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전야’ 유태오 “래환, 편견으로 접근하지 않아…기억에 남는 배우 되고파” [인터뷰]
입력 2021. 02.24. 15:03:17
[더셀럽 김지영 기자] 인지도를 조금씩 쌓아가고 있는 배우 유태오가 영화 ‘새해전야’로 색다른 모습을 보였다. 그간 악역 캐릭터를 주로 맡았던 유태오의 재발견이다.

최근 개봉한 ‘새해전야’는 인생 비수기를 끝내고 새해엔 더 행복해지고 싶은 네 커플의 두려움과 설렘 가득한 일주일을 그린다. 유태오는 극 중 신체적인 장애를 극복하고 국가대표 패럴림픽 스노우보드 선수가 된 래환으로 분한다.

스노우보드를 위해 독일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설정인 래환은 한국에서 만난 오월(최수영)과 오랜 기간 사랑을 나누고 있다. 그간 빛을 보지 못하던 래환은 에이전시와 계약을 맺게 되면서 대중과 가까워지는 대신, 외부 시선으로 인해 오월과 잠시 멀어진다. 오월과 함께할 때면 행복했던 래환은 다른 사람들 때문에 자신이 낮아진다는 것을 깨닫고 오월과 이야기를 나누지만 좋게 풀리진 않고, 잠시 시련을 겪은 후 해피엔딩을 맞는다.

타인의 차별성과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두 사람의 사랑에 집중하는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다는 유태오는 농구선수를 꿈꿨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자신 또한 NBA 선수를 희망했지만 잦은 부상과 수술로 결국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래환의 신체장애가 오월과의 사랑에는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설정이 유태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래환과 오월의 관계에 선입견이 없어서 좋았다. 대부분 이러한 영화에서 그려지는 갈등이 주된 이야기가 되지 않나. 하지만 ‘새해전야’의 래환과 오월에게는 문제가 보이지 않았고, 세계가 이들을 바라보는 편견 안에서 이들의 영향에 관한 이야기여서 좋았다. 사랑하면 둘만의 관계가 중요하지 다른 사람의 시선이 무엇이 중요하냐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 했다.”

유태오는 래환을 연기하기 위해 자료조사를 통해 캐릭터에 접근했다. 패럴림픽 선수 중 대부분이 사고로 신체장애를 겪게 된 경우라는 것을 알았고, 패럴림픽 스노우보드 박항승 선수에데 도움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래환에겐 내적인 문제가 있다. 그런 문제를 연기를 통해서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심경을 어떻게 알겠나. 머리로는 이해하는데 마음으로 이해하는 것은 다르다. 패럴림픽 선수 80, 90%는 사고로 신체를 잃으신 분들이라는 것을 알았고 래환의 실제 모델인 박항승 선수께 도움을 받았다. 얼마나 긍정적으로 세상을 살고 여러 가지 극복해야 하는 요소를 알게 됐다. 또 저도 농구선수를 꿈꿨지만 다리 수술을 받으면서 꿈을 포기하고, 정체성을 바꾸고 시련을 극복한 경험이 있기에 심적인 부분에선 공감을 했다. 다리를 잃은 것과 완전히 다른 면이긴 하지만 제 경험을 갖고 와서 연기를 해야 하니 도움을 받은 것이다.”



신체적인 장애를 갖고 있으면서 내면의 아픔도 지닌 래환을 표현하는 것은 그가 가장 신경 쓴 부분이자 어려웠던 요소였다. 혹시 모를 무의식에 남아있는 편견이 비춰질 수 있을까 우려했고 래환이 불쌍하게 보이지 않도록 노력했다.

“캐릭터를 접근할 때 편견 없이 다가가야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감을 하고 캐릭터를 감싸야 한다. 하지만 표현할 때마다 항상 겁이 난다. 무의식에 남아있는 편견, 비판하는 면이 있을까 스스로에게 계속 질문했다. 그래서 래환을 통해 트라우마를 극복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무엇보다도 불쌍하게 여기지 않았던 게 핵심이다. 유태오라는 사람이 캐릭터를 불쌍하게 여기면 연기에 영향을 끼치고 결국 파멸된다. 그런 요소들을 가장 걱정하고 조심했다.”

독일출신인 래환은 한국으로 귀국하고 오월을 만난다는 설정이다. 영화엔 자세하게 그려지지 않지만 유태오는 래환의 서사를 차근차근 쌓아가며 캐릭터를 만들어나갔다. 오월의 도움을 받아 아직은 미성숙하고 철이 들지 않은 설정도 홍지영 감독과 이야기를 통해 구축했다.

“한국에서 만난 오월이 자신을 편견 없이 바라보는 게 매력적이며 털털하고 밝은 성격에 매력이 끌렸다고 생각한다. 오월이 이끄는 커플이니 습관이 생겨서 당연하게 여길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철이 들지 않은 면, 미성숙한 면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똑같은 대사를 어떻게 몸의 소리로 내느냐에 따라 성숙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순수하게 느껴질 수도 있기에 감독님과 함께 만들었다.”

그가 맡아보지 않은 캐릭터를 소화하고 표현하는 것은 유태오에게 또 다른 도전이었다. ‘새해전야’ 촬영 당시 tvN 드라마 ‘머니게임’으로 래환과 180도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던 그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모두 힘든 시기였다고 털어놨다.

“저에게 도전한 시기였다. 어느 수준까지 육체적으로 채울 수 있을지 도전했다. 해외 드라마를 찍으면서 유럽을 오가고, 시차적응도 안 된 상태에서 트레이닝 준비를 해야 했다. 완전히 다른 ‘머니게임’ 유진한과 래환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욕심이 있었다. 도전정신도 있었고. 또 그때만큼 바빠질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 경험과 시기가 앞으로의 저에게 덜 불안하게 해주는, 발전시켜주는 기간이었던 것 같다.



유태오는 지난 2019년 러시아 영화 ‘레토’로 칸 영화제에 입성하고 국내 대중들에게 입지를 조금씩 쌓아가고 있다. 본격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간이지만, 여러 작품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입지를 조금씩 쌓고 있다.

“차기작을 고를 땐 새로운 작품이길 바란다. 그 다음 기준은 국내에서 못 봤던 부분에 포커스를, 무엇보다도 제가 재미를 느껴야 한다. 성과를 내면서 재미도 있어야 하니까. 지금까지의 모든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을 좋아한다. 했던 것을 또 하면 해왔던 연기에 기대는 게 습관이 될까봐 두려워서 그런 것 같다. 스스로 발전해가는 모습이 안 느껴지면 흥미를 잃는다. 그건 제 딜레마이기도 하다. 새로운 것을 항상 경험하고 배우는 게 연기의 매력인 것 같다.”

연기에 욕심이 많고 다양한 작품을 맡고 싶다는 유태오. 그는 훗날 영화 역사에 오래 남을 배우를 꿈꿨다. 지금 누군가에겐 이제 막 알려진 배우 혹은 여러 작품에서 다채로운 모습을 확인한 배우로 기억되고 있을 유태오가 써내려갈 성장기에 기대감이 모인다.

“영화 역사에서 기억이 남는 배우가 되고 싶다. 먼 미래에 사람들이 제가 출연한 영화를 보면서 영감을 줄 수 있는 배우인 것 같다. 제가 어렸을 때 봐왔던 영화를 보면서 느낀 점이 있었고 그런 영화 덕분에 제 인생을 발전시킨 면이 많아서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

[더셀럽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더셀럽 주요뉴스

인기기사

더셀럽 패션

더셀럽 뷰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