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 변요한 “가볍게 생각했던 피싱 범죄, 수법 보고 공포감 느꼈죠” [인터뷰]
입력 2021. 09.16. 11:52:30

'보이스' 변요한 인터뷰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몸을 아끼지 않은 열연이다. 세밀한 감정 표현은 물론, 액션까지 두 가지를 동시에 소화했다. 배우 변요한이 또 다른 얼굴의 캐릭터로 추석 극장가, 관객들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기자는 최근 영화 ‘보이스’(감독 김선, 김곡) 개봉을 앞둔 변요한과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보이스’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덫에 걸려 모든 것을 잃게 된 서준(변요한)이 빼앗긴 돈을 되찾기 위해 중국에 있는 본거지에 잠입, 보이스피싱 설계자 곽프로(김무열)를 만나며 벌어지는 리얼범죄액션이다.

“보이스피싱 소재에 대해 대표님에게 처음 들었을 땐 가볍게 생각했어요. 시나리오를 보면서 ‘가능할까?’란 의구심이 들었죠. 이런 범죄가 집계되진 않았지만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노출되어 있고, 경각심이 들어 출연하게 됐어요. 상업영화이지만 다른 영화와 다르게 보이스피싱 예방 영화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이런 형태의 상업영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죠. 목표는 단 하나였어요. 경각심을 느끼게 해드리자 싶어 작품에 참여했고, 끝날 때까지 그 마음이었어요.”

변요한은 극중 보이스피싱 본거지에 잠입한 피해자 서준 역을 맡았다. 영화는 부산 건설현장 직원들을 타깃으로 한 대규모 보이스피싱의 피해자가 된 서준이 가해자를 찾고 빼앗긴 가족과 동료들의 돈 30억을 되찾기 위해 직접 보이스피싱의 본거지에 잠입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서준이 대담하게 행동할 수 있었던 것은 전직 형사였기 때문. 그러나 영화에서는 왜 서준이 형사를 그만두고, 건설현장에서 일을 하게 된 것인에 대한 설명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낸다. 변요한은 서준의 전사를 어떻게 해석하고, 인물을 표현하려 했을까.

“상상의 나래를 펼쳤어요. 윗선을 잘못 건드려서 강제 은퇴를 하게 됐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인물로 생각했죠. 현재에 집중하고 잘 사는 한서준이란 사람이라고. 사고를 당하고, 제가 움직이는데 그런 전사를 듣지 않아 더 무궁무진하게 액션, 몸으로 연기하는 형태를 자유롭게 표출할 수 있지 않았나란 생각이 들어요. 서준의 전사에 특기, 취미 등이 나왔으면 잘못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저 혼자만 생각하고, 무술 감독님과 액션 시퀀스, 콘셉트 등을 잘 준비했죠. 한서준이라는 인물은 영화에서 표현되듯 집념 있고, 어떤 사건에 대해 집중력 있는 사람으로 설정했어요. 뛰어난 집중력과 집착력이 있어야 영화가 끝날 때까지 갈 수 있다고 생각했죠. 사건이 생기고 나서부터는 집중력과 집념이 나오지 않는다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문신남을 찾으러 다닐 때와 만났을 때 등 작은 액션이지만 그런 걸로 성격을 보여주고 싶었죠. 괴물 같은 집념이 끝까지 파생될 수 있게 만들었어요.”



대검찰청 측 발표에 따르면 2020년 보이스피싱 피해금액 및 피해건수는 각각 7,000억 원과 39,713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피해금액의 환급률은 절반 미만으로 많은 피해자들이 피해금액에 대한 구제를 받지 못했다. 범죄 초창기 단순히 전화를 걸어 현금을 요구하던 이들은, 이제는 공권력을 완벽히 사칭하고 스마트폰 어플, SNS 메신저 등을 이용해 고도화된 작전을 펼치고 있다. ‘보이스’는 실체에 대해서 누구도 알지 못했던 보이스피싱의 세계를 보여준다.

“저도 보이스피싱에 대해 가볍게 생각했어요. 사건, 사고를 보면 극단적인 게 많은데 보이스피싱이 집계되진 않았지만 알게 모르게 적은 액수, 큰 액수, 개인정보가 유출돼 피해를 본 사람들이 굉장히 많더라고요. 그래서 심각성에 대해 알게 됐어요. 수법들에 대해 놀랐거든요. 마음만 먹는다면 누가 피해자가 될지 모르고, 타깃팅이 되어버린다면 마음먹은 대로 피해 금액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에 공포감을 느꼈어요. 작품을 찍으면서도 보이스피싱 사건을 보고 나선 더 이상은 이 사건이 흘러가는 게 아닌, 범죄 집단 그들에게도 공포감을 줘야겠다는 생각에 열심히 촬영했습니다.”

‘보이스’는서준이 직접 보이스피싱의 세계로 뛰어들며 모든 것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변요한은 ‘리얼’함을 살린 액션을 소화하고자 끊임없이 체력을 훈련시키고, 리허설을 진행했다.

“제가 직접 하겠다고 무술 감독님과 합의를 봤어요. 고집을 부려서 숨 쉴 시간, 커피 마시러 갈 시간 빼고는 제가 다 했죠. 이유는 딱 하나였어요. 어떤 작품에 들어가면 물, 불 안 가리고 조사를 하고, 인물을 만나는데 ‘보이스’는 그러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본에 있던 것만 연기하고 싶었죠. 대본 안에 있는 것만 느끼고 싶었어요. 그들의 피해 마음을 느낀다는 건 잘못된 생각이기 때문이죠. 제가 한서준을 연기했지만 저는 한서준의 변호사와 대변인이 된다고 생각하고, 저의 몸으로 끝까지 표현하고 싶었어요. 몸이 가는 곳까지, 체력이 닿는 곳까지.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건 잠깐의 공포지만, 피해를 받은 사람들의 아픔은 평생 아플 수 있기 때문에 연기하는 동안은 제 몸을 빌려서라도 대변하고, 위로하고 싶었어요.”



‘보이스’는 피해자인 서준, 본거지 기획실 총책 곽프로(김무열), 콜센터의 절대적인 감시자 천본부장(박명훈), 보이스피싱 네트워크에 침투하는 블랙해커 깡칠(이주영) 등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변요한은 상대 역으로 등장한 김무열, 박명훈, 그리고 잠입을 돕는 이주영과 호흡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냈다.

“무열 형의 작품을 많이 봤어요. 또 좋아하던 배우죠. 기존 이미지는 선하지만 날카로움이 있고, 까칠하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어요. 실제로 만났을 땐 강하늘 보다 훨씬 더 예의바르고, 배려심이 많았죠. 하하. 엄청 신사답고, 나이스 가이였던 것 같아요. 작품을 하면서 제가 동생이지만 편하게 의견도 서슴없이 나눌 수 있었어요. 무열 형은 훌륭하게 연기하고 계시지만 더욱 더 좋은 배우가 될 거라고 확신하고, 평가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박명훈 배우는 잔뼈가 굵으시기 때문에 굉장히 유연하고, 눈높이를 잘 맞춰 주셨어요. 연기하면서 문제됐던 건 없었죠. 너무 잘 통해서 그게 문제였어요. 두 분 다 공통점은 다 나이스하단 것이었어요. 이주영 배우는 좋은 배우에요. 수많은 작품을 보고, 롤에서 노는 걸 봤을 때 그만큼의 집중력과 애착이 있더라고요. 이번 작품에서도 자기에게 주어진 임무, 캐릭터를 사랑할 줄 아는 배우였던 것 같아요. 끝까지 완주하는 것을 보고 대단하다고 생각했죠.”

앞서 변요한은 ‘보이스’ 언론시사회 이후 간담회에서 후속편 출연 의향에 대한 질문에 없다라고 답한 바. 이에 대해 변요한은 “목표는 경각심을 알리기 위해 출연했던 것”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보이스피싱에 대해서 다시는 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경각심을 알리기 위해 작은 범죄가 아니라는 것, 누구나 노출되어 있다는 걸 알리기 위한 목표였거든요. 제가 주제가 되고, 연이 맞고, 고심을 해서 명확하게 해야 하는 이유가 생긴다면 그때는 용기내서 하지 않을까 싶어요. ‘보이스’는 보이시피싱 백신 영화에요. 물론 상업영화이고, 재미와 오락성, 다른 여러 가지가 있어야하지만 이런 작품도 흥행 여부를 떠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결국 알릴 수 있고, 알려야 하는 사람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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