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원의 밤’ 엄태구 “박훈정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고 싶었죠” [인터뷰]
- 입력 2021. 04.27. 16:47:28
- [더셀럽 전예슬 기자] 치열하고 치밀하다. 농도 깊은 연기에 짙은 감성을 더했다. 태구가 태구를 만나 완성된 영화 ‘낙원의 밤’(감독 박훈정). 그 속에서 131분의 러닝타임을 힘 있게 끌고 간 배우 엄태구다.
'낙원의 밤' 엄태구 인터뷰
‘낙원의 밤’은 조직의 타깃이 된 한 남자와 삶의 끝에 서 있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엄태구는 극중 냉정하고 잔인한 조직원이지만 의외로 내성적이고 따뜻한 모습을 간직한 태구 역을 맡아 열연을 선보였다.
“대본에서 태구의 느낌이 좋았어요. 누나와 조카, 가족을 지키려는 태구의 모습이 좋았죠.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많은 회차를 촬영하다 보니까 그런 부분에 더 많이 고민했어요. 태구라는 역할로 참여할 수 있어 큰 영광이었죠.”
‘낙원의 밤’은 누아르의 대가 박훈정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앞서 ‘신세계’ ‘마녀’ 등으로 한국 누아르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박훈정 감독. 그는 왜 엄태구를 태구 역에 캐스팅했을까.
“감독님이 모험하시는 것 같았고, 저도 그렇게 느꼈어요. 하하. ‘밀정’ 때 현장이 자주 생각났죠. 사실 그때도 김지운 감독님이 모험을 하셨더라고요. 제가 현장에서 하시모토 역할을 하면서 느꼈던 감정이 믿어주신 것에 대해 보답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거든요. 그래서 ‘낙원의 밤’ 현장에서도 저를 믿고 캐스팅해주신 것에 대해 보답해드리고 싶다는 생각과 마음가짐이 굉장히 크게 느껴졌어요.”
제주도로 향한 태구는 재연(전여빈)을 만나고, 두 사람은 서사를 쌓아간다. 누아르 장르에서 흔히 볼 수 없었던 여성 캐릭터를 ‘눈빛’으로 완성해낸 전여빈. 그를 향해 엄태구는 “연기괴물”이라고 칭찬을 이어갔다.
“전여빈 배우를 처음 만난 건 ‘밀정’ 때였어요. 잠깐이었는데 그 후 ‘죄 많은 소녀’로 연기괴물이 나타났다는 기사를 봤죠. 영화를 봤더니 정말 그 표현이 딱 맞더라고요. 감독님이 전여빈 배우와 저에게 맛있는 것을 많이 사주셨어요. 그렇게 친해지고 나서 ‘연기괴물이다’라고 말했죠. 저는 진심인데 전여빈 배우는 장난이라고 생각하더라고요. (웃음) 함께 연기하면서 더할 나위 없이 좋았어요.”
2007년 영화 ‘기담’으로 데뷔한 엄태구는 ‘밀정’ ‘택시운전사’ 등 작품에서 선 굵은 연기를 펼친 바. 그러나 엄태구의 실제 성격은 터프하고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외모와 다르게 귀여움(?)을 소유한, 내성적인 성격이라고. 인터뷰를 통해 보여준 모습도 팬들이 지어준 ‘쁘띠 태구’란 별명이 찰떡같았다.
“제 안에는 다양한 모습이 있어요. 가족, 친구와 있을 때 말을 많이 하는데 그런 모습들을 보시고 별명을 지어주신 것 같아요. 하하. 직업이 배우다 보니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시도하거나 제 안의 악한 것들을 끄집어내보기도 하죠. 선한 모습도 있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와 반대되는 모습도 있어요. 이런 저의 모습을 좋게 봐주신 것에 대해 감사해요.”
‘낙원의 밤’은 제77회 베니스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유일하게 초청된 한국 작품이다. 박훈정 감독이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차분히 쌓아 올린 캐릭터들의 심리와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후’ 하고 불면 저는 날아갈 것 같은데 박훈정 감독님은 날아가지 않을 것 같아요. 강인함과 리더십을 느꼈죠. 촬영이 다 끝나고, 영화를 보시곤 ‘태구 잘했어’라고 해주셨어요. 그 말이 되게 힘이 되더라고요. 현장에 기둥이 있는 느낌이었어요. 현장을 리드해가는 리더십 등이 자연스럽게 느껴졌죠.”
지난 4일 넷플릭스를 통해 190여개국에 공개된 ‘낙원의 밤’. 첫 상업 주연작이자, 넷플릭스 공개작인 ‘낙원의 밤’은 엄태구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큰 사운드로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넷플릭스 공개가 신기하게 느껴져요. 외국인분들의 반응도 궁금하고요. 표면적으로 예산이 많이 들어간 영화의 첫 주인공을 맡았어요. 어떻게 남을지는 시간이 지난 후 명확하게 느껴질 것 같아요.”
[더셀럽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