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이정재 “빨간 머리로 염색한 이유는” [인터뷰]
입력 2021. 10.01. 15:08:52

'오징어 게임' 이정재 인터뷰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새 얼굴이다. 여태껏 보지 못했던, 기존과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주며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란 평을 받고 있다. ‘오징어 게임’으로 전 세계를 사로잡은 배우 이정재다.

지난 17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공개된 ‘오징어 게임’은 국내는 물론, 한국 드라마 최초로 넷플릭스 전 세계 TV프로그램 부문 1위를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정재는 극중 삶의 벼랑 끝에서 목숨 건 서바이벌에 참가하게 된 성기훈 역으로 분했다. 전 세계에 흥행을 일으킨 소감을 묻자 “너무 감사한 일이고, 아직 잘 믿겨지지 않는다. 촬영 이외에는 다른 생활을 못하고 있다. 지방 세트장에 있고, 뉴스로만 접하다 보니 더 실감이 안 나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이정재가 맡은 성기훈은 인생의 위기를 겪고 있던 가운데 의문의 인물이 건넨 명함을 받고 고민 끝에 게임에 참여한다. 그동안 영화 ‘신세계’ ‘관상’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등에서 보여줬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이 아닌, 친근함이 묻어나는 역할로 시청자 앞에 섰다.

“‘쌍문동 사는 성기훈입니다’란 대사가 자주 나와요. 쌍문동에서도 반지하에서 나이든 어머니에게 얹혀사는 캐릭터죠. 드라마에 나오는, 이 게임에 참여하는 모든 캐릭터들은 힘겹게 살아가고, 절박함을 가지고 있어요. 성기훈 역시 변변치 못한 직업, 어머니가 아프신데 불구하고 아들로서 잘 보살펴 드릴 수 없는 현실 때문에 그 게임에 참여하게 되죠. 그런 부분을 성기훈처럼 보이게 연기하려고 했어요.”

전작의 모습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새로운 모습이다. 극 초반부터 정리 해고, 이혼, 사채, 도박 등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실감나게 표현함은 물론, 초록색 트레이닝복, 상처 가득한 얼굴 등 비주얼적으로도 파격 변신을 한 것. 게임을 시작한 이후에는 극한 상황 속 생존에 대한 갈망부터 혼란과 갈등을 깊이 있게 그려냈다.

“성기훈의 사정을 표현하기 위해 많은 상황들이 보인 것 같아요. 좌판을 이용한 장사를 해야 하는 어머니의 사정, 직장에서 해고를 당하면서 아내와 아이와도 헤어지게 된 상황들을 안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빨리 벗어나보려 했던 것이 경마장까지 가게 돼요. 갈수록 계속 내려가기만 했던 기훈의 상황들이 설명돼 있었죠. 다른 사람들은 절박함이 압축적으로 설명됐지만 게임장 안에 들어가면 기훈과 같은 절박함을 가지고 온 사람들이란 것이 기훈을 통해 잘 표현되게 해야 했어요.”



성기훈은 선한 면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그러나 엄마의 돈을 빼돌려 경마를 하고, 딸의 생일 선물도 제대로 사주지 못하는 아버지로서의 모습은 자칫 잘못 표현하면 밉상으로 비춰질 수 있다. 이러한 인물을 어떻게 분석하고, 시청자들을 설득하려했을까.

“어떤 캐릭터는 미움을 받아야지만 잘 표현된 캐릭터가 있어요. ‘암살’에서 염석진 캐릭터는 미움을 받으면 받을수록 성공한 역할이었죠. 기훈은 엄마의 돈으로 경마장을 가요. 이는 경제적인 상황을 모면해보고자 하는 표현의 방법이었죠. 오지랖이라고 하는 것은 기훈의 선한 면이 있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했다고 이해해주셨으면 해요. 그 친구의 짧은 선한 면들이 어쩔 때는 철없는 놈이라고 보일 때도 있어요. 기훈은 밉상으로 보이면 안 되는 캐릭터여서 연기할 때 조금 더 하면 진짜 밉상 같고, 덜 하면 철없는 것처럼 보여서 적당한 수위조절을 해야 했죠. 현장에서 연기하면서 신경써야했던 부분이었어요.”

결이 다르긴 하지만, 드라마 장르로 복귀는 지난 2019년 방송된 JTBC 드라마 ‘보좌관2’ 이후 2년 만이다. OTT 서비스인 넷플릭스 첫 데뷔작이자 2년 만에 시청자 앞에 서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을까.

“저는 영화, 드라마라고 해서 구분 지으려고 하진 않아요. 저에게 제안이 온 작품 중 제가 잘 해낼 수 있고, 그때 당시 시점으로 봤을 때 이런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재미를 드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준으로 작품을 고르죠.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는 처음 하는 거였는데 작업 방식은 조금 달랐던 것 같아요. 영화와 드라마 현장이 다른데 넷플릭스 TV쇼는 영화와 드라마 현장의 가운데 지점에 있는 것 같았죠. 더 확연하게 다른 것은 많은 국가에서 이미 스트리밍이 되고 있어서 한국 콘텐츠를 알리게 되는 도움이 되길 바랐어요. 해외 팬들이 K콘텐츠를 즐겨보는 반응이 ‘오징어 게임’ 이전부터 있었잖아요. ‘오징어 게임’이 그 뒤를 이어 호평을 받게 돼 기분이 좋아요.”

‘오징어 게임’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비롯, 뽑기, 구슬치기, 줄다리기, 오징어 게임 등 어린 시절 경험했던 게임들이 등장한다. 456억 원이라는 거액의 상금을 차지하기 위해 몸을 내던지는 참가자들의 고군분투는 9화 내내 긴장감을 자아낸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게임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촬영할 때였어요. 촬영장에 처음 갔을 때의 기억이 많이 남죠. 시나리오만 봤던 게임을 어떻게 구현할까 하는 기대와 생각이 있었거든요. 막상 가니까 스케일이 엄청 컸어요. 인형도 잘 만들었고, 456명이 똑같은 추리닝을 입고, 비슷한 군무를 하는 동작을 보니 묘한 기분이 들었죠. 첫 게임전 때 모든 사람들이 한 방향을 보면서 목숨을 건 달리기를 하는데 첫 촬영 때부터 ‘시사하는 바가 있겠구나’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냥 서바이벌이 아니라, 맹목적으로 앞만 보고 달릴까를 촬영장 때부터 느낌이 왔죠. 의미 있는 작품이 될 수 있겠다는 기대가 그때부터 생겼어요. 어려웠던 게임은 ‘뽑기’였어요. 연기적으로 어려웠죠. 절박함이 있어야하는데 재미와 긴장감도 있어야하니까요.”



성기훈은 후반, 빨간 머리로 염색을 한다. 성기훈의 염색을 두고 시청자들의 다양한 해석들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

“열어 놓은 이유는 관객들이 해석하는 바가 재밌잖아요. ‘빨간 머리는 이래서 했다’라고 말씀드리기가 어려워요. 빨간 머리를 한 건 기훈의 입장에선 굉장히 큰 결심이었을 거예요. 그 나이대 일반 남자가 빨간 머리를 하고, 밖으로 다닌다는 것은 굉장히 큰 결심이 아니면 쉽지 않은 일이니까요. 기훈이 큰 상황을 겪고, 노숙 생활을 할 정도로 피폐한 생활을 하다가 다시 제자리를 찾아 가려고 하는, 의지와 결정이 담긴 표현이 머리를 자르고 빨간색으로 염색해주세요라고 한 게 아닐까 싶어요. 보시는 분들의 해석이 더 맞을 수도 있고요.”

이정재의 성공적인 연기 변신을 알린 ‘오징어 게임’은 많은 관심을 받으며 인기 고공행진 중이다. 시즌2 제작을 바라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는 것. 이정재 역시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저의 인간미 넘치는 모습을 더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죠. 해외 팬들이 ‘오징어 게임’ 이전 이정재의 작품을 찾아봐주시는 것도 감사해요. 이정재 뿐만 아니라 K콘텐츠에 관심을 가지면서 더 좋은 한국 영화, 드라마를 찾아봐주셨으면 하는 기대가 커요. 시즌2는 기훈의 역할이 필요하시다면 합류해야죠. 시즌1에서 만큼 역할이 많지 않을 수 있지만 많고, 안 많고의 문제가 아니라 기훈의 역할이 필요하시다면 당연히 할 것입니다.”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제공]

더셀럽 주요뉴스

인기기사

더셀럽 패션

더셀럽 뷰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