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비2’ 정우성, 험난한 길에도 그여야 했던 이유 [인터뷰]
입력 2020. 08.03. 16:50:46
[더셀럽 전예슬 기자] 남북문제를 바라보는 우리의 표정일까. 배우 정우성이 과대평가로 넘겼던 남북문제의 최전선에 선 대통령의 모습으로 묵직한 울림을 전했다.

지난달 29일 개봉해 5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한 ‘강철비2: 정상회담’(감독 양우석, 이하 ‘강철비2’)은 남북미 정상회담 중에 북의 쿠데타로 세 정상이 북의 핵잠수함에 납치된 후 벌어지는 전쟁 직전의 위기 상황을 그리는 영화다.

‘강철비2’는 지난 2017년 개봉한 ‘강철비1’과 한반도의 평화체제로 가는 길이라는 문제의식, 그리고 북한 내 쿠데타로 인한 전쟁 위기라는 출발점을 같이 한다. ‘강철비1’에 이어 ‘강철비2’에 출연을 결심하게끔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그동안 프랜차이즈는 히어로물이 많았잖아요. 코미디물이거나. 다른 장르의 캐릭터, 스토리의 연속성이 없음에도 속편이 만들어지는 것은 처음인 것 같아요. 또 ‘강철비1’에 이어 ‘강철비2’도 한반도 중심이란 점이 신박한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강철비2’는 영화적 상상력이 더해졌지만 굉장히 직설적이라 관객들은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거라는 생각했어요. 제3의 시선이 개입될 수 있는 그런 소재이기 때문에 출연까지 고민을 했었죠. 감독님에게도 직설적인 어법의 영화고, 저라는 배우를 정치적인 어떤 이미지로 바라보는 분들이 계셔서 그런 것들이 얹어진다면 험난한 길을 가게 될 텐데 괜찮냐, 감당할 수 있겠냐는 이야기를 드렸어요. 그랬더니 그래서 저여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정우성이 분한 한경재는 냉전의 섬이 된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고민하는 대한민국 대통령이다. 북한과 미국 정상 사이에서 중재자 노릇을 하느라 애쓰는 모습은 대한민국의 현실을 표정과 행동을 통해 여실히 보여준다. ‘강철비1’과 달리 인물의 진영을 바꾼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인물의 진영이 바뀌어 역할을 하더라도, 한반도 문제는 남북끼리 결정할 수 없다는 건 변함없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정우성과 곽도원이 남과 북으로 소속을 바꿔 출연한 것.

“결국에는 우리 스스로에 대한 질문이에요. 우리 모두가 당사자인데 당사자임을 망각하고 있는 상황에 놓여 있잖아요. ‘강철비2’는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인 것 같아요. 이게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했죠. 어떤 결정을 강요하거나, 이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걸 제시한 게 아닌 당사자로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것들, 지향점, 법과 과정이 어디쯤인가를 생각해야 한다고요.”

‘강철비2’는 중국이 패권국가로 급부상하면서 심화된 미‧중 갈등의 한가운데에 휘말린 한반도라는 확장된 시야 속, ‘강철비1’과는 상호보완적인 속편이라 할 수 있다. ‘강철비1’이 판타지에서 리얼로 나아간 ‘변화구’라면, ‘강철비2’는 리얼리티에서 판타지로 나아가는 ‘돌직구’인 셈. 특히 ‘강철비2’은 북한이 SLBM을 탑재한 핵잠수함을 가졌다는 전제 하에 남북미 정상을 최초의 북 핵잠수함 ‘백두호’ 안으로 데려가 공식 정상회담의 이면에 감춰졌던 인간적인 매력과 블랙 코미디적 순간으로 가득한 진짜 정상회담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 대통령 스무트(앵거스 맥페이든)은 ‘아메리칸 퍼스트(American First)’를 외치고, 조선사(유연석)은 계속 흔들리는 마음을 보여줘요. 그런 것들의 조합이었던 것 같아요. 사실에 대한 전달을 계속하면 결국 진실이 되고, 강요가 되잖아요. 코미디의 배치는 감독의 똑똑한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영화 말미, 한경재의 선택이 평화로 가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남과 북 중에서 누군가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하는 게 아닌,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공존의 길을 모색하게 만든 것. ‘강철비2’는 전쟁 직전의 위기 상황과 이를 딛고 평화로 가는 과정을 또 다른 길로 제시, 분단물의 최종 진화를 표방하고 있다.

“어떤 직업군은 ‘공심(公心)’에 입각해야 해요. 사심이 마치 공심인 것처럼 자기 착각에 빠져선 안 된다고 생각하죠. 한경재 대통령도 끊임없이 공심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고, 지키려 한 캐릭터예요. 한경재 대통령이 내린 정치적 결단도 평화로 가는 시발점이 될 수 있지만 그걸 이루는 건 국민의 의지라고 생각해요.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은 우리 모두의 숙제인데 얼마만큼 당사자의 입장에서 우리는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강철비2’가 던지고 있는 거죠.”

[더셀럽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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