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박혜수 “숏컷? 망가짐? 변신이 재밌어요” [인터뷰]
입력 2020. 10.22. 17:06:19
[더셀럽 전예슬 기자] 보람과 ‘찰떡’이다. 버섯머리, 동그란 안경을 쓰고, 페놀 함량을 번뜩이는 눈빛으로 계산하는 모습이. 배우 박혜수가 심보람 역에 완벽히 스며들었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1995년 입사 8년차, 업무능력은 베테랑이지만 늘 말단. 회사 토익반을 같이 듣는 세 친구가 힘을 합쳐 회사가 저지른 비리를 파헤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박혜수는 극중 삼진전자 회계부 사원 심보람 역을 맡았다.

“스토리도 너무 재밌었지만 가장 큰 건 자영(고아성), 유나(이솜), 보람이라는 인물이 각각 개성 넘치는 지점이 제일 매력적이었어요. 아성, 솜 언니들이 먼저 캐스팅 된 상태서 대본을 봤어요. 셋의 모습도 다르고, 역할도 다른 인물들이라 같이 하면 재밌는 그림을 만들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꼭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보람은 올림피아드 우승 출신 수학 천재다. 그러나 주요 업무는 가짜 영수증을 처리해 회계 장부 숫자를 맞춘다. 대리가 되면 회계 프로그램을 만들어 숫자로 거짓말을 못 하게 하고 싶은 꿈이 있다.

“보람이란 인물은 소심하고, 그렇기에 어떤 사람이랑 있냐에 따라 달라지는 인물이에요. 자영, 유나와 있을 때 보람의 모습, 봉현철(김종수) 부장님 앞 주눅 든 모습 등을 재미나게 차이를 두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 지점을 가장 중점으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캐릭터의 외적인 표현도 눈길을 끈다. 박혜수는 난생처음 버섯머리 숏컷에 도전한 것. 또 스머프를 연상시키는 동그란 안경, 자기 세계가 확실할 것 같은 성격을 반영해 롱 원피스와 이를 다 덮은 롱코트로 스타일을 잡았다.



“90년대 느낌을 재현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멋스러우면서도 그 느낌을 풍기게 할까 하면서 의상팀, 배우들,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자영과 유나와 조금 다르게 보람은 제일 촌스럽고, 멋을 덜 부리는 느낌이에요. 포인트를 준 지점은 안경과 숏컷이었죠. 이 친구는 외적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쓰는 인물은 아니지만 자기만의 개성이 분명 있는 친구라고 생각했어요. 특별히 어떤 인물을 참고한 건 아니에요. 감독님이 처음부터 보람은 숏컷이라고 말씀해주셨죠. 처음에 굉장히 긴 까만 생머리였는데 숏컷으로 잘랐어요. 거울을 봤더니 제 모습이 아니더라고요. 성공적인 변신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하. 90년대 영상 자료들을 찾아보던 중 콘서트 영상을 봤는데 안경까지 쓰니까 진짜 보람 같은 분이 있더라고요. 성공했다고 생각했어요.”

보람의 능력이 돋보이는 장면은 수질검사서가 잘못된 건 아닌지 괴로워하는 자영에게 하수구 지름과 페놀이 나온 지속 시간을 물은 뒤 실제 방류량과 페놀 함량을 계산해 내는 것이다. 박혜수는 어머니에게 조언을 구하며 해당 장면을 완성해냈다고.

“보람이 말을 잘하는 인물도 아니고, 자신의 생각을 명확히 표현하는 인물도 아닌데 유일하게 숫자와 관련될 때만 ‘나의 무대다’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줘요. 그게 매력 중 하나였죠. 계산할 때 감독님이 ‘주판을 가지고 계산해 손동작 시뮬레이션을 하는 게 어떨까’라고 아이디어를 내주셨어요. 저는 주판을 아예 몰라서 엄마한테 어떻게 쓰냐고 물어봤죠. 어머니는 아시더라고요. 방법을 가르쳐주셨고, 그 장면이 재밌게 영화에 담긴 것 같아요.”

영화는 서로의 개성을 든든하게 받쳐주는 유쾌한 앙상블로 험한 세상을 함께 건너고, 회사의 폐수 유출 사건 은폐에 함께 맞서는 우정과 연대,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얻어지는 성장을 보여준다. 박혜수는 만들어지지 않은 세 친구의 호흡을 보여주기 위해 고아성, 이솜과 함께 합숙까지 했다.

“지방 촬영 후 숙소에 있으면 ‘누구 방에 모일래?’하면서 모였어요. 밤늦게까지 수다 떨다가 같이 자서 자연스럽게 합숙까지 하게 됐죠. 옹기종기 있다가 촬영이 끝나고도 같이 있는 게 재밌더라고요. 찍는 신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잠들기 직전에 나눈 진솔한 대화들이 기억에 남아요. 고아성, 이솜 언니는 너무 멋있어요. 친한 언니지만 경력으로 차이가 많이 나는 선배님들이잔하요. 인간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것과 별개로 현장에서 언니들의 연륜을 느낄 수 있었어요. 많이 배웠죠. 인물에 깊이를 더하는 디테일한 연기는 대본에 쓰여 있지 않더라도 배우의 몫으로 만들어내 언니들이 해내는 걸 보면서 멋있는 분들이라고 생각했어요. 현장에 언니들이 저를 챙겨주는 경험을 하면서 시간이 지나 제가 누군가에게 선배가 될 때 언니들 가은 선배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언니들에게 받은 사랑을 누군가에게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라고 생각이 많이 들었죠.”



세 사람의 케미는 스크린을 뚫고 나온다. 박혜수는 고아성, 이솜을 만나면서 성격도 바뀌게 됐다고 한다. 언니들에게 받은 사랑을 설명하는데 그의 눈에서는 ‘행복함’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사람들과 같이 있는 게 재밌어졌어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촬영하고 쉴 때는 혼자 있는 걸 좋아했는데 이번 영화를 찍고 나서 언니들과 가까워졌죠. 영화 촬영이 끝난 지 8개월이 됐는데 끊이지 않고 자주 만났어요. 사람들과 있을 때 에너지를 빼앗기는 게 아닌, 받으면서 더 행복해지고 성장했죠. 언니들을 만나고 달라진 건 많이 밝아졌어요. 저만의 벽이 저도 모르게 생긴 지점이 있었는데 이번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언니들의 애정을 느꼈죠. ‘왜 나를 좋아하는 것 같지?’라고 의아했는데 아성 언니는 처음부터 저를 좋아해주셨어요. 실제로 감정이 전해지더라고요. 쳐다보는데 눈에 애정이 전달됐어요. 선배님이 그렇게 봐주시니까 행복하고 제 자신이 기특하더라고요. (웃음)”

2015년 드라마 ‘용팔이’로 데뷔한 박혜수는 다양한 작품과 캐릭터를 맡으며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연기 변신에 대한 두려움보다 도전을 통해 성장을 보여주고 싶다고 바란 박혜수. 그의 날갯짓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변신이 재밌어요. 매 작품마다 아예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배우로서 좋은 기회인 것 같아요. ‘포스터를 보고 한참 동안 박혜수를 찾았다’라는 글을 보고 뿌듯하더라고요. 다음에는 또 다른 새로운 변신을 하고 싶어요. 제가 스스로에게 칭찬보다는 채찍질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에요. 연기를 시작했을 때 되게 빨리 기회들이 저에게 주어졌어요. ‘이 운이 끝나지 않으려면 내가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 사람이어야하는데’라는 생각을 많이 했죠. 한 작품, 한 작품마다 많이는 아니더라도 조금씩, 계속, 꾸준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더셀럽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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