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늘어지는 전개에도 돋보이는 건 [씨네리뷰]
입력 2020. 10.21. 07:00:00
[더셀럽 전예슬 기자] 그 시절, 그 때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감독 이종필)이 ‘응답하라 1990년대’를 외친다. 특히 90년대 가게 분위기, 길거리, 의상, 소품, 배경 등은 보는 재미를 더한다. 다소 늘어진다는 전개만 뺀다면 말이다.

영화의 배경은 ‘국제화 시대’였던 1990년대다. 컴퓨터 학원과 영어학원이 거리에 넘쳐나던 때 삼진그룹의 고졸 출신 8년차 말단 사원 이자영(고아성), 정유나(이솜), 심보람(박혜수)은 대리로 승진하기 위해 토익 공부에 열을 올린다.

토익 점수 600점만 넘으면 대리로 승진해 ‘진짜 일’을 할 수 있다는 기대를 품은 세 사람. 그러나 희망도 잠시, 자영은 심부름차 갔던 옥주공장에서 폐수 무단방류 현장을 목격한다. ‘오지랖’ 넓은 자영은 그냥 덮을 수 없다며 유나와 보람에게 함께 회사의 비리를 파헤치자고 제안한다.

잘 차려진 한상인 듯 하지만 다소 밋밋한 맛이다. 불편한 진실을 파헤쳐가는 과정이 늘어지면서 진부하게 느껴지기 때문. 폐수 유출의 진범을 둘러싸고 회장, 임원, 간부, 사원에게 ‘반전’을 주려하니 호흡이 늘어지면서 반복되는 게 느껴진다. 통쾌한 한 방 대신, 예상 가능한 갈등 구조 또한 재미를 반감시켜 아쉬움을 남긴다.



그럼에도 감칠맛을 더하는 것은 고아성, 이솜, 박혜수의 연기다. 남들이 오지랖이라고 하지만 일과 직장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자영, 까칠함과 돌직구를 내뱉는 성격을 가졌지만 추리소설 마니아답게 비리를 캐내는 유나, 올림피아드 우승 출신 수학 천재 보람까지. 키부터 외모, 취향, 성격까지 모든 것이 다르지만 서로의 개성을 든든하게 받쳐준다.

각각의 매력을 살려 캐릭터를 표현해낸 것도 눈길을 끈다. 고아성은 편안함과 멋을 반영한 세미정장을 입고 머리띠, 곱창 밴드 등으로 포인트를 줬다. 셋 중 가장 개성이 강한 유나 역을 맡은 이솜은 당시 유행하던 갈매기 눈썹과 블루 블랙 헤어, 롱부츠와 미니스커트 등 의상을 매칭해 당시 커리어우먼상을 그대로 연출했다. 보람 역의 박혜수는 외모에 별 관심 없이 자기 세계가 확실할 것 같은 성격을 반영, 롱 원피스와 롱코트, 플랫슈즈로 캐릭터를 드러냈다.

뿐만 아니라 개성과 개인주의가 꽃을 피우고 멋과 자유를 구가했던 1990년대 중반의 시대상을 구현해낸 것도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생산관리부, 마케팅부, 회계부 등 업무 특징에 맞게 설정한 것. 마케팅 부서에는 포스터가 보이고, 회계부 사원의 책상엔 365모니터와 주판을 보여준다. 또 공고문, 토익 교재, 종이컵, 컵라면 포장지까지 소품 하나하나 섬세히 신경 써 마치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준다.

‘썰렁썰렁~’이라는 90년대 유행어까지 등장하면서 반가움을 더한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오늘(21일) 전국 극장에서 동시 개봉됐다. 러닝타임은 110분. 12세 이상 관람가.

[더셀럽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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