뒹굴고 뛰고…남은 건 정우의 열연, ‘이웃사촌’ [씨네리뷰]
입력 2020. 11.25. 10:49:44
[더셀럽 전예슬 기자]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된다고 했던가. 낮이고, 밤이고 24시간 도청 임무를 수행하다 정을 느끼게 되고 변화를 겪어간다. 그러나 단조롭게 흘러가는 과정 탓에 배우 정우의 열연만 남은 영화 ‘이웃사촌’(감독 이환경)이다.

‘이웃사촌’은 2013년 1280만 관객을 동원한 ‘7번방의 선물’ 이환경 감독이 7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고립된 공간이라는 공통적인 설정을 부여한다. ‘7번방의 선물’에선 교도소 안에 억울하게 갇힌 용구(류승룡)의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갔다면 ‘이웃사촌’에서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자택격리된 정치인 의식(오달수)이 등장한다.

의식은 해외에서 입국하자마자 오래 전부터 자신을 견제해온 안정부 김실장(김희원)에 의해 강제적 자택격리를 당하게 된다. 24시간 도청을 담당하게 된 대권.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그는 의식의 이웃사촌으로 위장해 팀원들과 비밀 작전을 개시한다.

이환경 감독은 자신의 장기인 코미디와 휴머니즘을 ‘이웃사촌’에도 버무려냈다. 1980년대를 그리고 있지만, 2020년 코로나19로 자가격리 및 사회적 거리두기를 경험하게 된 현 상황과 묘하게 맞물려 있어 공감을 자아낸다.



영화는 개인에서 가족으로, 가족에서 우리로 변모해가는 ‘우정’과 ‘사랑’의 중요성을 관객들에게 전한다. 하지만 관객을 설득해가는 과정이 뻔한 캐릭터와 익숙하고 예측 가능한 결말 탓에 밋밋하게 다가온다. 후반부로 갈수록 러닝타임이 더욱 길게 느껴지는 건 단조로운 구성이 한 몫을 한 셈.

그럼에도 다행인 건 정우의 연기다. 극 초반, 재래식 변기 속으로 들어가는 장면부터 속옷만 입은 채 도로 위를 뛰어다니는 모습까지 몸 사리지 않는 열연을 선보인다. 이뿐만 아니다. 능청스러움으로 똘똘 뭉친 생활 연기의 진수를 보여주던 그는 후반으로 갈수로 복잡미묘한 내면의 변화를 겪는 인물을 섬세하게 표현해낸다.

더불어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안정부 기획조정실 김실장 역의 김희원은 피도 눈물도 없는 역할로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또 정우와 함께 팀원으로 등장하는 김병철, 조현철의 감초 연기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김병철, 조현철, 그리고 염혜란의 쫓고 쫓기는 숨바꼭질 장면은 ‘이웃사촌’의 또 다른 웃음 포인트다.

오달수를 향한 관객들의 시선이 어떨지는 미지수다. 앞서 ‘미투’ 논란에 휩싸여 활동을 중단했던 터라 정의롭고, 따스하고, 가족과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을 지닌 의식 역에 얼마만큼 몰입할 지는 관객의 몫인 것.

흥행을 향한 레이스는 시작됐다.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격상된 현재, ‘이웃사촌’은 유쾌한 웃음, 위로와 감동으로 얼어붙은 마음을 녹일 수 있을까.

‘이웃사촌’은 오늘(25일) 전국 동시 개봉됐다. 러닝타임은 130분. 12세이상관람가.

[더셀럽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리틀빅픽처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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