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굴’ 조우진 “전환점이 되길 기대해요” [인터뷰]
입력 2020. 11.26. 16:14:42
[더셀럽 김지영 기자] ‘내부자들’로 대중에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던 배우 조우진이 이제는 캐릭터를 갖고 놀 수 있는 배우로 성장했다. 매 작품마다 약간의 간극으로 관객에게 재미를 선사했던 그가 이번 ‘도굴’에서는 이제훈과 환상의 호흡을 보인다.

최근 개봉한 ‘도굴’은 타고난 천재 도굴꾼 강동구(이제훈)가 전국의 전문가들과 함께 땅 속에 숨어있는 유물을 파헤치며 짜릿한 판을 벌이는 범죄오락영화. 조우진은 극 중 강동구가 소문을 듣고 어렵사리 찾아간 존스 박사로 분했다.

도굴꾼 생활을 청산하고자 인사동에서 외국인을 상대로 각종 관광상품을 팔던 존스 박사는 강동구의 꼬임에 넘어가 다시 일을 시작한다. 처음엔 강동구의 말에 모른 척을 하다 강동구와 혜리(박세완)가 존스 박사를 추켜세우자 가판대 아래에 뒀던 인디아나 존스를 연상케 하는 패도라헷을 꺼내 든다. 도굴꾼 일을 그만뒀다고 하지만, 항상 마음 속에 영화 속 존스와 같은 인물이 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극 중 존스 박사가 할리우드 영화 ‘인디아나 존스’ 속 존스 박사를 꿈꿨던 것처럼, 조우진에게도 꿈이 있었다. ‘내부자들’로 냉철하고 잔인하며 날카로운 이미지를 선보였던 그는 이후에도 ‘더 킹’ ‘원라인’ ‘V.I.P’ ‘강철비’ ‘마약왕’ ‘돈’ 등에서 차갑고 정해진 규율을 지키는 고위 공무원 캐릭터로 극에 포인트를 줬다. 센 역할이 그의 취향이었다.

“제 취향이었다. 술도 세고 짙고 어두운 것을 좋아하는데, 감정이 밝든 어둡든, 극한을 좋아하는 것 같다. 무거운 영화를 좋아하기도 하고. 뭐라고 형용할 수 없지만, 그쪽에 이끌렸던 것 같다. 이번에 ‘도굴’을 선택한 게 이미지 변신을 위한 의도는 아니었다.”

비슷한 성향의 캐릭터를 여러 작품을 통해 보이면서도 약간의 변주를 주고, 드라마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영화 ‘보안관’ 등으로 코믹한 캐릭터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이번 ‘도굴’에서도 조우진은 그만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한다. 이제훈과 티키타카를 선보이며 웃음을 선사한다. 오랜만에 보는 그의 밝은 캐릭터 연기에 반가운 것도 한몫한다.

“‘도굴’을 통해서 밝고 경쾌한 캐릭터 경험을 해보고 좋은 반응으로 이어진다면 좋겠지만, 의도한 선택은 아니다. 밝든, 어둡든 열심히 주어진 대로 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내부자들’로 운 좋게 기회가 왔을 때 가졌던 마음가짐이다. 그래서 초심이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작품을 통해서 자신감을 얻게 된다면 다양한 작품과 인물에 도전을 해보자는 도전의식도 갖자는 생각이었다.”



‘도굴’은 그런 도전의식에서 시작한 작품이었다. 범죄오락물 특성상 인물 간의 티키타카, 쫀쫀한 재미를 선사하는 것이 중요한데, ‘도굴’의 대본에 극 중 인물끼리 대사를 주고받는 재미가 녹여져 있었고, 속도감과 리듬감도 있었다. ‘도굴’은 더할 나위 없는 작품이었다.

“책에 완벽하게 나왔다. 대본 리딩을 할 때도 그렇고 속도감 있고 리듬감이 있어야 찰진 대사가 전달이 잘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같이 호흡한 배우들도 전작에서 이미 작업을 해본 사람들처럼 호흡이 잘 맞았고, 캐릭터마다 말투와 제스쳐들이 살아있었기 때문에 그에 따라서 하면 됐었다. 개인적으로 배우들의 능력치도 있겠지만, 상대적으로 큰 몫을 하는 것은 시나리오고 감독님이 인물들을 잘 살려줘 귀엽고 밝은 영화가 나오지 않았나 싶다.”

함께한 배우들끼리 마음이 맞고, 박정배 감독의 연출력이 합을 이뤘다. 특히 존스 박사를 상징하는 인디아나 존스 모자도 이제훈의 아이디어에서 탄생한 것이었다. 대본에 없던 설정을 이제훈이 아이디어를 내고, 박정배 감독이 흔쾌히 받아주고 조우진이 이를 살렸다.

“동네 노점상이나 하는 아저씨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인디아나 존스 모자를 쓴다는 설정을 넣었다. 싱크로율을 목표로 한 캐릭터는 아니다. 그저 인디아나 존스를 흉내 내고 좋아하는 사람일 뿐이다. 영화적이고 장르적인 설정이라고 생각해 현실성과는 떨어질 수 있더라도 화면을 통해서 봤을 때는 영감을 받을 수 있지 않나. 극 말미 존스 박사의 모자가 떠내려가고 나오는 노래도 현장에서 아이디어로 탄생한 장면이다. 그런 장면들을 넣길 잘한 것 같다. 혼자 한 게 아니고 동구라는 제훈 씨가 옆에서 챙겨주니까. 농도와 밀도가 달라져 더 재미가 높아졌다.”



여러 출연했던 작품 중 대부분 범죄드라마 장르에 치우쳐진 조우진은 이번 ‘도굴’을 통해 한결 가벼워 보였지만, 단번에 코믹 장르의 장단점을 꼽지는 않았다. “더 해봐야 알 것 같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코믹 영화의 장점은 현장에서 유연하게 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진중한 캐릭터를 할 때마다 주어진 작품에 감사함으로 임했지만 매일 긴장하고, 심장이 두근거리고 내가 즐기고 있는 건지, 아닌지 걱정을 할 때가 있었다. 제 연기에 관객들이 피로감을 느끼실지도 모르니 밝은 캐릭터를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던 차에 선택한 게 ‘도굴’이었다. 전작에 비해 가벼운 마음으로 책도 읽고, 분석도 하고, 감독님과 아이디어도 나누고, 리드 메이킹까지는 아니더라도 같이 신명나게 작업을 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장점이 되는 것 같다.”

조우진은 그런 점에서 ‘도굴’이 자신의 전환점이 되길 바랐다. 이는 이번 작품을 통해서 가벼운 캐릭터만 추구하고자 하는 의미가 아니다. 마음의 전환점이자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을 법한 마음가짐이었다.

“좀 더 다양하게 작품을 해내야 하고 성장은 계속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못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면 안 되지 않나. 이전과 비슷한 느낌을 줘선 안 된다. 보시는 관객들의 잣대가 높아졌다. 그래야 예술문화가 발전한다. 연기를 업으로 삼는 사람으로서, 대중의 안목에 발맞춰가면서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추감을 가질 수 있도록 작업방식을 끊임없이 배우고 정신 차리자는 생각을 많이 한다.”

조우진은 단순히 연기를 더 잘하기 위해 고민을 하는 것을 너머를 생각하고 원하고 있었다. 더 좋은 사람, 좋은 연기를 보여줄 조우진의 행보에 더욱더 기대감이 모인다.

“연기를 통해 배워가는 게 있는 것 같다. 작품 속 캐릭터를 통해 발견하지 못했던 제 모습을 발견하고,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도움을 받는다. 앞으로 어떤 제 모습을 발견할지 궁금하다. 그저 연기 실력을 높이는 게 아니고 좋은 사람으로서 나아갈 수 있을지의 기대가 있다.”

[더셀럽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CJ 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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