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 바람이라 생각" 허성태, 10년차 배우의 마음가짐 [인터뷰]
입력 2021. 10.09. 07:00:00

허성태

[셀럽미디어 허지형 기자] "더 조심하려고 하고 한 번 순간 지나가는 바람이라 생각하고 담담하다"

허성태는 '밀정', '범죄도시', '남한산성', '괴물', '열두 번째 용의자' 등 단역부터 주·조연을 가리지 않고 열연해왔다. 그런 그가 데뷔 10년 차 '오징어 게임'의 '월드와이드 빌런'으로 전 세계를 사로잡았다.

지난 17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은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 국내는 물론 넷플릭스 전 세계 TV 프로그램 부문 1위를 차지하며 흥행몰이 중이다.

허성태는 '오징어 게임'에서 조직의 돈을 탕진하고 쫓기는 신세인 조폭 덕수로 분했다. 극 중 '빌런'으로 활약하며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가 40배 이상 증가했다.

"팔로워 수는 많이 늘었지만, 주요 배우 중에 꼴찌다. 다양한 나라에서 댓글 달아주시고 해서 감개무량해요. 이런 일이 제 인생에 앞으로는 벌어지지 않을 거 같고, 어리둥절해요. 체질상 잘 못 즐기는 스타일인데, 오히려 겁도 나고 더 조심하려고 하고, 한 번 순간 지나가는 바람이라고 생각하고 담담하게 받아들이려고 노력한다. 유해진 선배님이 축하한다고 하면서 즐겨도 된다고 하더라."

악역임에도 이같이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게 된 데에는 장덕수 캐릭터를 위해 한 달 반 만에 무려 17kg이나 증량하는 등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덕수는 덩치가 있어야 했다. 마동석 배우까지는 아니지만, '오징어 게임' 속에서는 센 캐릭터인데 작품에 들어가기 전 다이어트를 하고 있어서 73kg 정도였다. 감독님이 제게 '어좁이'라고 놀릴 정도. '덕수는 덩치가 있어야 한다'는 말에 한 달 반 만에 90~92kg까지 벌크업을 했어요. 실패한 거 같지만 몸집을 단기간에 키운 게 처음이었어요."

특히 그가 연기한 장덕수는 그가 수없이 연기해온 악역들과는 달랐다. 얼굴까지 문신하며 누가 봐도 위협적이고 강한 비주얼이었지만, 막상 극한 상황에 몰리자 조금은 치졸하고 찌질한 모습도 연출됐다. 그런 점이 허성태 역시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없는 캐릭터였는데, 긴장감을 위해 만들어진 캐릭터였다. 강하고 센 전사가 있었다. 강하고 세고 지저분하지만, 오히려 또 그 반대의 치졸하고 찌질함이 있었어요. 다양한 모습이 다 담겨 있는 인물이라 애착이 더 갔다. 악역을 많이 해와서 악역을 잘 할 수 있을 거 같았지만 '남한산성' 때부터 알고 지낸 감독님이 제 본모습을 알고 순간순간 포인트를 잘 살려보자 했던 부분이 있었다. 달고나 게임을 할 때 총소리에 놀라고, 생명에 위협이 왔을 때 비굴해지는 저의 반응이 어떨지 상상하면서 준비했어요.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지저분하게 할 수 있는 것 등 연기를 마음 놓고 감독님을 믿고 펼쳐보자는 마음으로 임했어요."


현실 '빌런'을 보는 것 같은 허성태의 리얼한 연기력 덕분에 몰입감을 더 높일 수 있었다. 특히 그가 생존하기 위해 배신하고 괴롭히면서 맞붙었던 김주령, 정호연과의 연기 호흡이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김주령 배우와는 서로 욕도 많이 쓰고 하느라 어려운 신들이 많았다. 몸도 말라서 부딪히는 신에선 걱정을 많이 했던 거 같다. 정호연 배우는 붙임성이 좋아서 처음 봤는데도 먼저 다가와 줬고, 박해수도 유머러스해서 하루종일 배꼽 잡고 웃기도 했다. 알리(아누팜 트리파티)도 너무 착했다. 제가 함께하는 배우들에게 따라가면 되는 정도였다. 분장실에서 서로의 일상 이야기를 하면서 시끄러웠다."

'오징어 게임'에서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비롯해 '달고나', '구슬기', '줄다리기' 등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게임들을 생존과 연결시키면서 색다른 재미를 줬다. 이러한 소재가 해외에서 더욱 주목받은 이유로 꼽히고 있다. 특히 색색의 세트장은 현대미술 전시를 보러 온 듯한 느낌이었다고.

"어떻게 구현할지, 감독님이 어떻게 연출할지 궁금했는데 규모와 다양한 안전장치까지 구비된 큰 구조물과 세트장이 무서울 정도로 아름다웠다는 말이 맞는 거 같아요. 글로 봤는데 실제로 보고 '와'라는 감탄사가 계속 나올 정도로 놀랐던 거 같아요. 고유의 전통 놀이를 장치로 썼다는 점에서 색달랐고, 세계인들이 관심을 가질 거라는 예상을 했다. 달고나 키트는 꼭 나올 거 같았다. 다소 잔인한 부분도 있지만, 경쟁의 연속이라는 것이 분명하고,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도 분명하고 개개인의 드라마가 있고 결국은 가족과 지인들을 위해 서로 희생하면서 살아가는 게 현실인데 그 부분을 그려낸 게 공감 갔던 거 같다."


회사 생활을 하다 다소 늦은 나이에 배우로 데뷔하게 된 허성태는 '오징어 게임' 속 인물들처럼 처절함과 강박관념이 있는 스타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오디션 프로그램 '기적의 오디션'을 통해 연기에 처음 도전했다.

"저는 심한 스타일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도 떨어지면 고향으로 가 아무것도 없는 상태가 되는 거라 처절함이 있었던 거 같다. 늦은 나이에 시작한 것도 있고, 준비할 때 스스로에게 채찍을 가하는 스타일이다. 완벽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스타일이라 주변에서 그만하라고 할 정도로 대사를 읊고 다닌다. 다 갖춰진 상태가 아니면 불안해하는 모습이 강박관념과 일맥상통한 거 같다"

전 세계적 관심을 받으며 '오징어 게임'은 연일 식을 줄 모르는 인기를 자랑 중이다. 허성태에게 이번 작품은 인생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여전히 시청자들의 다양한 해석이 쏟아지면서 시즌2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

"또 이런 작품을 만날 수 있을까 싶다. 만약에 시즌2가 나온다면 덕수는 살아있을 거라는 반응, 쌍둥이로 나올 거라는 반응도 있더라. 시즌2에서는 다방구라는 게임도 있고, 고무줄 뛰기도 해야 된다. 덕수가 고무줄 뛰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정말 대박 날 거 같다. 스트리밍 서비스상 인기가 한 2년은 가지 않을까 싶다. 계속해서 보는 사람들도 생기고, 새로운 가입자들이 있으면 또 보고하면서 오래 갈 거 같다."

허성태는 '오징어 게임' 이후 차기작으로 배우 이정재가 연출을 맡은 '헌트'와 '소년들'로 대중을 만날 예정이다. 끊임없이 연기 활동을 이어가는 원동력은 '어머니'라는 그는 다양한 작품에서 다채로운 매력을 전할 계획이다.

"악역을 많이 해서 아쉬운 것은 단 1도 없다. 악역을 해도 좋아해 주시는 거 같아 천만다행이다. 지금 준비하는 영화나 드라마들로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것. 악역이 들어와도 또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할 거다. 열일의 원동력은 좋은 작품들이 기다리고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하고. 무엇보다 어머니인 거 같다. 다양한 모습들을 빨리빨리 보여드리고 싶다. 목표를 설정하는 편은 아니라, 하다 보면 언젠가 앞으로가 있지 않을까 싶다. 오래오래 연기 잘 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셀럽미디어 허지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한아름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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