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로드' 김혜은 "나를 돌아보게 한 작품, 박수 쳐주고파"[인터뷰]
입력 2021. 09.25. 07:00:00

김혜은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하고 싶지 않았으나 결과적으로 고마워하는 캐릭터, 배우로서 나를 돌아보는 내 한계나 내가 채워야 할 것을 드러나게 하고 그걸 채우기 위해 노력하게 한 작품이다. 제 스스로 의심했던 작품에 도전했다. 창피할 정도로 못하지 않았던 것에 대해 박수를 쳐주고 싶다."

배우 김혜은이 '더 로드: 1의 비극'이 자신에게 남긴 것과 의미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김혜은은 최근 셀럽미디어와 케이블TV tvN 수목드라마 '더 로드: 1의 비극'(극본 윤희정, 연출 김노원, 이하 '더 로드') 종영을 기념해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 9일 막을 내린 '더 로드'는 폭우가 쏟아지던 밤 참혹하고 비극적인 사건이 벌어지고 침묵과 회피, 실타래처럼 얽힌 비밀이 기어코 또 다른 비극을 낳는 스토리를 그리는 미스터리 드라마다.

김혜은은 '더 로드'를 떠나보내며 "오래전부터 준비를 해왔던 작품이라서 아직까지 저한테 여운이 많이 남아있다. 끝났는데도 되돌려보기를 하면서 내 연기가 부족하고, 여전히 작품 중인 것 같이 느껴진다. 11부를 봤다가 3부를 봤다가 하면서 '왜 연기를 저렇게 했지' 이러면서 아직까지 보고 있다"라며 아쉬운 마음을 내비쳤다.



김혜은은 보도국 소속 아나운서 차서영 역을 연기했다. 욕망에 솔직한 차서영은 화려한 외양만큼이나 모든 게 화려하고 싶은 열망으로 가득하다. 직업, 학벌, 스펙, 미모, 완벽한 가정까지 남들이 선망하는 모든 걸 가졌음에도 늘 허기진 인물이다. 성공에 대한 야망으로 눈이 먼 차서영은 급기야 백수현(지진희)과 불륜으로 낳은 아들의 죽음을 기회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이와 동시에 아들을 잃은 슬픔, 그리움을 느끼며 괴로워한다.

차서영 역을 제안받았을 때 망설였다는 김혜은은 "사실은 너무 힘들었다. 중점을 둔 부분은 이 여자를 어디까지 이해를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고, 처음에 대본을 딱 받았을 때 '이런 여자가 세상에 있나'라는 생각을 했다"라며 "나중에는 그 누구보다도 연기를 하는 배우가 캐릭터를 잘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마음속에 차서영을 담느라 힘들었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아이들과 관련된 사회적 이슈가 발생했고, 그 일이 제 연기를 살리는 계기가 됐다"라고 털어놨다.

김혜은은 '차서영'을 온전히 담아내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을 거듭했다. 그는 "차서영이라는 캐릭터가 장면마다 난관이 있었다. 제가 가장 진정성 있어야 하는 것은 아들을 외면하고 자기만을 아는 엄마였지만, 부검을 하기 위해 부검대 위에서 아들을 발견했을 때 차서영의 마음이 어땠을까를 가늠하기 참 어렵더라. 저 같았으면 당연히 하늘을 무너져 내리지만, '차서영은 어땠을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다. '눈물 한 방울을 뚝뚝 흘렸을까?', '짐승처럼 울었을까?', '아니면 수현 앞에서 그마저도 쇼처럼 행동했을까?', '슬프지 않았지만 굉장히 슬픈 척 더 울었을까?' 등등 참 많은 생각을 했다"라고 말했다.

고민의 흔적들은 고스란히 묻어났다. 김혜은은 차서영의 복잡 미묘한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깊은 몰입감을 선사했고, 마지막까지 빈틈없는 호연으로 캐릭터가 가진 서사를 완벽히 구현해냈다.

"'누가 이 역할을 하고 싶어 하는 여배우가 몇이나 있었을까?'부터 생각이 들고 처음부터 '왜 나지? 왜 내가 해야 되는 거야?'라고 생각하면서 운명적으로 다가온 숙제 같은 작품이었다. 운명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는 피하지 말고 내 인생의 숙제라고 생각하면서 풀어나가 보자는 생각으로 임했던 것 같다. 연기할 때 힘들었다면 그만큼 자신감도 얻었던 것 같다."



시청률은 다소 아쉬웠다. 방영 내내 시청률 2%대에 머물었던 '더 로드'는 최종회 2.9%(전국 유료플랫폼 가입 가구 기준, 닐슨)으로 마무리지었다. 김혜은은 "아쉽지 않다고 말하면 거짓말이고 아쉽다. 왜 아쉽지 않겠냐. 드라마가 끝나고 나서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더 분발해야겠다고 생각했다"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더 로드'에서 함께 호흡한 지진희, 윤세아 등 동료 배우들과의 작업은 어땠을까. 김혜은은 "배우들의 성품이 좋아서 다들 불평불만이 없었다. 우리 작품 모든 배우들이 긍정적인 배우들만 모여 있었다"며 칭찬을 쏟아냈다.

"긍정 에너지가 생기기 쉬운 작품이 절대 아니었기 때문에 각자 본인 캐릭터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그럼에도 묵묵하게 해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서로 그게 큰 에너지가 됐고, 멋있는 분들 앞에서 저도 부끄럽고 싶지 않아서 더 열심히 했다."

'더 로드'를 이끈 지진희에 대한 감사 인사도 덧붙였다. 김혜은은 "지진희 선배는 진짜 존경할만한 점이 많다. 체력도 정말 좋으시고 정신력도 좋고 그리고 긍정적인 마인드. 또 배우고 싶었던 거는 에너지를 쓸데 쓰고 저축할 때 저축하는 자신만의 노하우가 탁월한 느낌이었는데 대립하는 장면이 많아 감정을 갖고 있어야 돼서 많이 친해지지 못한 게 아쉽다"라고 이야기했다.



향후 도전하고 싶은 캐릭터로는 '엄마의 삶이 아이들한테 삶의 원천이 되는 부지런한 농부 같은 엄마'를 꼽았다.

"잔소리하고 훈계하는 그런 엄마가 아니고 자기의 매일이 부지런하고 땀 흘리는 노동의 대가를 매일 하는 엄마, 그런데 말할 때 보면 욕도 잘하고 그런 엄마 있지 않냐. 일하는 엄마가 힘든 일을 마주했을 때 어떻게든 해내는 과정, 힘들어서 짜증도 내지만 힘든 과정을 같이 공유하고 싶다. 그게 교육인 것 같다. 무슨 책을 읽고 점수를 몇 점 받는 이런 것보다 내가 난관이나 불가능한 일을 마주했을 때 나의 태도가 과연 어떠할까를 자식들이 보는 그 과정을 함께하는 이런 것들이 나중에 내가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것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 엄마 역할을 연기해보고 싶다."

'이태원 클라쓰' 강민정부터 전작 '우아한 친구들'의 강경자, 그리고 '더 로드'의 차서영까지 한계 없는 스펙트럼으로 대체 불가 존재감을 보여준 김혜은의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대중에게 보여드리고 싶은 모습은 예전부터 더는 그려진 게 없었다. 그냥 내가 살아가는 과정은 시청자 여러분이나 관객 여러분, 그리고 필모그래피가 이야기해준다 생각한다. 내가 어떤 모습으로 보이고 싶어서 보여주는 시대에 살고 있지 않다 생각한다. 제 필모그래피를 보면 아시겠지만, 쉬운 작품만 선택한 것이 아니라 내가 하지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도 내가 해야겠다고 판단되면 마주 해온 것 같다. 좋은 역할, 좋은 이미지, 사람들의 신뢰를 받는 이미지를 가지고 올 수 있는 작품들에 이미 해탈했다(웃음). 제가 했던 캐릭터 중에 좋은 역할이라고 하면 '이태원 클라쓰'의 강민정 캐릭터인 것 같다. 그런 작품만 하고 싶지 않고, 좋은 이미지를 줄 수 있는 작품만 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싶다. 현재 다음 드라마를 준비 중이고, 필요한 것들을 훈련하느라 고되지만 즐겁게 임하고 있다."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tvN, 인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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