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정 “‘한 번 다녀왔습니다’, 아로마향 같은 작품으로 기억됐으면” [인터뷰]
입력 2020. 09.23. 14:53:57
[더셀럽 전예슬 기자] 오직 연기력으로 정형화된 이미지를 탈피했다. 과거, 외모로 더 큰 주목을 받았던 배우 이민정, 그러나 ‘한 번 다녀왔습니다’에선 폭넓은 경험을 토대로 현실 공감을 이끌어낸 그다.

이민정은 지난해 2월 종영한 SBS 드라마 ‘운명과 분노’ 이후 약 1년 만에 KBS2 주말드라마 ‘한 번 다녀왔습니다’로 브라운관 복귀를 알렸다. 첫 주말극 주연을 맡은 그는 100부작의 긴 호흡을 중심에서 이끌어갔다.

“올해 초부터 오랜만에 긴 호흡의 촬영을 하다 보니 완급조절과 건강관리를 해야 했어요. 미니시리즈와 달리 시청자들과 함께하며 만들어지는 것들이 많아서 재밌기도 했고 오랜 시간동안 해서 그런지 끝난 것 같지 않더라고요. 다시 세트집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한 번 다녀왔습니다’는 바람 잘 날 없는 송가네의 파란만장한 이혼 스토리로 시작해 결국 사랑과 가족애로 따뜻하게 스며드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이민정은 극중 송영달(천호진)과 장옥분(차화연)의 둘째 딸이자 현실적이고 똑 부러지는 소아 전문 병원 내과의 송나희로 분했다. 송나희는 의대를 수석 졸업할 정도로 유능하지만 집안일은 허술하다. 특히 극중 남편 윤규진(이상엽)과 유치하게 다투기도.

“감독님께서는 나희의 초반 캐릭터 느낌을 직설적이고 막 나갔으면 좋겠다고 얘기해주셨어요. 작가님은 나흰느 사고뭉치 자식들로 마음 고생하는 부모를 생각해 이혼을 말할 때 혼자 끙끙 앓을 정도로 둘째 딸이지만 첫째 같은 중압감을 가지고 있는 자식이라고 말씀하셨죠. 두 분의 말씀을 생각하면서 캐릭터를 잡아 나갔어요. 그런 나희가 변하게 된 첫 번째 포인트는 이혼이었어요. 모자라는 부분 없이 승승장구하며 살았던 나희인데 가족들에게, 세상 사람들에게 이혼이라는 실패는 나희가 처음으로 무너지는 감정이라고 생각했죠. 그 부분을 가장 신경 써서 연기하려고 했어요.”



송나희로 분한 이민정은 이상엽과 결혼, 이혼, 재결합을 하는 과정을 통해 현실에서 겪을 수 있는 부부 생활의 문제점을 다양한 감정 연기로 펼쳐냈다. 다양한 얼굴을 보여줘야 했던 송나희를 표현하는데 어려움은 없었을까.

“송나희는 겉으로 센 척을 하지만 그 이면은 여리고, 허당스러운 면이 있는 인물이에요. 옆에서 작가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자신의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친구죠. 일에 있어서는 완벽을 추구하지만 대인 관계에서는 많이 서툴러요. 그래서 나희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날카로운 사람이라고만 여기죠. 저도 나희처럼 제 자신을 약간 타이트하게 만드는 면이 있어요. 다 하지 않아도 되는데 다 챙기려다 보니 일을 만드는 스타일이죠. 이왕 시작했으면 끝까지 잘해내야 한다는 생각에 저 스스로를 피곤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어요. 그런 점에서 많이 공감하고,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이민정은 이상엽과 공을 주고받는 듯한 호흡과 로맨스 연기로 ‘나규 커플’ 팬들을 양산했다. 극 초반, 두 사람의 스피드한 이혼이 그려진 후 재결합을 응원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높기도. 이처럼 ‘나규 커플’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많은 장면을 함께 연기해야 했기에 서로 의지되는 부분이 많았어요. 이상엽 씨가 평상시나 연기할 때 능청스럽고 자연스러운 부분이 많아서 로맨스 연기할 때 둘의 합이 잘 맞았던 게 아닌가 싶어요. 규진이 능글맞아 보이면서 허당 같으면서도 순수하고, 착하죠. 나희도 굉장히 세보이지만 결국은 이 친구도 다른 스타일의 허당이에요. 그러면서 두 사람의 합이 공감을 많이 얻은 게 아닐까 싶어요. 어떤 분들은 저희 인상이 비슷하다고 얘기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같이 있는 모습을 볼 때 편안하게 느끼시는 것 같아요.”

‘나규 커플’만큼 사랑 받았던 송가네 세 자매다. 특히 송가네의 첫째 딸 송가희 역을 맡은 오윤아와는 실제로도 절친한 사이로 알려졌다. 막내 송다희 역을 맡은 이초희와는 최근 같은 소속사 한솥밥을 먹게 됐다. 친자매보다 더 애틋하고 돈독해 보였던 세 사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터.

“오윤아 언니는 원래 친분이 있어 말할 것도 없이 좋았어요. 초희와는 극중 다희가 나희를 다그치는 캐릭터로 나오는 장면들에 사람들이 재밌어 하시더라고요. 저는 실제 언니가 없지만 주변에 언니들이 동생들을 많이 잡는 경우들을 봤어요. 수학을 가르쳐주는 장면에서 실제로 초희가 긴장하기도 했어요. 초희에게 미안했던 건 엉덩이를 때리는 장면이었는데 이불을 덮고 있어 조금 세게 때렸더니 제 손이 매워서 그새 퍼렇게 멍이 들었더라고요. 초희 씨는 괜찮다고 했지만 많이 미안했어요.”



지난 2013년 이병헌과 결혼한 후 슬하에 아들 한 명을 두고 있는 이민정. 결혼과 부부 생활, 육아 등을 경험해나가고 있는 그는 송나희, 윤규진이 처한 상황과 겪는 갈등에 대해 공감이 갔을 것으로 보인다.

“재결합하는 과정을 시청자들에게 설득시키고 공감하게 만들기에 나희의 감정이 너무 급진전된 부분이 없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작가님께서는 가슴 한편에 숨겨왔던 부분을 서서히 알게 되는 사람도 있지만, 나희 캐릭터는 처음에 아니라고 부정했던 것이 한순간에 깨뜨려지는 사람이라고 하셨죠. 그 지점을 생각하면서 변화하는 감정을 표현하려고 했어요. 공감이 갔던 부분은 엄마에게 유산 얘기를 했던 신이에요. 저도 엄마에게 속 얘기를 잘 하는 성격이 아니거든요. 엄마가 힘들까봐 말을 못했다고 얘기하는 나희 감정에 공감이 많이 돼서 좋았어요. 그리고 규진 앞에서 임신을 확인한 후 얘기하는 장면도 좋았어요. 많은 분들도 좋았다고 해주셨는데 유산 때문에 힘들어졌던 두 사람이 다시 만나, 임신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나희와 규진이 얼마나 벅찰까 하는 생각에 감정적으로 공감되고 몰입했어요.”

‘한 번 다녀왔습니다’는 최고 시청률 37%(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최종회 시청률 34.8%를 기록하며 호평과 많은 사랑 속 유종의 미를 거뒀다. 부모와 자식간 이혼에 대한 간극과 위기를 현실적으로 극복해가며 ‘나를 위한 인생의 행복이 무엇인가’라는 메시지도 던졌다. 가슴 따듯한 가족극으로 자리매김한 ‘한 번 다녀왔습니다’는 이민정에게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까. 그리고 시청자들에겐 어떤 드라마로 남았으면 할까.

“장편과 인물이 많은 드라마는 처음인데 예전에는 트리오, 관현악4중주 같았다면 이 드라마는 오케스트라 같은 느낌이라 제가 치고 나와야할 때, 제가 쉬어 줘야할 때가 확실했어요. 그 완급조절이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부분을 맞춰가는 경험을 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죠. ‘한 번 다녀왔습니다’는 시청자들에게 ‘따뜻한 힐링 오일 같은 드라마’로 기억됐으면 해요. ‘아로마향’ 같은, 자극적이지 않아도 계속 옆에 있으면 힐링 되고, 훈훈하고, 자연 속의 편안한 느낌을 주는 그런 작품으로 기억됐으면 해요.”

[더셀럽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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