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른들은 몰라요’ 안희연을 수식하는 단어 ‘용기·도전·성장’ [인터뷰]
- 입력 2021. 04.22. 12:25:32
- [더셀럽 전예슬 기자] “직업적으로 책임감이 있는 것 같아요. 영향력이 있잖아요. 그걸 좋은 곳에 쓰고 싶어요. 사람들이 제 연기를 보고, 제가 나온 작품을 보고 힘을 얻고,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그들의 삶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배우이자 사람이 되고 싶어요.”
'어른들은 몰라요' 안희연 인터뷰
안희연을 처음 만난 건 그룹 EXID의 하니로 활동하던 시절이다. ‘위아래’로 역주행 열풍의 중심에 선 후 ‘핫핑크(HOT PINK)’로 인기를 이어가던 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인터뷰에서 만난 그는 ‘EXID 하니’ ‘가수 하니’가 아닌, ‘배우 안희연’이었다. 출연하는 작품과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그 누구보다 진지하게 고민하고, 그 연기로 대중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쳐하고 싶어 하는 그의 말에서 느껴진 바다.
안희연이 연기로 첫 발걸음을 내딛은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는 가정과 학교로부터 버림받은 10대 임산부 세진이 가출 4년 차 동갑내기 친구 주영과 함께 험난한 유산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안희연은 극중 18세 임산부 세진의 유산 프로젝트를 돕는 가출 4년 차 동갑내기 주영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지난해 ‘엑스엑스(XX)’와 ‘SF8-하얀 까마귀’, ‘아직 낫서른’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한 안희연에게 ‘어른들은 몰라요’는 사실상 첫 연기 도전작이다.
“큰 화면으로 보니 처음에는 어색했어요. 처음 영화를 본 건 ‘부산국제영화제’였죠. 큰 화면에 제가 나오니까 어색하더라고요. 부족한 게 보였어요. 연기로써 이 작품을 처음 접했거든요. 촬영한 후 2년 만에 이 작품을 보니까 부끄럽고, 부족한 점이 보였어요. 처음엔 그런 감정이 컸지만 이후에는 극이 보여서 좋았어요.”
안희연은 지난 2012년 EXID로 데뷔해 다양한 히트곡으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후 그룹은 소속사와 전속계약을 해지한 후 그는 홀로서기에 도전했다. 이후 만난 작품이 ‘어른들은 몰라요’였던 것. 쉽게 선택하기 힘들었을 소재임에도 출연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걸 선택할 당시 굉장히 용감한 상태였다. 전 소속사와 계약이 끝나고, ‘넥스트 스텝(Next Step)’을 생각했어야 했죠. 스스로 ‘뭐가 하고 싶냐, 뭘 할 때 행복하냐’라고 질문을 던졌는데 대답을 해주지 않더라고요. 제 스스로에게 삐져있던 것 같아요. 너무 오랫동안 달리기만 해서 잃어버린 무언가를 찾아오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계약 기간이 끝나자마자 편도로 티켓을 끊고 여행을 갔어요. 여행지에서 이환 감독님이 DM(다이렉트 메시지)으로 연락을 주셨고요. ‘연기자가 될 거야’라는 마음을 먹고 선택했던 거라면 더 많은 고민을 하고, 따졌을 것 같아요. 그때는 미래에 대해 정해진 게 없었죠. 감독님의 제안이 저를 두근거리게 했고, 충분한 동기가 될 수 있는 상태라 선택하게 됐어요.”
이환 감독은 지난 2018년 10대들의 리얼 생존기를 그려내며 뜨거운 논란과 호평을 동시에 불러일으킨 영화 ‘박화영’의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이 감독은 안희연의 어떤 모습을 발견하고 DM을 보냈을까.
“‘박화영’ 만든 감독인데 다음 작품 준비 중이라고 연락이 왔어요. 시나리오를 읽어볼 수 있겠냐고. 사실 그때까지 ‘박화영’을 보지 않았어요. 보고 싶은 영화 목록에 있었는데 ‘대박, 이게 웬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시나리오를 봤죠. 하하. 그리고 감독님에게 ‘제가 연기 경험이 아예 없고, 현재 소속사가 없어서 출연료를 결정하기엔 무리가 있어요’라고 말씀 드렸어요. 잘 할 수 있을지도 걱정됐고, 저 혼자 결정할 만한 데이터가 없다고 그 후에 결정하겠다며 기다려달라고 하기엔 아닌 것 같아 ‘죄송합니다’라고 했죠. 이후 한국에 와서 감독님을 뵀어요. 인간적인 호감을 느꼈고, 대화가 잘 통하더라고요. 감독님은 열려있고, 개방적인 분이셨어요. 그리고 ‘박화영’을 봤죠. 감독님이라면 제 안에 뭔가를 끄집어낼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생겨 작업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어요. 감독님은 저에게 ‘굳세어라 금순아’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연기 경험이 없는 친구가 주영을 해주면 관객들에게 좋은 배신감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캐스팅을 하셨대요. 또 저의 걸음걸이가 굉장히 씩씩했다고 하시더라고요. 멋있는 주영이 나올 것 같다고 하셨죠.”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가기 전, 이환 감독은 워크숍을 진행했다. 수개월간 이어진 워크숍에서 안희연은 연기에 대한 것들을 하나부터 열까지 배워나갔다고 한다.
“워크숍 시스템을 경험한 건 행운이었어요. 그걸 하면서 어떤 감정이 올라오는 걸 느꼈죠. 모텔에서 뛰쳐나오는 신도 워크숍 때 했어요. 처음에는 맨땅에 헤딩을 하듯 그냥 했어요. 깨질 걸 알면서 부딪힌 거죠. 워크숍에서는 ‘틀렸다’라는 건 없었어요. 처음엔 ‘뭐지?’라고 생각하다가 나중에는 제가 느끼는 감정과 마음들을 감독님에게 애기했죠. 의견들을 나눠간 모든 과정이 저에게는 연기였어요. 유미에게도 많이 배웠어요. 유미에게 배운 것들을 ‘엑스엑스’나 다른 현장에서 따라하고 있더라고요. 처음에 그렇게 배울 수 있어 감사해요.”
극중 세진은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주영을 만난다. 세진과 일면식이 없었던 주영이지만, 세진의 유산 프로젝트를 함께 해나간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두 사람의 관계, 서사에 대한 설명이 생략돼 있어 보는 이들에 따라 ‘주영은 왜 세진을 도우려 할까’란 궁금증이 생길 터. 이에 대해 안희연은 주영의 ‘전사(前史)’를 설명해갔다.
“처음엔 납득이 안되는 게 많았어요. 만난 지 얼마 안됐는데 ‘어떻게 유대가 생기지?’ 싶더라고요. 세진의 관계에서 주영이 보여주는 모습도 ‘왜 이렇게까지 하지? 이미 주영은 본인만의 생존방식이 있을 텐데 왜 세진에게 열심히일까?’라며 그 모든 것들이 납득이 되지 않았죠. 사실 주영은 전사가 있어요. 주영이는 평범한 학생인데 친구들과 오해가 있었고, 주영에겐 가해자이면서 피해자 프레임이 씌워진 거죠. 그 사건 속에서 가정과 학교로부터 어른들의 보호를 받지 못해 도망친 아이였던 거예요. 그리고 세진을 대할 땐 외면당했던 내가 보이고, 상황에 도망쳤다는 죄책감을 느낀 거죠. 그런 게 반영 돼서 주영이 하는 행동들에 당위가 생긴 거예요.”
‘어른들은 몰라요’는 최근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학폭 이슈는 물론, 거리를 떠돌 수밖에 없는 청소년들의 현주소와 어두운 현실을 가감 없이 조명한다. 청소년들의 음주, 흡연, 거친 욕설과 폭행 등 무방비하게 노출된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이러한 장면들을 소화하는데 뒤따른 고충이나 어려움도 컸을 것이다.
“약에 취한 연기는 외적인 것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어떻게 해야 더 이상함을 표현할 수 있을까 싶었죠. 반복적인 행위가 이상함을 주지 않을까? 하면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눈 연기가 포인트라 생각해 공을 들였죠. 흡연 장면은 첫날 촬영 후엔 누워있었어요. 힘들어서. 산소가 부족해지는 게 생기더라고요. 그때 조금 힘들었지만 다음부터는 괜찮았어요.”
올해 서른 살이 된 안희연. ‘용기’ ‘도전’ ‘성장’ 등 그의 30대를 수식하는 단어는 무궁무진 해 보인다. 가수가 아닌, 연기자로서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한 안희연이 앞으로 보여줄 모습은 무엇일까. 궁금증과 기대감이 모아지는 때다.
[더셀럽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리틀빅픽처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