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입니다' 신동욱 "지금 만나서 좋았던 작품" [인터뷰]
입력 2020. 08.04. 17:09:53
[더셀럽 김희서 기자] 배우 신동욱이 가족의 의미를 되돌아보며 임건주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신동욱은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로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더셀럽과 만나 tvN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이하 ‘가족입니다’)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가족 같은 타인과, 타인 같은 가족의 오해와 이해를 따스하게 그려낸 tvN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는 지난달 21일 자체 최고 시청률 5.4%(닐슨코리아/유료플랫폼 전국기준)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극 중 신동욱은 훈훈한 외모와 재력을 두루 갖춘 출판사 부대표이자 김은희(한예리)의 상사 임건주 역으로 분했다. 그러나 겉으로 보여지는 완벽한 모습과 달리 우유부단한 성격과 단호히 끝내지 못하는 연인관계로 김은희와 위태로운 로맨스를 그린 인물이다.

신동욱은 2020년 상반기에 ‘낭만닥터 김사부2’에 이어 가족입니다‘ 까지 연이은 두 작품을 통해 시청자들을 만났다. 서로 다른 이야기와 새로운 캐릭터였지만 신동욱은 전작에서 보여준 모습은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완전히 다른 인물로 변신했다. 한 작품의 캐릭터에서 이별하고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기 전까지 일부러 시간을 두고 작품을 만나왔다는 신동욱에게 ’가족입니다‘는 놓치고 싶지 않은 대본의 힘이 그를 다시 촬영장으로 불러들였다.

“사실 저는 드라마를 연이어 하는 편이 아닌데 이번에 처음이었다. 바로 하고 싶을 정도로 작품이 너무 좋았다. 그래서 욕심이 많았던 작품이었는데 잘 마무리돼서 다행이다. 가족들하고 엮인 지점이 없어서 아쉽지만 좋은 배우 분들과 작품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좋은 배우라는 게 혼자 잘한다고 잘하는 게 아니지 않나. 모든 분들이 같이해서 좋았던 것 같다.”

‘가족입니다’에서 임건주는 성공한 사업가이지만 사랑에 있어서는 구연인과의 관계를 정리하지 못한 상태에서 김은희(한예리)와 사랑을 시작하고 난처한 상황은 피하며 갈수록 실망감을 안기는 인물이었다. 알고 보면 나쁜남자인데도 신동욱만의 색으로 임건주는 충분히 매력적인 인물로 그려졌다.

“건주에 끌렸다기보다 대본에 끌렸다. 사실 배우들이 자기 역할만 보고 하겠다 안 하겠다고 결정하기도 하지만 대본 자체를 보면 좋은지 안 좋은지가 먼저 중요하다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작품도 그렇고 ‘낭만닥터 김사부2’도 그렇고 어떤 역할이나 비중에 대한 선입견이 없는 편이다. 작품이 좋으면 그 안에 좋은 배우들도 모일 것이고 대본이 주는 힘이 중요하다 생각했다. 시청률보다 작품성이 좋아서 욕심이 났고 무조건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건주를 들여다보니까 바람둥이처럼 보여야 해서 그 다음부터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건주가 보이니까 걱정이 돼서 그저 대본에 충실했다. 작가님이 그려주신 대로.”

‘극 중 임건주의 사랑이 가벼워 보일 수 있지만 절대 가볍게 보이지 않기 위해 신동욱은 어느 부분보다도 진솔한 감정 연기에 집중했다. 임건주로 지내는 동안 진심으로 김은희를 사랑하기 위해 신동욱은 그만의 깊은 감정선을 지켜가며 카메라 밖에서도 세심한 노력을 기울였다.

“시청자분들이 극 중 태원이가 게이인 설정을 2회 만에 맞추시더라. 저희는 대본받아서도 몰랐다. 그 만큼 시청자분들이 드라마에 대해 저희보다 더 잘 아신다고 생각해서 진솔하게 연기해야겠다는 마음이 컸다. 그래서 예리를 바라볼 때 사랑이라는 게 진짜 좋아해야 그 눈빛이 나오고 호흡이 나오고 로맨틱하게 나오는 것 같았다. 그 느낌만 연기해버리면 시청자분들이 공감을 못할 것 같아서 처음부터 예리한테도 말을 했다. 촬영할 때도 겹치는 장면이 많이 없어서 촬영 날부터 예리 씨를 관찰했다. 그 사람의 어떤 면이 좋고 어떤 매력이 있는지 알아야지 사랑을 할 수 있으니까. 첫 촬영부터 키스신이 나와서 건주가 어떤 면에 은희를 사랑하게 됐는지 그 지점을 찾는데 급한 사랑을 해야 돼서 쉽진 않았지만 진짜 사랑하고 좋아하려고 노력했다.”

‘가족입니다’는 휴머니즘을 중심으로 한 드라마였지만 임건주와 김은희의 장면에서 만큼은 공감과 설렘을 자아내며 로맨스를 선사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신동욱은 건주만의 표현 방식으로 은희에게 사랑을 고백한 모습을 꼽았다.

“가장 신경 쓴 장면은 6부 엔딩이었다. 은희에게 모든 걸 안다고 말하는 장면이어서 가장 신경을 많이 썼다. 잘못하면 느끼하게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연기하면서도 감독님한테 계속 확인했다. 사랑을 고백하고 절정을 향해가는 시간인데 담백하게 담아내고 싶어서 고민을 하고 사실 그때까지도 예리가 민망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관찰하면 건주가 은희의 어떤 점을 좋아했는지 찾아봤던 것 같다. 은희랑 건주는 이메일을 주고받으면서 서로를 알아간 사이처럼 누군가를 지켜보고 어떤 매력이 있는지 그 사람의 글을 보면서 사랑을 키워가는 타입이 실제 제 모습이랑 비슷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임건주와 김은희의 로맨스만이 그려졌을 때까지만 해도 두 사람의 사랑을 응원하는 반응이 많았다. 그러나 임건주의 9년 된 구연인 전하라(배윤경)가 등장하면서 두 사람의 로맨스에는 금이 가기 시작했고 결국에는 이별을 택했다. 사랑의 결실을 맺지 못한 결말에 아쉬움은 없었을까. 오히려 신동욱은 ‘사랑’에 대해 철학적인 관점을 털어놓으며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에도 그만의 아름다움이 있다고 말했다.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인데 사랑이라는 게 그래서 참 좋은 것 같다. 인류가 가장 풀지 못하는 숙제가 사랑이라 생각한다. 공식적으로는 간단하지만 사실을 받아들이면 되는데 사랑은 사람 마음을 알면서도 모르지 않나. 역사상 글자가 발명되고 연극, 희곡이 발명되고 사랑이야기를 해도 풀지 못하는 것은 정답이 없어서 앞으로도 사랑은 끝나지 않을 주제일 것 같다. 사랑이 안 이뤄지는 것도 그런 의미도 있다. 시청자는 될 것 같다고 생각하면 과연 재밌을까 싶고 될 것 같다가도 안 되는 그런 관전의 재미가 있을 것 같다.”

‘캐릭터보다 작품 자체에 매료됐다는 신동욱 역시 극이 전개될수록 임건주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새로운 방식으로 캐릭터에 접근했다. 임건주를 이해하려기보다 이미 임건주의 입장으로서 상황을 받아들이는 쪽을 택했다.

“사실 이해는 중간부터 안됐다. ‘이렇게 사랑을 왜 해야 하나. 왜 헤어지지 않지?’ 정리가 되지 않자 그걸 안하려고 노력했다. 그 사람은 맞다고 생각하는 걸 테니까 틀린지 모르니까. 이런 인간상이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이런 의문들을 거부했다. 이런 생각을 갖는 순간 그건 작가님이 써놓은 의도랑 달라지는 거였다. 건주는 현실을 방어하려고 하고 이 여자를 진짜 사랑하고 9년간 추억도 있지만 천천히 멀어져가는 관계로 자연스럽게 놓아주려는 타입이었다. 이 과정을 아름답게 포장하려하면 그 자체로 더 공감을 못해서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게 과장할 것 없이 공감되지 않았을까 싶어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했다. 댓글 중에 ‘예쁜 쓰레기’라는 말이 인상 깊었다.(웃음)”

‘가족입니다’에서는 노부부의 졸혼 선언을 중심으로 다양한 이야기들을 풀어갔다. 사람간의 사랑에 대한 의미도 되새겨볼 수 있는 메시지들이 많았다. 이 가운데 신동욱은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사랑하지 않아서 이혼을 결정하는 이들에게 과거 사랑했던 기억을 되살려주면 어떨까라는 지점에 공감을 표했다.

“개인적으로 ‘졸혼’이라는 단어가 이해 안됐다. 이혼이면 이혼이지 졸혼이란 단어를 굳이 아름답게 표현한 게 아닌가 싶었다. 그런데 그런 의미를 되새겨보니 졸혼이라는 단어를 끄집어낸 것은 가족을 파괴하고 아름답게 포장한 단어라는 의도가 투영된 의미 같았다. 가장 공감한 부분도 상식과 진숙이었다. 서로 저렇게 다투지만 누구나 그렇듯 사랑했고 거기서 시작해 결혼하고 아이도 낳고 키우지만 가정에 있어서 싸우고 오해가 깊어져서 졸혼 이야기가 나오고 벌어지는데 본질은 서로 사랑했던 적이 있으니까 그걸 다시 찾아가는 방법이 나온 것 같다. 작가님도 그런 걸 염두하고 분명 사랑했던 시작점이 있는데 그 순간으로 돌아가면 어떨까하는 상상을 하신 것 같다. 그래서 상식의 기억이 리셋되서 사랑을 시작했을 때인 22살로 돌아간 것이 아닐까라고. 많고 많은 시점들 중에 작가님이 생각하신 부분도 지금 시대에서 사랑할 수도 헤어질 수도 있지만 너무 쉽게 헤어지기보다 사랑했던 과정을 겪어보다보면 다시 사랑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의도가 반영된 것 같다.”

‘가족입니다’는 가족 구성원들 간에 드러내고 싶지 않던 치부, 숨겨왔던 비밀들이 공개되며 가족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존재로 그려내며 시청자들의 공감과 호평을 이끌어냈다. 신동욱에게도 ‘가족입니다’는 가족의 의미를 되돌아보고 30대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유의미한 작품으로 남게됐다.

“사랑이 어렵다는 말처럼 하나가 더 늘었다. 가족도 사랑한다고 하지만 진짜 모르겠다. 피가 섞인 가족이만 막상 안다고 해도 모를 수 있고 타인 같기도 하고 가족이지만 나보다 내 가족을 더 잘 아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 배우들이 모든 작품을 모든 장면을 기억할 수도는 없고 좋았던 작품이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품으로 기억이 왜곡되기도 하는데 ‘가족입니다’는 지금 나이 때, 내가 더 나이가 들기 전에 했던 참 좋은 작품이라고 기억될 것 같다. 30대의 마지막을 좋은 작품으로 마무리했다.”

[더셀럽 김희서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스노우볼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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