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미 감독, ‘보건교사 안은영’의 시즌2를 기다리게 하는 매직 [인터뷰]
입력 2020. 10.22. 16:09:18
[더셀럽 김지영 기자] 여성 감독, 여성 작가가 손을 맞잡고 여성 히어로물을 탄생시켰다. 이경미 감독은 그만의 독창성과 연출력으로 베스트셀러 ‘보건교사 안은영’을 시리즈 화하는 것에 성공, 아직 확정되진 않았으나 시즌2를 더욱 기다리게 한다.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보건교사 안은영’은 정세랑 작가의 동명 소설을 드라마화한 작품. 남들이 볼 수 없는 젤리를 보는 보건교사 안은영(정유미)이 새로 부임한 고등학교에서 심상치 않은 미스터리를 발견하고, 한문교사 홍인표(남주혁)와 함께 해결하는 이야기를 담는다.

영화 ‘미쓰 홍당무’ ‘비밀은 없다’ 등으로 독보적인 연출력을 인정받아온 이경미 감독이 이번 ‘보건교사 안은영’에서도 그만의 색채로 완성해냈다. 특히 이번 작품은 정세랑 작가의 독특한 상상력에 이경미 감독의 연출력이 만나 시너지를 발휘, 그간 본 적 없던 SF드라마가 탄생했다.

그간 자신이 직접 집필한 대본으로만 작업한 이경미 감독은 이번 작품으로 처음 다른 사람의 글로 영상화에 시도했다. 크고 작은 어려움이 따랐고, 신경 쓸 부분이 많았다고 밝혔다. 더군다나 베스트 셀러인 ‘보건교사 안은영’의 팬들이 이미 존재했기에 실망 시키지 않으려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마음이 무거웠다. 원작을 사랑하시는 분들이 많지 않나. 저는 원작을 재현만 하는 사람이 아니고 창작도 하니 원작을 읽으면서 영감을 받은 부분을 표현하고 싶었다. 창작 작업이 원작을 사랑하시는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하는 부담감과 책임감이 컸다. 정말 재밌었던 것은 제가 만약 ‘장난감 칼로 젤리를 무찌르는 보건교사를 써라’는 의뢰를 받으면 못했을 것 같다. 원작이 재기발랄하고 명랑하게 쓰여있어서 원작자의 생각을 빌려 작업하는 게 재밌다는 생각을 처음 했다.”

이경미 감독은 이번 작품의 연출을 맡겠다는 결심이 선 이유에 솔직하게 말했다. ‘미쓰 홍당무’로 신선한 연출력을 인정받은 그였으나 전작 ‘비밀은 없다’가 안타깝게도 흥행이 실패했고 이에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만약 전작 ‘비밀은 없다’가 성공했으면 ‘보건교사 안은영’ 연출을 맡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면 영화를 또 만들 수 있으니까. 그런데 흥행 실패가 저한테는 맨땅에 도전을 다시 할 수 있다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영화를 개봉하고 많이 보여주고 싶은데 보여준 기회조차 박탈당한 느낌을 받았을 때 다른 플랫폼으로 보여주고 싶었고 넷플릭스에 관심이 생겼다. 역으로 제안으 받았을 때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것들이었지만 또 못할 건 뭐 있냐는 생각이 들더라. 제가 손에 쥔 게 많았으면 놓치고 싶지 않아서 많이 쟀을 것 같다. 그런데 보건교사가 장난감 칼로 젤리를 무찌르는 에피소드를 영상화하고 싶은 욕심이 나는 시퀀스였고 그래서 이 프로젝트를 물었던 것 같다.”

욕망의 덩어리들이 젤리로 변하고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젤리는 안은영이 장난감 칼로 무찌른다. 소설에서도 두루뭉술하게 표현된 젤리의 형상을 이경미 감독은 보기에 부담감이 느껴지지 않으면서 사실적으로 표현하려 했다.

“굉장히 어려웠다. 촬영은 현장에서 테이크를 여러 번 갈 수 있다. 수정을 하면서 인물을 만들 수 있는데 CG는 테이크를 여러 번 갈 수 없다. 그 말을 뱉는 순간 모두가 불행하다.(웃음) 작업이 들어가면 돌아올 수 없다는 점 때문에 굉장히 예민해지게 되더라. 상상했던 대로 실수 없이 진행되게 하기 위해서는 매 시간 나쁘게 될 상황을 염려해야 해서 더 어려웠다.”



원작에서는 학교 내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에만 주안점을 뒀다면, 이번 넷플릭스 시리즈에서는 영역을 확대해 이야기의 폭을 넓혔다. 소설에서는 등장하지 않는 안전한 행복과 일광소독 등의 소재는 드라마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안전한 행복과 일광소독을 넣은 이유는 안은영을 여자 히어로로 설정했을 때 안은영이 젤리만 싸우면 시즌2까지 이어지는 데 한계가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장차 히어로가 될 존재에 대한 고민과 글을 성장드라마로 설정했을 때 작은 은영에서 큰 은영으로 될 수 있도록 큰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봤다. 운명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 하는 은영이를 대변할 수 있는 실체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은영이를 대변할 수 있는 실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싸워야 할 존재를 조직으로 설정했다. 이런 조직이 있어야 은영이가 시즌2로 갈 때 더 성장하고 싸워야 할 군상들이 생기니까 만들었다.”

더불어 드라마의 재미를 드높이는 부분이 새로운 신인들의 발견이다. 전에 보지 못한 얼굴들이 ‘보건교사 안은영’의 회차를 가득 채운다. 심달기, 오경화, 최준영, 이석형 등 다양한 신인들이 역량을 발휘하며 드라마의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새 얼굴을 발굴하고 싶어서 셀 수 없이 너무 많이 오디션을 봤다. 굉장히 많은 오디션을 봤고 정말 ’이 친구‘라는 느낌이 들기 전까지는 봤던 것 같다. 심달기 배우의 경우에는 오디션을 너무 재밌게 봤다. 그런데 역할이 이미 정해진 역할들이 있어서 틈이 없더라. 그러던 차에 조감독이 남자 캐릭터인 완수를 달기 배우로 가자고 하더라. 신박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하면서 완수를 여자로 바꾸면서 캐스팅하게 됐다.“



드라마화 된 ‘보건교사 안은영’은 원작 소설에서 여섯 개의 에피소드로만 구성돼 전개된다. 소설에 비해 다소 끊기는 흐름과 불친절한 설명이 아쉬운 지점으로 언급되기도 한다. 이경미 감독은 이를 인정했다.

“영상으로 어떻게 메시지를 전달할까 고민하는 사람이고 한 컷에 정보를 많이 넣다 보니 드라마 화법에 익숙하신 분들은 정보를 한 번에 캐치하기 힘드실 수 있을 것이다. 그 점에서 불친절하다고 느끼시는 것 같다. 이 시리즈의 접근은 ‘그렇다고 치고 이런 도장깨기 미션 이야기 어때?’하는 식으로 접근했다. 매 에피소드마다 새로운 젤리를 만나고 캔디 크러시처럼 하트 비가 내린다. 포상이 나오는 식으로 설정한 것이다. 소설을 안 보고 드라마를 보신 분들은 시청을 하고 나서 소설을 찾아보시더라. 소설에 친절한 정보가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제가 바라는 것은 드라마 보고 소설 보고 드라마를 다시 보는 것이다. 두 번 보시는 것을 권장한다.(웃음)”

[더셀럽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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