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박스’ 조달환, 깎아내고 덜어내려 했던 이유 [인터뷰]
입력 2021. 04.01. 15:21:53

'더 박스' 조달환

[더셀럽 전예슬 기자] 조달환이 없었다면 이 영화는 어땠을까. 특유의 능청스러움, 감초 연기로 극의 맛을 제대로 살린 조달환이다.

기자는 최근 조달환과 인터뷰를 통해 영화 ‘더 박스’(감독 양정웅)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코로나19 확산세를 막기 위해 이날 인터뷰는 화상으로 진행됐다.

‘더 박스’는 박스를 써야만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지훈(박찬열)과 성공이 제일 중요한 폼생폼사 프로듀서 민수(조달환)의 기적 같은 버스킹 로드 무비다. 조달환이 맡은 민수는 원석을 보석으로 만드는 능력으로 음반기획자로 최고의 정점을 찍었지만 지금은 사채 빚 밖에 가진 게 없는 무일푼 프로듀서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마주한 지훈의 노래에서 강렬한 가능성을 알게 된다. 트라우마로 인해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지 못한다며 지훈이 거절하자 민수는 박스를 쓰고 노래하는 건 어떠냐고 제안한다.

“민수 역은 그냥 하고 싶었어요. 대본 보기 전, 제의 받았을 때 첫 번째 캐스팅안은 아니었을 거예요. 우리나라에서 당대 잘나가는 배우님이 캐스팅 될 예정이었는데 못 한다고 했더라고요. 후보 세 명까지 들었는데 저에게 운 좋게 제의가 왔어요. 안 할 이유가 없었죠. 찬열 씨는 세계적인 아이돌 스타고, 음악 영화란 점에서 사랑받을 것 같았어요. ‘비긴어게인’ ‘원스’ 같은 조력자 역할이라 안 할 이유가 없었죠. 제가 결혼 후 육아하느라 여행을 간 적 없었어요. 전국을 여행하면서 음식을 먹는다고 해서 흔쾌히 참여에 임했습니다.”



조달환은 ‘더 박스’를 통해 조금은 거칠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은 누구보다 순수한 캐릭터로 분했다. 음악만은 날카롭게 판단하는 카리스마와 자신이 발굴해 낸 아티스트에 대한 의리 있는 모습 등. 프로 같은 면모와 휴머니즘이 전달되는 감성까지 제대로 영화의 드라마를 살려낸 그다.

“치밀함과 섹시함에 중점을 뒀어요. 하하. 만족은 글쎄요. 입체적이고 풍부하게 보이려면 진중하지만 말의 뉘앙스나 단어 선택에 위트가 있었으면 했죠. 편집했을 때 단조롭고, 힘을 절제한 건 아닌가하는 아쉬움이 있었어요. 결론적으로 영화 전반적인 톤앤매너는 지훈이 빛나고, 민수가 받쳐주는 느낌이 잘 어울리더라고요. 기존과 다른 조달환의 캐릭터가 아니었나 싶어요. 절제를 많이 하려고 했거든요. 연출하시는 분들에게 신을 잡아먹는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조연을 많이 해서 그런가, 살아남으려고, 힘이 많이 들어간 느낌이 있었죠. 주연을 할 땐 힘을 많이 뺐어요. 이번에는 깎아내리고, 덜어내려고 노력을 많이 했죠.”

지난달 24일 개봉한 ‘더 박스’는 개봉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또 해외 러브콜이 이어지며 11개국에 개봉을 확정했다. 한국 감성이 담긴 ‘웰메이드 음악영화’의 탄생을 알린 것.

“예산이 많지 않았어요. 그럼에도 가성비에 비해 음악 등 너무 좋은 장면들을 만들어주셨죠. 마치 10만 원을 냈는데 30~50만 원 짜리 음식을 맛 본 느낌이라고 할까요. 그런 부분에선 적은 예산이 티 나지 않게 예쁘고, 웅장하게 완성됐어요. 가성비적으로 훌륭한 음악 영화가 나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지훈 역의 박찬열과 케미도 빛났다. 전국을 돌며 10번의 버스킹을 진행하는 동안, 어울리지 않을 듯 어우러지는 두 사람의 ‘묘한 케미’는 영화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찬열 씨와 호흡은 함께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을 거예요. 찬열 씨가 스태프들을 위해 선물을 사온 적도 있었죠. 어린 동생인데도 현장에서 임했던 태도를 보신 분들은 아실 거예요. 존경할만한 선배들이 할 만한 행동을 하고 있더라고요. 저는 연기에 집중한다고 못했는데 찬열 씨가 (선배 역할을) 해줬어요. 호흡뿐만 아니라 고마운 동생이죠. 즐거운 파트너였어요.”

‘더 박스’의 가장 큰 관람 포인트 중 하나는 세계적인 명곡들이 꽉 찬 음향으로 스크린을 채운다는 것이다. 콜드플레이, 빌리 아일리시, 퍼렐 윌리엄스, 쳇 베이커, 머라이어 캐리 등 최정상급 가수들의 곡으로 이뤄져 눈과 귀를 즐겁게 만든다.

“다른 분들이 ‘저작권에 돈을 다 썼냐’라고 하시더라고요. (웃음) 영화사테이크 대표님이 직원들을 통해 전문가들에게 손 편지를 썼다고 하셨어요. 저작권을 가지고 계신 분들에게 주기적으로 손 편지를 계속 보냈다고. 이분들은 자기의 곡이 작품에 실리는 것에 의미를 둘 거다라고 생각하셨대요. 주기적으로 러브콜을 보내고, 문을 두드리니 그분들이 허락해주셨어요. 감성을 자극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정말 초저예산으로 저렴하게 저작권을 받아내서 쓸 수 있었어요. 승낙을 받아내 명곡들이 영화에 실리게 됐죠.”

연기면 연기, 예능이면 예능, 그야말로 ‘만능 엔터테이너’다. 올해 1월 영화 ‘차인표’를 시작으로 ‘더 박스’ ‘큰엄마의 미친봉고’까지 작품을 통해 관객과 만날 예정인 조달환. 앞으로 그의 목표나 계획은 무엇일까.

“이 영화를 하면서 모터사이클을 처음 타봤어요. 모터사이클을 잘 탄다는 건 오래 타는 거예요. 코너에서 천천히 잘 돌고, 사고 나지 않게 타는 게 중요하더라고요. 연기도 그런 것 같아요. 제 연기력이 부족한 것도 알고, 유명한 선배님들 앞에서 연기력을 논하는 게 부끄럽지만요. 신구 선생님이 저에게 말씀해주신 건 ‘우리는 송중기나 원빈이 아닌 얼굴이니까 미친 듯이 연기해야 한다’라고 하셨죠. 그렇게 하다보면 어느 순간 좋은 배우가 돼있을 거라고 하셨어요. 연기도 오래 봐야 한다고. 모터사이클을 타는 것처럼 큰 사고 없이, 오래 건강하게 좋은 선배, 감독님, 작가들, 스태프와 하고 싶어요.”

[더셀럽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영화사테이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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