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복’ 공유 “엔딩 장면, 실제 패닉 상태였죠” [인터뷰]
- 입력 2021. 04.30. 15:56:03
- [더셀럽 전예슬 기자] “데뷔 20년이요? 큰 감흥이 있진 않아요. 얼마나 오래됐다는 생각을 하지 않아서요. 하하. 무탈하게 같은 자리에 버텨줘서 스스로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서복' 공유 인터뷰
어느덧 데뷔 20년차를 맞은 배우 공유. 2001년 KBS 드라마 ‘학교4’로 데뷔한 그는 ‘건빵선생과 별사탕’을 거쳐 ‘커피프린스 1호점’을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영화 ‘도가니’ ‘부산행’ ‘밀정’ ‘82년생 김지영’ 등 결이 다른 작품에 ‘도전’하며 한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변주해가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공유의 도전은 ‘서복’(감독 이용주)으로도 이어졌다. 이 영화는 인류 최초의 복제인간 서복을 극비리에 옮기는 생애 마지막 임무를 맡게 된 정보국 요원 기헌이 서복을 노리는 여러 세력의 추적 속에서 특별한 동행을 하며 예기치 못한 상황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다. 생애 마지막 임무를 맡은 전직 정보국 요원 기헌 역을 맡은 공유는 복잡한 심경을 표현하는 내면 연기부터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까지 ‘대체불가 배우’의 진가를 발휘했다.
“영화 준비단계에서 막연하게 생각한 (기헌의) 이미지는 지금 영화 속보다 훨씬 어둡고, 보는 사람이 불편할 수 있는 인물이었어요. 저는 기헌을 극단적으로 바라봤던 것 같아요. 감독님이 저와 이야기를 나누다 ‘실제 공유 씨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모습들이 기헌에게 투영됐으면 좋겠다’라고 하시더라고요. 감독님이 생각하기에 더 인간적인 캐릭터로서 사람들에게 공감을 주지 않을까란 의미였을 거예요. 저는 기헌을 되게 어둡게 봤거든요. 타인에게 무례할 수 있을 정도로 더 폭력적이고, 난폭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이후 조금 다듬어진 기헌이 됐죠. 서복과 관계 속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움, 상황 속에 비친 모습들은 제가 실제로 가지고 있는 모습과 흡사했죠. 다만 급하거나 윽박지르는, 영화 속 ‘민기헌 씨는 왜 화만 내요?’라는 서복의 대사처럼 그런 부분들은 저와 다른 모습이었어요.”
기헌은 내일의 삶이 절실한 인물. 그와 반대로 서복은 죽지 않는 존재다. 정반대의 상황에 놓인 두 사람은 캐릭터의 출발점 역시 극과 극에서 시작됐다. 이런 상황에 놓인 기헌을 공유는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둬 표현하려 했을까.
“기헌이 얼마만큼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냈는지 보여주고, 설명할 수 있는 건 기헌의 이미지라고 생각했어요. 기헌의 전사가 없기에 기헌을 설명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해 감독님에게 말씀드렸죠. 보시는 분들도 기헌처럼 고통스럽게 시작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래서 첫 등장에 노력을 했죠. 조금 더 적나라하게 기헌의 통증을 느끼는 게 뭔지도 고민했어요. 지금 영화상에선 나오지 않지만 편집된 몽타주가 있었죠. 여러 대안들이 있었지만 최종 편집본에는 포인트만 잡아 나간 거예요.”
모두가 기다린 만남이다. 공유와 박보검의 연기 앙상블이라니. 두 사람의 투샷은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눈이 즐겁고, 행복하다. 박보검과의 호흡에 대해 묻자 공유 역시 미소 지으며 답을 이어갔다.
“너무 좋았죠. 하하. 박보검 씨가 군대를 가야하는 날이 정해져 있었어요. 그 전에 굉장히 바빴죠. 많은 일을 주어진 시간 안에 해야 하니까 보검 씨가 안쓰럽기도 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든 티를 내지 않아 어른스럽고 대견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배우로서 장점은 스윗하고, 부드럽고, 맑은 이미지예요. 굉장히 유하지만 고집스러움도 느껴졌어요. 배우로서 진중함이 느껴졌죠. 제가 선배지만 자극받는 부분이 있었어요. 호흡을 맞추고 나선 이전의 보검 씨에게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이미지, 눈빛들을 ‘서복’을 통해 접할 수 있었어요. 군대를 다녀온 뒤 어떤 작품을 선택할지 기대되네요.”
‘서복’은 삶과 죽음, 인간의 두려움에 대한 이야기를 ‘죽음을 앞둔’ 한 남자와 ‘죽지 않는’ 복제인간을 통해 다룬다. 두 인물을 통해 영화는 죽음조차 인간의 권리이자 존엄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지옥을 연상케 하는 구덩이에서 살려고 발버둥 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나를 죽여서 모든 걸 끝낼래? 나를 살려서 악순환을 계속할래?’라고 서복이 질문을 던져요. 동시에 부탁하기도 하고. 이 신을 찍을 때 실제 제가 겪은 감정의 크기는 엔딩에서 보신 것보다 훨씬 컸어요. 리허설 할 때 연기의 시간이 엔딩신에서 나왔던 호흡보다 훨씬 길었죠. 감독님에게 너무 힘들다고 피력을 했어요. 서복을 향해 총을 쏴야할지, 쏘지 말아야할지 패닉이 왔죠. 그래서 눈의 초점도 나가있어요. 패닉 상태에서 방아쇠를 당겼고요. 심지어 리허설 할 때는 그 총을 제 머리와 입에 갖다 대기도 했어요. 실제 촬영할 때 거기까진 못했지만 제 감정은 셌어요. 감독님도 거기까진 안 갔으면 한다고 하셔서 지금의 엔딩이 나온 거죠.”
공유는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고요의 바다’ 촬영을 마친 상태다. 이 작품 또한 한국 콘텐츠 최초로 근미래의 달이 배경이다. ‘서복’에 이어 다시 한 번 SF 장르물로 대중들과 만날 예정이다.
“영국드라마 중 ‘이어즈&이어즈’란 작품이 있는데 이것 또한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예요. 에전에 좋아했던 ‘블랙미러’도요. 단편마다 이야기가 다르지만 근미래에 대한, 미디어의 발달, 앞으로 우리가 상상해볼 만한 것들, 풍자가 깔린 영국드라마죠. 제가 그런 작품들을 좋아하더라고요.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닌, 근미래에 충분히 과학적으로, 현실적으로 일어날 법한 게 나오니까요. 그래서 ‘서복’ ‘고요의 바다’ 등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에 눈길이 갔어요. 그런 것들에 대한 경계심, 경각심을 가지고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들면서요.”
[더셀럽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매니지먼트 숲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