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 4년 전 ‘부산행’을 생각하지 않고 본다면 [씨네리뷰]
입력 2020. 07.15. 15:41:28
[더셀럽 김지영 기자] 국내외에 K-좀비를 알린 ‘부산행’의 속편 ‘반도’가 관객과 만난다. ‘부산행’의 세계관을 잇는 ‘반도’지만, 명확하게 다른 색을 가졌다.

15일 개봉한 ‘반도’는 ‘부산행’ 4년 뒤 폐허가 된 땅에 남겨진 자들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 ‘반도’는 ‘부산행’의 세계관만 이어온 축으로, 하루아침에 한국이 폐허가 돼 버려 경제는 물론이거니와 모든 것이 멈춰버린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부산행’에서 좀비의 시작이 그려지지 않았다면 ‘반도’에서는 초장에 외신을 통해 어떠한 경로로 좀비가 퍼지게 됐는지를 설명하면서 전 세계에서 한국만 고립된 상태라는 것을 전한다. 결국, 한국은 지구에서 없어져 버린 것이나 다름없다.

갑작스럽게 나라의 모든 것이 멈추고 좀비만이 들끓으니 미처 챙기고 나오지 못한 외화를 탐내는 이들이 생겼다. 정석(강동원)의 매형(김도윤)은 외지에서 ‘반도인’이라고 무시당하고 사느니, 한국에 있는 2천만 달러를 가져와 팔자를 고쳐보자고 제안한다. 정석은 이를 처음에 거절하는 듯하나, 과거 누나를 미처 구하지 못했던 상황을 떠올리며 반도에 들어가겠다고 결심한다.



‘부산행’과 연결되는 듯, 다른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반도’의 초반부는 속도감 있게 진행된다. 정석과 그의 매형이 어떤 아픔을 가지고 있었는지, 한국을 떠나 해외에서 어떤 설움을 당했고 이를 다시 기회로 말미 삼아 반도로 들어가게 되는 과정들이 영화에 빠져들게 만든다.

전작에서는 KTX 열차 안에서 칸을 좁혀오는 좀비들에 압박감과 긴장감이 높게 형성돼 있었다면, ‘반도’에서는 스케일을 확장시켜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배경으로 한다. 서울에 거주하고 있다면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는 강남대로, 목동 오목교, 건대입구역 부근에 위치한 쇼핑몰 등이 등장해 또 다른 재미를 형성하는 것과 동시에 친근한 곳에서 느껴지는 공포감으로 색다른 재미를 전한다.

스케일이 확장됨에 따라 이전보다 훨씬 더 강한 타격감으로 좀비를 물리친다. 수를 셀 수도 없이 몰려드는 좀비를 차와 폭탄, 총 등으로 맞서면서 통쾌감을 선사한다. 더불어 외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를 연상케 하는 시원한 카체이싱 장면은 영화의 가장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전혀 예상치 못한 미성년자 배우 이레의 실감 나는 카체이싱 연기로 손에 땀을 쥐게 만들며, 4DX 등 다양한 버전으로 준비된 특별관에서 관람한다면 이의 재미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더불어 반도에 살아남은 이들이 각각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에 초점을 맞춘 것도 영화의 볼거리다. 초반엔 국민을 위해서 행동했던 631부대가 이제는 인간성이 상실돼 좀비보다 더 악한 존재가 돼버렸다는 것, 이들과 달리 최소한의 양심을 지킨 채 들개처럼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자들이 대조적으로 그려지면서 좀비보다 무서운 존재는 결국 인간이라는 것을 전한다. 특히 631부대의 대원으로 등장하는 김민재와 구교환은 단숨에 관객들의 시선을 빼앗는다.

그러나 ‘반도’가 ‘부산행’의 속편이라는 것, 세계관을 그대로 이었다는 점에서 전작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부산행’만큼의 몰입감, 속도감, 전개를 기대하고 있는 이들에겐 약간의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을 터다. 더군다나 ‘반도’가 좀비와 인간의 대결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인간과 인간의 싸움, 이들의 대결 구도에 좀비를 도구로 쓴다는 발상은 신선하게 다가올 수도, 좀비물로서는 어딘가 부족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좀비물에서 피할 수 없는 급작스러운 엔딩, 한국 영화의 단점으로 꼽히는 신파는 ‘반도’에서도 가장 큰 단점이다. 2시간가량 진행되는 서사에서 곳곳에 배치된 ‘드러나 있는 떡밥’을 극의 말미에 모조리 회수하는데, 억지 감동을 조장하는 듯하며 그간 잘 쌓아온 몰입감을 깨트리는 역할을 한다. 이로 인해 참신하게 느껴지던 ‘반도’가 어딘가에서 익숙하게 봐 왔던 작품들과 다를 바 없는 영화로 전락했다.

다만 ‘부산행’을 생각하지 않고, 기대 없이 본다면 가족과 함께 오랜만에 영화관 나들이를 떠나도 될법한 ‘반도’다. 코로나19가 아직 종식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가족 혹은 사랑하는 이와 방역수칙을 지킨채 관람한다면 좋은 시간이 되지 않을까. ‘반도’는 전국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더셀럽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영화 '반도' 포스터,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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