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산어보’ 변요한, 창대의 용기와 맞닿은 순간 [인터뷰]
- 입력 2021. 04.07. 14:54:47
- [더셀럽 전예슬 기자] 눈빛에서부터 보이고, 읽힌다. 그의 눈빛을 비롯해 목소리, 작은 행동 모든 것들이 ‘나는 창대다’라고 말하는 듯하다. ‘무한한 연기 스펙트럼’이란 말이 무엇인지 납득케 한 배우 변요한의 이야기다.
'자산어보' 변요한
기자는 최근 영화 ‘자산어보’(감독 이준익)에서 창대 역을 맡은 변요한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인터뷰는 화상으로 진행됐다.
“이준익 감독님의 작품을 다 봤어요. 설경구 선배님의 작품도 저의 베스트 안에 꼽혀있죠. 존경하고, 동경하는 선배님이자 감독님이세요. 두 분과 함께하게 돼 너무 좋았죠. 창대에게 매력을 느낀 건 창대의 용기와 불안함, 그리고 제가 연기를 하며 마지막 결승 지점에선 창대가 좋은 어른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느꼈어요. 창대의 용기와 저의 용기가 맞아 떨어진 거죠.”
앞서 언론배급시사회 당시, 변요한은 기자간담회에서 영화를 본 후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고 고백한 바. 눈물을 흘린 이유를 묻자 ‘기쁨의 눈물’이라고 답했다.
“너무 감사한 일이에요. 그것만큼 기쁜 일이 없죠. 눈물을 보인 건 오랜만에 영화를 봤는데 굉장히 감사한, 기쁨의 눈물이었어요. 별거 아니지만 예전 생각도 났고요. 영화가 주는 메시지도 그렇고. 기다리고 설렌 만큼 좋은 영화가 나온 것 같아 참지 않고 눈물을 흘렸어요.”
창대는 흑산도에서 나고 자란 섬 토박이 청년이다. 어려서부터 천자문, 소학, 명심보감 등 가리지 않고 책을 읽고 있지만 제대로 된 스승이 없어 글 공부에 한계를 느낀다. 그러던 중 흑산도로 유배 온 정약전이 물고기 지식을 알려주면, 글 공부를 도와주겠다고 거래를 제안한다. 그렇게 창대와 정약전은 신분, 나이를 뛰어넘으며 서로의 ‘벗’이 되어간다.
“시나리오를 꼼꼼하게 봤어요. 잘 읽혀지면서도 어렵더라고요. 창대를 연기하려 하니 막막하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했어요. 분명히 나랑 닮아있는데 어떻게 표현해야하나, 제 그릇으로 표현하기엔 부족한 느낌이 들었죠. 주변을 봤더니 친구들도 그렇고 다 닮아있더라고요. 그분들을 통해 영감을 얻었고, 시나리오 안 창대의 뿌리 안에서 파생시킬 수 있었어요. 마음의 준비를 하고 현장에 갔을 땐 창대가 될 수 있도록 정약전과 세상을 바라보는 눈빛, 그리고 숨을 쉬는 구간들이 만들어졌지 않나 생각이 들어요.”
‘자산어보’는 흑과 백으로 담백하게 표현됐다. 즉, 무채색의 미학을 담은 흑백영화다. 한 폭의 수묵화 같다. 특히 컬러를 배제한 흑백은 물체나 인물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형태가 뚜렷하게 전달 돼 감정, 표정 연기 등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러한 기술적 표현이 부담으로 다가오진 않았을까.
“배우의 표정과 눈빛, 주변 풍경의 형태들이 묘사될 거라는 짐작은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겁이 났죠.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었던 건 뭘 하려고 하면 감독님이 ‘하지마’라고 디렉션을 주셨어요. 본질적으로 다가가 서툴고, 조금 부족하며 완벽하지 않아도 창대로서 말할 수 있도록 집중하게 해주셨죠. 그랬더니 조금 더 수월해졌고, 집중할 수 있었어요. 감독님은 카메라 안에서 거짓말을 하지 않는 선에서 자유롭게 풀어주시는 분이세요. 그걸 지키려고 마음을 놓고 들어가니까 조금은 서툴더라도 ‘오케이’가 떨어지더라고요. 감독님과 작가님이 만드셨던 틀 안에서 저는 놀았을 뿐이에요. 저의 몸뚱이를 던져서 거짓말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살아 숨 쉬게 노력했을 뿐이죠. 사투리 구사도 어렵지 않았어요. 창대의 마음으로 신념을 갖는 것,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가 가장 어려웠죠.”
‘자산어보’에는 기존 사극에서 쉽게 만나볼 수 없었던 인물들의 관계를 볼 수 있다. 정약전과 창대의 서서히 가까워지는 과정이 새로운 재미를 선사함과 동시에 묵직한 영화적 울림을 전하는 것. 그렇기에 ‘자산어보’는 현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청춘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저도 그런 마음이 들어 시나리오에 관심이 갔고, 궁금증이 생겼어요. 창대라는 인물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했죠. 알고 싶어 파면 팔수록 겉돌더라고요. 양파처럼 하나씩 벗겨지는 게 아니라. 겉돌아서 파생시키기 어려웠어요. 잠깐 한 숨을 쉬고, 주변을 봤을 때 친구들을 보며 영감을 얻을 수 있었어요. 청춘들에게 공감을 주기 위해, 주고 싶어서 열심히 했고, 잘 하고 싶었죠.”
누군가는 말한다. ‘자산어보’는 변요한의 ‘새 얼굴’이자, ‘인생 캐릭터’를 갱신한 작품이라고. 창대의 마음을 진정으로 이해하고자 했던 그의 노력이 빛을 발한 것이 아닐까.
“좋은 어른을 만난 것 같아요. 마음의 부자가 된 것 같죠. 저를 믿어주는 분들이 계셔서 든든해요. ‘자산어보’를 찍었기에 그런 분들을 만난 것 같아요. 감사한 순간이죠.”
[더셀럽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