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준의 새로운 시작점이 될 ‘럭키 몬스터’ [인터뷰①]
입력 2020. 12.15. 17:14:43
[더셀럽 김지영 기자] 관객의 시선을 강탈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적은 분량의, 대중에게 인지도가 낮은 신인이 신스틸러를 맡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 어려운 일을 신인 박성준이 영화 ‘럭키 몬스터’에서 해냈다. 데뷔한 지 7년 차인 중고 신인이지만, 그의 앞날이 더욱 기대된다.

최근 개봉한 ‘럭키 몬스터’는 빚더미 쭈구리 인생을 살고 있는 도맹수(김도윤)가 의문의 환청 럭키 몬스터(박성준)의 시그널로 로또 1등에 당첨된 후, 위장이혼 뒤 사라진 아내 성리아(장진희)를 찾아 나서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벼락부자 폭주극.

도맹수에게만 들리는 목소리로 극 중반까지 럭키 몬스터의 존재는 그려지지 않는다. 환청을 표현하는 ‘도맹수를 위한 FM라디오’라는 설정은 관객에게 신선하게 다가온다. 환청을 거부하고 이겨내려던 도맹수는 극이 진행될수록 환청이 들리는 대로 행동하면서 럭키 몬스터도 형상화되고 도맹수도 극 초반과 다른 양상을 띤다.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도맹수와 달리 활달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럭키 몬스터는 도맹수의 환청이라고 하기에는 거리감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도맹수가 럭키 몬스터의 목소리대로 따라가면서 럭키 몬스터를 넘어서는 인물이 되곤 영화가 막을 내린다. 신선한 연출력과 그간 독립영화계에서도 본 적 없는 전개에 강렬한 인상을 남긴 ‘럭키 몬스터’. 그중에서도 영화에 큰 포인트를 준 박성준의 연기는 이번 작품에서의 가장 큰 수확이며 그간 빛을 보지 못했던 박성준의 발견이다.

박성준은 고교시절 우연히 연극부에 들어가면서 연기를 시작했다. 그 뒤로 연극영화과에 진학하고 작은 역들을 전전하다 군에 입대했다. 제대 후 단역에서 조연을 맡게 되고, 그리고 만난 게 ‘럭키 몬스터’ 주연이었다.

“영화제작 커뮤니티에 오디션 공지가 올라와서 오디션을 보게 됐다. 감독님을 뵙는 최종 오디션에서 시나리오를 보고 갔어야 했는데 전달 과정에서 문제가 있어 시나리오를 못 봤다. 감독님께서 다행히 시나리오 볼 시간을 주셔서 한 시간 동안 보고 오디션을 봤다. 연기를 잘 해야겠다는 생각보다 책임, 호기심을 갖고 들어갔던 것 같다. 감독님께서 절 보고 첫 마디가 ‘생각보다 옷을 잘 입으시고 힙하시네요’ 했던 것 같다.”

박성준이 오디션에 입고 간 옷은 모친의 머플러였다. 엄마에겐 말하지 않고 착용하고 간 머플러가 봉준영 감독에게 깊은 인상을 준 듯 했다. 봉준영 감독은 박성준의 캐스팅 이유에 유니크한 이미지가 인상에 남았다고 밝혔다. 어머니의 힘을 받아 캐스팅 확정까지 힘을 받은 것이 아닐까. 박성준은 모처럼 온 영화 주연 기회를 잘 소화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처음엔 감을 제대로 잡지 못해 헤맸다고 털어놨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연기로 가능할지 고민이 있었다. 시나리오가 한 번에 읽히지도 않았고. 캐스팅이 되고 나서 김도윤 선배님과 감독님을 만나서 얘기를 해보니 생각보다 간결하게 접근을 해도 되겠구나 싶었다. 럭키 몬스터는 도맹수의 또 다른 자아고 이기적인 친구라고 생각하면 접근하기 쉬울 것 같다는 조언에 그때부터 마음 편하게 접근했다. 하지만 처음 전체 리딩할 때 대사 한 줄 읽고 감독님 피드백 받고 굉장히 헤맸다. 밝은 분위기는 아니고 또 다른 자아가 어둡겠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감독님께서 꾸러기 같고 악동같이 접근해 달라고 하시더라. 이야기를 나누고 소통을 하는 역할은 도맹수 한 명밖에 없지만 대꾸도 없고 혼자 얘기하는 역할이고. 그래서 어려웠다. 감독님 피드백을 듣고 잡아갔다.”

박성준은 럭키 몬스터가 도맹수 내면의 목소리다 보니 도맹수와 비슷한 침울한 톤을 가졌으리라 짐작했다. 더군다나 촬영에 들어가기 전, 개인적으로 침체기에 빠져 있었던 박성준은 럭키 몬스터의 목소리 톤을 잡는 것에 무척이나 애를 썼다.

“처음엔 톤을 낮게 잡고 접근했는데 높여서 다시 조정했다. 중계 해설위원 같은 장면도 있어서 축구나 농구경기를 보면서 참고했다. ‘동물의 왕국’ 오프닝 장면도 연습을 정말 많이 했는데 잘 안 되더라. 많이 준비한 만큼 현장에서 잘했어야 했는데 역시나 현장에서 여러 번 갔고 스태프 모두가 도와주는 현상까지 갔었다. 사실 제가 그때 톤 다운된 시기였는데 밝은 연기를 하려고 하니 좀 어려움이 있었던 것 같다. 연습을 많이 하기도 했지만 스스로 기분전환을 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 대본리딩에서 주눅이 들 정도로 자신감이 낮았던 박성준은 많은 고민과 회차를 거듭하면서 조금씩 나아졌다. 이후엔 봉준영 감독의 디렉션이 없어도 한, 두 컷 만에 오케이를 받아내기도 했다.

“경험도 많이 없었고 나이도 제일 어려서 주눅이 많이 든 상태였다. 사실 KAFA에서 제작하는 영화를 너무 하고 싶었다. 그래서 준비도 많이 한다고 했는데 피드백이 오니까 부족함을 느꼈다. 계속 고민을 하고 촬영을 하고 난 뒤엔 감독님이 바로 오케이를 해주셨다. 정말 잘해서 그런 건지, 아닌지 몰라서 감독님에게 ‘저 잘하고 있는 거 맞냐’고 물어보니 잘해서 아무 말도 안 한다고 하셨다. 저는 계속 아쉬웠다.(웃음)”



도맹수의 환청인 럭키 몬스터는 그의 이상형이다. 내성적이던 도맹수가 바라고 원하던 활발한 친구가 럭키 몬스터인 것이다. 박성준은 활발했던 자신의 과거 모습을 떠올리며 캐릭터에 몰입했다.

“20대 초중반에는 럭키 몬스터였던 것 같다. 주변 지인들한테는 밝고 까불거리고 엉뚱하고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그랬었다. 27살, 28살에 군대를 다녀오고 나서부터는 좋게 말해선 차분해지고 안 좋게 말하면 톤이 다운돼서 제 실제 성격과 캐릭터의 간극을 좁히는 게 어려웠다. 감독님께서 럭키 몬스터는 도맹수의 고교 시절 재밌는 동창이라는 설명이 몰입하기에 도움이 됐다.”

럭키 몬스터가 실존하는 인물이 아니다 보니 극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의상을 입고 등장한다. 봉준영 감독은 럭키 몬스터의 보라색 후드 티셔츠에도 의미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어렸을 때 광기에 해당되는 색이 보라색이라고들 말하지 않나. 그래서 보라색 후드티셔츠를 입혔다”고 설명했다.

“영화에서 입고 나온 신발만 제 것이고 나머지는 영화 의상팀에서 준비를 해주셨다. 워낙 특수한 역할이니 허용되는 범위가 좁았다. 마지막 공장 신에서 보라색 후드 티셔츠에 코트를 입은 것은 제 아이디어였다. 도맹수가 입던 코트를 럭키 몬스터가 입으면 안 어울리겠지만 어떨 것 같냐는 의견을 제안을 내고 감독님께서 받아주셨다.”

박성준에게 첫 주연 영화인 ‘럭키 몬스터’ 현장은 매 순간이 배움이었다. 함께 호흡한 김도윤의 열정을 배우고 영화 촬영 시스템을 전체적으로 익혔다. 낯가림이 있다고 밝힌 박성준은 많은 것을 배웠지만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보지 못해 개인적인 아쉬움이 남았다고 털어놨다.

“첫 장편 주연이라 배울 게 너무나도 많겠다는 생각을 하고 임했는데 역시나 많이 배웠다. 누구 하나 피곤해하지 않고 한 신을 만들어내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부으면서 영화를 만든다는 것을 배웠다. 내 연기만 잘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큰 틀을 만들어가는 제작자의 입장에서도 의무감에 임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많이 배웠지만,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보지 못해서 아쉬움이 있다. 공장신의 의상 제안도 처음 낸 의견이었고 제 마지막 촬영이었다. 정답이 아니더라도 이야기하면서 만드는 게 영화지 않나. 그 부분을 많이 못해서 아쉽다.”

②로 이어집니다.

[더셀럽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KAF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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