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VIEW] ‘뮬란’은 어쩌다 기대작에서 논란거리가 됐나
입력 2020. 09.15. 17:12:02
[더셀럽 김지영 기자] 월트디즈니컴퍼니의 실사영화 ‘뮬란’이 진퇴양난에 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로 개봉이 한참 밀리더니 이제는 내부에서 문제가 터졌다. 코로나19로 침체된 극장가를 살릴 구원투수였던 ‘뮬란’은 개봉 전부터 위기에 봉착했다.

‘뮬란’은 지난 1998년 개봉했던 애니메이션 영화로 당시 전 세계 3억 달러의 흥행 수익을 거둬 1990년대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전성기를 이끈 작품 중 하나다. 최근 디즈니는 애니메이션 실사화 프로젝트(디즈니 라이브 액션)에 중점을 두고 있는 만큼, 이번 ‘뮬란’에도 라이브 액션 중 최대 제작비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작품은 비주류인 동양 여성이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기대감이 더해졌다.

촬영과 후반작업이 끝난 ‘뮬란’은 지난해 실사화 흥행작 ‘알라딘’ ‘라이온 킹’ 등의 열기를 잇기 위해 2020년 상반기 개봉으로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2월 중순부터 시작된 코로나19는 전 세계에 직격탄을 쐈고, ‘뮬란’도 이를 피하지 못했다.

이에 디즈니는 ‘뮬란’의 국내 개봉을 3월에서 무기한으로 일정을 확정짓지 못하다가 9월 17일로 최종 결정했다. 미국과 캐나다, 뉴질랜드 등에서는 극장 개봉이 힘들 것이라 판단해 디즈니의 OTT 서비스 ‘디즈니+’에서 오픈하기로 했으며 아직 서비스가 되지 않는 국내에서는 극장 상영을 선택한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관객과 만날 날을 앞둔 ‘뮬란’에는 또 다른 문제가 있었다. 지난 11일 중국에서 먼저 개봉한 ‘뮬란’에는 관객들의 기대감을 부응하는 요소가 아닌 반감의 일으키는 내용이 다분했기 때문이다. ‘뮬란’을 먼저 접한 이들은 “중국을 배경으로 중국 배우들을 캐스팅했으나 전반적으로 동양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면모가 여실히 드러난다”고 혹평했다. 고증을 철저하게 따르지 않은 점, 극 중 인물의 의상이 당나라가 아닌 일본, 청나라의 전통의상과 유사하다는 점 등을 주로 지적했다. 과거를 배경으로 하는 ‘뮬란’을 실사화하면서 가장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것을 놓친 셈이다.

사실 ‘뮬란’은 캐스팅 단계에서부터 삐걱거렸다. 극의 주인공인 유역비는 홍콩 시위대를 진압한 홍콩 경찰을 지지하는 글을 SNS에 게재했다. 그는 “나를 비난해도 된다. 홍콩은 수치스러운 줄 알라”라는 글을 올렸다. 또한 텅 장군 역을 연기한 견자단 역시 홍콩의 민주화운동에 반하는 글인 “영국의 식민지 지배 종식, 중국 반환 23주년 기념”이라는 글을 올려 거센 비판을 받았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고, 엔딩크레딧에 등장하는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의 투루판 공안국에게 감사를 표한다’는 문구가 가장 큰 논란이 됐다. 중국 북서부 위구르자치구는 중국 정부가 ‘재교육 수용소’를 운영하며 위구르족을 강제로 구금하고 인권을 탄압한다는 논란이 이는 지역이다. 강제수용소에는 1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갇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전 세계의 언론들은 디즈니와 중국에 강하게 질타했다. 아시아소사이어티 선임연구원 아이작 스톤 피시는 “‘뮬란’이 디즈니에서 가장 문제가 많은 영화”라며 “촬영을 위해 디즈니가 부끄러운 타협을 했다”고 비난했다. 톰 코튼 상원의원은 SNS에 “디즈니가 중국의 현금에 중독됐다”며 “중국 공산당 기분을 맞추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할 것”이라고 비꼬았다.

홍콩 민주화 운동가 조슈아 윙 또한 지난 7일 SNS에 “‘뮬란’을 보는 것은 경찰의 만행과 인종차별을 외면하는 것이며, 위구르 무슬림 집단 감금에 잠재적으로 공모하는 것”이라며 ‘보이콧 뮬란’이라는 해시태그를 첨부했다.

이 같은 지적이 중국에 쏟아지고 신장위구르족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자 중국은 결국 ‘뮬란’과 꼬리자르기를 선언했다. 로이터는 최근 중국이 현지 주요 언론사에 ‘뮬란’ 보도 금지 지침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관계자들은 신장위구르자치구와 관련한 해외 비판 때문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이에 국내 관객들의 움직임도 심상찮다. 대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뮬란’의 고증실패 글이 수차례 게재되고 있고 영화를 콘텐츠로 삼는 유튜버들도 이를 뜨거운 감자로 다뤄 비판적인 시각으로 ‘뮬란’ 바라보고 있다. 심지어 트위터에는 ‘뮬란불매’ ‘뮬란 보이콧’등의 해시태그를 달고 “홍콩경찰을 지지하는 출연진이 나오는 ‘뮬란’은 불매하겠다” “‘뮬란’ 불매에 참여하고 위구르족 탄압 문제에 관심 가져 달라” “서양인 시각의 왜곡되고 문화 침략적인 아시안 영화를 원하지 않는다”는 글이 게재되고 있다. 개봉 전 흥행요소만으로 관객의 기대감을 끌어올려도 손익분기점까지 이어지기 힘든 마당에 벌써부터 성공에 초치는 흐름을 타고 있는 셈이다.

‘뮬란’은 결국 악재를 자처한 것이나 다름없다. 디즈니는 중국의 차이나머니를 노리다가 전 세계 팬을 잃게 될 상황에 처했다. 치열한 경쟁작 없이 국내에서 정면 돌파를 선택한 ‘뮬란’이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디즈니의 힘으로 아쉽지 않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오는 17일 개봉.

[더셀럽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영화 '뮬란' 포스터,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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