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면’ 이다윗 “첫 번째로 올라가는 내 이름 보며 ‘책임감’ 생겨” [인터뷰]
입력 2021. 03.30. 16:11:49

'최면' 이다윗 인터뷰

[더셀럽 전예슬 기자] ‘최면’에 배우 이다윗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상상조차 가지 않는다. 영화의 기둥 역할을 탄탄히 해낸 그다.

최근 영화 ‘최면’(감독 최재훈) 개봉을 앞두고 기자들과 화상 인터뷰를 진행한 이다윗. 지난 24일 개봉된 ‘최면’은 최교수(손병호)에 의해 최면 체험을 하게 된 도현(이다윗)과 친구들에게 시작된 악몽의 잔상들과 섬뜩하게 뒤엉킨 소름 끼치는 사건을 그린 공포 스릴러다. 앞서 시사회 후 진행된 간담회에서 공포영화 장르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밝힌 이다윗이 이 영화 출연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공포영화를 만드는 것과 보는 건 다른 일인 것 같아요. 만드는 것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죠. ‘사바하’에선 감독님이 쓰셨던 대사 한 줄에 꽂혀서 너무 하고 싶었어요. ‘최면’은 최면 속에 이미지를 만들어낸다는 것에 강한 호기심을 느껴 하고 싶었죠.”

이다윗은 극중 호기심 많은 영문학도 도현 역을 맡았다. 준비되지 않은 채 최교수에게 갑자기 최면을 경험하게 되고 이후 기이한 환각 증세에 시달리며 점점 이상행동을 하기 시작한다. 최면 속에서 스스로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의 기억들과 마주하게 되면서 공포에 휩싸인다.

“과거에 어떤 일들이 있었기에 현재 도현에겐 싸함이 있다고 느꼈어요. 영화에서 담아낸 것도 있고, 편집된 것도 있죠. 싸한 느낌의 착함을 연기하겠다고 의도한 건 아니에요. 병준(김도훈)이가 때리는 신 중 상대방이 피떡이 되는 걸 보고도 나중에 ‘그만해’라고 하죠. 그런 모습들이 대본에 있었기에 착하게 표현해도 싸하다는 느낌을 주지 않을까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도현은 인간 심리에 관심이 많은 인물이다. 이다윗은 도현과 자신의 닮은 점에 대해 “탐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떤 하나를 보면 원리를 알고, 파헤쳐야 해요. 예를 들면 윈도우를 처음 쓰면 프로세스 기본 툴, 뭘 권장하고 돌아가는지 원리를 알아야 속이 편하죠. 도현이도 그런 식으로 빠져들어 파헤쳐요. 그런 모습들이 너무 이해됐죠.”

‘최면’은 인간의 간사한 기억에 대해 이야기한다. 학폭, 미투의 진실성 논란 속에는 ‘기억의 빈틈’이 있다고 보고, 각자 기억하고 있는 과거에 대한 ‘진실성’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최면’은 최근 연예계를 뜨겁게 달군 ‘학폭 이슈’와 맞물려 있다.

“생각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나와 있는 내용 중 하나였으니까요. 사회적인 이슈가 생겨났고, 그것에 대해 다시 저를 되돌아보게 된 것 같아요. 영화에 제 이름이 첫 번째로 올라가는 게 좋으면서도 그만큼의 무서움도 있었죠. 이런 영화를 찍고 하는 것에 대한 책임감이 있어 저를 뒤돌아보게 된 것 같아요. ‘나 자신은 어땠나’ 하면서, ‘나는 좋은 사람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최면’에는 이다윗을 비롯해 조현, 김도훈 등 젊은 배우들이 출동한다. 이중 이다윗은 가장 오랫동안 연기 경력을 쌓은 ‘베테랑’이다. 상대적으로 연기 경력이 짧은 배우들과 호흡은 어땠을까.

“나이대는 다 비슷하지만 연기 경력이 제가 조금 더 많을 뿐이에요. 하나라도 작품을 더 한 사람으로서 부끄럽지 않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죠. 친구들이 저에게 의지한지 모르겠지만, 어느 정도는 힘이 되어야지 않을까 생각했죠. 친구들 모두 ‘열정맨’이었어요. 촬영 전날 먼저 전화 와서 내일 찍을 것에 대해 이야기하자고 하고요. 하루에 2~3시간 씩 붙잡고 대본 연습하고, 얘기 했죠.”

이다윗은 2003년 KBS1 드라마 ‘무인시대’로 데뷔해 이창동 감독의 ‘시’로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호텔 델루나’, 영화 ‘사바하’ ‘스윙키즈’ ‘남한산성’ 등에 출연하며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냈다. 어느덧 데뷔 19년차인 만큼 감회도 새로울 터.

“걸음을 빨리 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천천히 걸어가고 있죠. 그러다보니 19년차가 된 것 같아요. 오래하다 보니까 너무 익숙해지기도 했죠. 당연해지기도 하고요. ‘내가 이만큼 컸구나’란 생각은 안 들어요. 19년차인데 ‘연기 말고, 다른 것을 한 게 있나’란 생각은 들었어요. 앞으로 내 삶에 연기가 아닌, 다른 것을 채워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며 대중들을 만나고 있는 이다윗. 충무로를 이끌어가고 있는 배우로서 대중들에게 어떤 배우로 다가가고 싶을까. 또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을까. ‘이다윗 만의 색깔’을 채워나갈 그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잘 되고 싶다가 아닌, 잘 하고 싶다’가 첫 번째 목표에요. 그렇게 잘하다 보면 언젠간 영화계의 중심이 되어 있지 않을까요? 어떠한 수식어 없이 한 가운데에 서있고 싶어요.”

[더셀럽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스마일이엔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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