시도하며 관중이 없는 대신 ‘방구석 콘서트’를 표방, 수준 높은 공연을 보여 주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이처럼 야외에서 실내로, 참여에서 무관중으로의 재빠른 판단으로 코로나19로 마냥 얼어붙을 것만 같았던 프로그램들은 다시 숨을 쉬게 됐다.

그러나 모든 프로그램들이 변화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시민의 집에 방문해 따뜻한 저녁을 대접받는 프로그램인 ‘한끼줍쇼’의 경우 지난 2월 26일 방송이 중단된 이후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녹화가 재개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수의 프로그램들은 표면적 포맷을 변경하고도 고유의 정체성을 지킬 수 있었지만 ‘한끼줍쇼’는 ‘직접 시민을 만나 저녁을 먹는다’는 정체성에 대한 고민 때문인지 아직까지 뾰족한 방편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개그콘서트’의 경우 지난달 26일 결국 종영 절차를 밟았다. ‘개그콘서트’가 코로나19 이전부터 하락세를 밟고 있었던 것은 맞지만 실시간으로 관중들의 반응을 보며 개그로 소통해야 하는, 프로그램의 심장과도 같던 구성이 무관중으로 변경되면서 강력한 동력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한 방송 관계자는 “앞으로 모든 방송 프로그램은 비접촉·비대면을 지향하는 포맷으로 바뀔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이어 “코로나 19가 잠잠해지길 바라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더 좋은 방법을 찾는 중”이라고 방송계가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음을 설명했다.

◆ ‘접촉하지 않아도 즐거운’ 비대면 예능 시대의 도래

최근 비대면 예능들이 방송계에 속속 등장 중이다. 이는 코로나19 시대에 진입한 방송계를 상징하는 가장 명확한 증거들 중 하나다.

TV조선 ‘신청곡을 불러드립니다 – 사랑의 콜센타’(이하 ‘사랑의 콜센타’)는 비대면 예능이지만 그 어떤 예능보다도 시청자들과 가깝게 소통 중이다. 이는 전화를 통해 사연을 신청받고 사연자의 말을 토대로 출연자들이 공연을 꾸민다는 점에서 가능했다. 실시간 전화 통화 후, 수화기 너머로 펼쳐지는 즉석 공연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사랑의 콜센타’만의 트레이드마크로 떠오르며 출연진들과 시청자 모두를 만족시켰다.

접촉하지는 않지만 소통은 자유로운 ‘드라이브 스루’ 형식의 예능도 등장했다. MBN ‘드루와’는 MC들은 지정된 장소에서, 참가자들은 차 안에서 토크, 노래, 춤 등의 장기를 마음껏 방출하는 신개념 예능을 탄생시켰다. 모든 것이 차 안에서 진행되는 만큼 ‘드루와’는 안전을 토대로 하되 예능적 재미까지 놓치지 않고 있는 중이다.

‘사랑의 콜센타’와 ‘드루와’가 코로나19의 위험에서 최대한 벗어난 신예능인 것은 맞지만 한 사람과의 전화 통화(‘사랑의 콜센타’), 차 한 대와의 대화(‘드루와’)라는 점에서 일 대 일이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달 20일 첫 방송을 시작한 MBC ‘백파더: 요리를 멈추지 마’(이하 ‘백파더’)는 인터넷 화상 연결을 통해 몇십 명의 사람들과 한 번에 소통하는 예능도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 줬다.

‘백파더’는 출연진 백종원과 양세형이 화상 연결 중인 시청자들에게 직접 요리를 가르쳐 주는 프로그램으로 출연자가 시청자에게 일방적으로 정보를 주입하는 것이 아닌 쌍방향 소통 체계를 이루고 있다. 화상을 통해 언제든지 시청자가 방송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백파더’는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중에도 많은 인원이 함께 소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일깨워 줬다.

◆ 온라인 제작 발표회의 더 큰 확장, 세계적 연결

온라인 제작 발표회는 이제 방송계의 보편화된 절차로 자리매김했다. 제작 발표회는 어떤 프로그램을 공식적으로 대중에게 선보이기 전, 언론에 먼저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자리로 이 자리를 통해 향후 프로그램 인기의 척도를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행사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대부분의 방송은 온라인 제작 발표회를 통해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제작 발표회의 가장 큰 차이점은 시청자의 유무다. 유튜브 채널 등으로 진행되는 온라인 제작 발표회는 시청자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의미를 가져다 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제작 발표회에 대해 “시청자와 함께할 수 있다는 점이 신선한 장점이 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언론과) 정해진 질문과 답변만 주고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한계점이 있다”고 부족한 지점을 짚었다.

아직까지는 장점과 단점이 고루 존재하는 온라인 제작 발표회지만 최근 넷플릭스(Netflix) 오리지널 시리즈 여행 버라이어티 ‘투게더’가 의미 있는 제작 발표회 현장을 만들면서 더 큰 확장을 기대하게 하기도 했다. 기존 온라인 제작 발표회에서는 배우와 제작진, 사회자가 한자리에 모여 진행되지만 ‘투게더’는 배우, 제작진, 사회자가 각각 다른 공간에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충격을 자아냈다.

‘투게더’ 온라인 제작 발표회에서 중국 배우 류이호, 이승기, 조효진 PD, 고민석 PD, 사회자 박경림은 한자리에 모이지 않고 서로 각자의 공간에서 랜선으로 소통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코로나19라는 전염병 앞에서도 온라인을 통해 국가적인 거리까지 뛰어넘으며 프로그램의 여러 면모를 보여 줄 수 있다는 신호탄이 됐다. ‘투게더’ 제작 발표회는 언택트를 위기로만 여길 것이 아니라 이를 발판 삼아 더 큰 세계로의 확장도 가능하다는 희망이 방송계에 싹트고 있다는 반증이 됐다.

[더셀럽 최서율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KBS, MBC 제공, 각 방송 포스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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