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th BIFF] 임권택 감독, 시대를 증언한 ‘살아있는 전설’ [일문일답]
입력 2021. 10.07. 17:47:18

임권택 감독

[부산=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임권택 감독이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했다. 2002년 대한민국 금관문화훈장을 수여한 임권택 감독은 2002년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과 2005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명예황금곰상을 수상하며 세계 영화사에 그 이름을 뚜렷이 새겼다. 수많은 작품을 통해 한국인의 삶과 정서를 녹여낸 임권택 감독. 그의 발자취는 후배 영화인들에게 ‘이정표’를 넘어 ‘한국 영화계의 살아있는 전설’이 됐다.

7일 오후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우동 동서대학교 센텀캠퍼스 소극장에서는 임권택 감독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로 한국 영화계의 살아있는 전설 임권택 감독을 지목했다.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은 매해 아시아영화 산업과 문화 발전에 있어 가장 두드러진 활동을 보인 아시아영화인 또는 단체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임권택 감독은 1962년 데뷔작 ‘두만강아 잘 있거라’를 시작으로 102번째 영화인 ‘화장’에 이르기까지 60여 년간 쉬지 않고 영화를 만들며 아시아영화를 세계에 알리는데 기여했다.

당초 신청인에 한해 인터뷰로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많은 요청으로 인해 간담회로 변경됐다. 이날 간담회는 임권택 감독과 허문영 집행위원장이 참석했으며 취재진으로부터 사전에 질문을 받아 진행됐다. 이하 일문일답.



Q. 어제(6일) 개막식에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하셨다. 수상 소감 부탁드린다.
임권택 감독:
영화 인생이 끝났다는 생각을 할 나이가 됐다. 큰 장래가 있는 감독이 아니다. 상은 늘 받으면 좋은 것이지만 영화를 만들어 어디에 출품해 상을 받아야하는 삶은 끝났다고 생각한다. 상이라는 게 받는 사람들이 그 상을 받고, 격려와 위안이 되고 노력을 할 수 있는 분발심을 가지게 되는 효과가 있다. 저는 끝난 인생에서 공로상 비슷하게 받는 것 같아 좋기도 하지만 생이 남은 분들에게 가야하지 않나 생각도 했다.

Q. 차기작 계획은 더 이상 없나.
임권택 감독:
지금은 계획이 없다. 평생 영화 찍기로 직업을 삼고, 세월을 살았다. 쭉 쉬고 있으니 ‘영화 더 하고 싶지 않냐’라고 하시더라. 영화로부터 친해지고 싶어 간절해도 스스로 멀어져야할 나이가 됐다.

Q. 제작하지 못해 아쉬웠던 영화가 있나.
임권택 감독:
저는 100여 편의 영화를 찍은 감독이기에 어지간히 생각나는 건 다 찍었다. 우리 무속을 소재로 한 영화, 한국 사람들이 종교적 심성, 무속이 주는 것들을 영화로 찍어봤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럴 기회도 없고, 기회가 주어져도 사양하고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에게 넘겨야하는 단계에 와 있다.

Q. 현재 극장에 사람들이 없다. 코로나19 여파도 있고, OTT 등 관람 방식이 달라졌다. 코로나 극복 후 관객들이 극장에서 영화를 볼 것이라 생각하나.
임권택 감독:
영화로부터 위안을 받고, 재미를 느끼고, 보고 싶은 건 누구나 가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우리가 살면서 좋아하고, 재밌어 하는 쪽을 마음대로 넘나들 수 없는 시대를 맞았다. ‘괴상한 시대에 살고 있구나’란 생각을 한다. 그러나 영화관에서 재미와 위안을 받기 때문에 당연히 (관객들이 올 것이라) 생각한다. 영화가 생긴 이후 쭉 그래왔기 때문에.



Q. 칸 영화제에서 ‘취화선’으로 수상을 하셨다. 이 영화 이후 한국영화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한국영화가 매우 높은 수준의 위상으로 올랐는데 한국영화의 저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임권택 감독:
관객들이 극장으로 찾아와 봐주는 시대가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많은 장애를 받고 있다. 극장에 가고 하는 심정이야 너, 나 없이 다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영화만 양산된다면 언제라도 호황을 맞을 수 있는 게 영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Q. 후배 감독들의 활약을 지켜본 소감은 어떤가.
임권택 감독:
몇 해 전까지만 해도 한국영화를 보고 저 스스로도 그 일에 종사하면서 짜증나는 허점들이 있었다. 근대에는 그런 허점이 보이지 않고, 꽤 완성도 높은 영화들이 있기 때문에 한국영화에 대한 불만이 없다.

Q. 최근에 재밌게 본, 기억에 남는 한국영화가 있다면?
임권택 감독:
저는 재미를 추구하며 본다. 근대화에는 우리 영화가 얼마나 완성도 높게 제작됐는지 관심도를 가지고 봤다. 또 그런 쪽에 많은 신경이 쓰인다. 우리 영화도 이제는 세계적 수준에서 뒤쳐질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Q.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완성도가 높다고 평가하셨는데.
임권택 감독:
정말 좋게 봤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가 상당히 완성도 높더라. 세계적 수준에 들어와 가고 있구나 생각 들었다.



Q. 102여 편의 영화를 제작했지 않나. 본인의 영화 중 마음이 가는 영화가 있다면?
임권택 감독:
영화 제작은 돈이 많이 들지 않나. 또 돈을 가진 제작사를 작살내는 것도 돈이다. 제작사 죽이기로부터 조금 벗어날 수 있는 영화들이 있어 안심스럽다. ‘족보’는 저만의 독특한 개성을 드러낸 기념할만한 작품이었다. ‘축제’는 ‘효(孝)’라는 게 내게 무엇인가를 영화로 담고자 했다. 그러나 그것을 꽤 잘 만들어진 영화라 말씀드리기가.

Q. 영화 인생에서 버팀목이 되어준 동료는 누구인가.
임권택 감독:
한 번도 칭찬을 안 했다. 꾸중을 듣고 사는 우리 집사람. 처음 이런 자리에서 칭찬하고 싶다. 신세 많이 졌고, 별로 수입도 없어 넉넉한 삶이 아닌데 잘 견뎌줘서 영화감독으로 대우받고 살게 해준 마누라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Q. 자신의 영화 인생을 돌아보고,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임권택 감독:
102여 편의 영화를 찍은 사람인데 한 마디로 요약하라고 하면 죽어라는 것과 같다. (웃음) 한 마디로 하자면 영화가 좋아서 그걸 쫓아 살았다.

한편 부산국제영화제와 동서대학교는 임권택 감독의 수상을 기념해 영화제 기간인 6일부터 15일까지 매일 오후 12시~오후 7시까지 동서대학교 임권택영화박물관을 특별 연장 개관한다.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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