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정호연 "부담감에 운 적도, 조금씩 떨쳐냈다"[인터뷰]
입력 2021. 10.14. 07:00:00

정호연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배우 정호연(27)이 '천재일우'의 기회를 잡았다. '오징어 게임'을 통해 말 그대로 자고 일어나니 세계적인 스타가 됐다.

정호연을 단숨에 스타덤에 오르게 만든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삶의 벼랑 끝에 몰린 이들이 456억 원의 상금을 차지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생존 게임에 참여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지난달 17일 공개 직후 '오징어 게임'은 국내 넷플릭스 인기 순위 1위에 오른 뒤 잇달아 미국 1위, 전 세계 1위를 차지하며 전 세계적인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오징어 게임' 출연 배우들은 신드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글로벌한 인기를 얻고 있다. 그중에서도 서바이벌 게임에 참가한 탈북자 새벽 역을 맡은 정호연에 대한 관심이 가장 뜨겁다. 정호연의 인기는 SNS를 통해서도 입증된 상황이다. 그의 SNS 팔로워 수는 40만 명에서 순식간에 1960만 명(13일 기준)을 돌파했다. 이는 한국 여자 배우 중 가장 많은 팔로워 수다.

'오징어 게임'의 최대 수혜자로 꼽히는 정호연은 쏟아지는 동료들과 주변 지인들의 축하와 응원에 조금씩 인기를 실감하고 있는 중이다. 최근 화상 인터뷰를 통해 셀럽미디어와 만난 정호연은 "많은 분들이 응원을 보내주시고 계신다. 몸 둘 바를 모르겠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모델로 활동한 정호연은 뉴욕 패션 위크 준비 도중 '오징어 게임' 오디션을 제안받아 작품에 참여하게 됐다. 배우 소속사를 옮긴 뒤 처음 받은 오디션 대본이 바로 '오징어 게임'이었다.

"지금 회사에 들어온 지 1달 정도밖에 안됐을 때 오디션을 보게 됐다. 바로 오디션을 보게 될 줄 몰랐다. 트레이닝을 더 할 거라고 생각했는 데 갑자기 '오징어 게임' 제작진에게 보낼 영상을 보내달라고 하시더라. 경험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굉장히 당황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준비했다. 잠도 못 자고 대본에 집중했던 것 같다. 최대한 새벽이와 가까워지려고 노력했다. 다행히 영상을 보시고 감독님이 실물을 보고 싶다고 연락을 해주셨다. 될 거라는 기대는 안 했다. 3일 동안 에너지를 쏟아부었었는데, 그걸 알아봐 주신 것 같아서 너무 기뻤다. 정말 행복했다. 연락을 주셨을 때 스케줄을 다 정리하고 뒤도 안 돌아보고 한국으로 달려왔다."

'오징어 게임' 출연을 확정 지은 후부터는 부담감과의 싸움이었다. 이정재, 박해수 등 베테랑 배우들 사이에서 연기를 해야 한다는 자체가 신예 배우에겐 큰 부담감이었을 터.

"오디션을 보기 전까지도 얼마나 큰 작품인지 알지 못했다. 합격 통보를 받고 대본을 받고나서부터 알게 됐다. 그때 이후부터는 디카페인 커피를 주로 마신다. 카페인을 마시면 심장이 뛰는 게 너무 많이 느껴졌다. 신체적으로 부담이 많이 됐던 것 같다. 그런 경험은 인생에서 처음이었다."

촬영 내내 부담감을 떨쳐내기 힘들었다는 정호연은 "부담감이 한순간에 없어지진 않았다. 그런 감정이 느껴질 때마다 감독님, 선배님들과 대화를 많이 나눴다. 한 날은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너무 못하는 것 같다'며 운 적도 있다. 진짜 대화를 많이 나눴다. 주변에서 피드백을 많이 해주셨다. 특히 감독님이 '네가 불안한 거 안다. 나는 네가 새벽이었기 때문에 뽑은 거다'라고 해주셨던 말이 굉장히 큰 힘이 됐다. 엄청 신뢰가 갔고, 용기를 얻었다. 그렇게 하나하나 대화를 통해서 조금씩 부담감을 떨쳐냈다"라고 이야기했다.



정호연이 연기한 새벽은 가족을 위해 큰돈을 필요로 하는 절박한 상황의 새터민으로, 소매치기 생활을 하며 거칠게 살아온 인물. 수더분하게 뻗친 머리와 타인을 경계하는 듯한 눈빛은 새벽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가늠케 하며, 긴장감 넘치는 게임 속에서도 무미건조하고 담담한 목소리는 새벽이 지닌 고독함을 대변하는 듯했다. 정호연은 팽팽한 심리전부터 거친 육탄전을 가리지 않고 열연하며 이정재, 박해수 등의 베테랑 배우들 사이에서도 자신만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정호연은 "새벽이가 과거에 겪었던 일들에 대해 구체화하는 작업을 많이 했다. 외면보다는 내면에 집중하려고 많이 노력했다. 그런 작업들을 통해서 걸음걸이, 리액션 등이 진짜 새벽이처럼 잘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일기도 많이 썼고, 새터민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서 다큐멘터리를 많이 찾아봤다"라고 캐릭터를 구축해 나간 과정을 설명했다.

온전히 새벽으로 살기 위해 노력했던 정호연은 촬영이 끝난 후에도 캐릭터에서 좀처럼 빠져나오기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촬영이 끝나면 바로 빠져나올 수 있을 줄 알았다. 속 시원한 기분은 있었지만 한동안 (새벽에게서 빠져나가지 못한 시간이) 오래갔다. 가족에 관련된 영화, 다큐멘터리를 보면 눈물이 계속 나더라. 한참 동안 새벽이와 같이 지냈던 것 같다. '오징어 게임'이 공개되고, 홍보 스케줄 때문에 그때의 기억들을 다시 되살리다 보면 울컥할 때가 종종 있다."

'오징어 게임' 애청자들이 새벽과 함께 가장 많이 거론하는 캐릭터는 이유미가 연기한 '지영'이다. 지영은 안타까운 가정사로 인해 교도소까지 다녀온 뒤 목숨을 건 게임에 참여하게 된다. 극한 상황 속 새벽과 지영의 '워맨스'에 많은 이들이 열광했다.

"'오징어 게임'이 공개되기 전에는 많이 만났다. 공개된 후에는 만나진 못했지만 이틀에 한 번씩 통화를 했다.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가장 많이 나누는 편이다. 촬영했을 때도 첫 리딩 상대가 유미였다. 유미와 첫 리딩이 끝난 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정말 열정적으로 연기와 관련한 고민을 나눴다. 고민들을 하나하나 진정성 있게 들어주고 이야기를 해준다는 게 느껴졌다. 실제 저와 유미의 감정들이 새벽과 지영에게도 잘 녹아든 게 아닐까 싶다.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상대역으로 유미를 만나서 너무 행복했다. 감사하다. 정말 많이 배웠다."



'도수코 4'(도전! 수퍼모델 코리아 4) 출신인 정호연은 사실 '오징어 게임' 이전에도 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친 10년 차 톱모델이었다. 루이 비통 익스클루시브와 샤넬 캠페인 등을 거치며 모델로서 승승장구했으며, 2018년 9월에는 세계 여성 모델 랭킹 TOP 50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모델로서 커리어를 인정받았다.

모델 일을 뒤로한 채 배우로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 정호연은 "연기를 처음 제대로 하고 싶다고 생각이 들었던 건 해외에서 모델 활동을 하던 중이었다. 해외에서 모델 활동을 할 때 커리어가 굉장히 올라갔었다. 그런데 하나 둘 없어지는 시기가 있었다. 본격적으로 '나는 이제 어떡하지?'라는 고민을 하게 됐다. 저한테는 일이 굉장히 중요했다. 그래서 굉장히 무서웠고 불안했다. 그런 시기에 좋은 영화, 좋은 책을 보면서 공부를 하게 됐고 연기에 대해 깊게 고민하게 됐다. 여름, 겨울 홀리데이 때 한국에 와서 1달 정도 연기 수업을 들었다. 마침 모델 에이전시 계약이 끝나고 연기를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였다. 배우 전문 매니지먼트로 옮긴 게 저의 첫 스텝이었다"라고 이야기했다.

모델로서의 경험들이 배우 활동에 도움이 됐느냐는 물음에는 "처음에는 도움이 될 거라고는 생각 조차 못했다. 모델들은 과장된 움직임을 할 때가 많다. 연기를 할 때는 조금 더 편안하게 움직여야 하니까 그런 점들에 고민이 많았다. 그런데 신기한 게 촬영을 하다 보니까 카메라와의 호흡도 중요하더라. (모델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된) 카메라 앵글에 대한 이해도, 지식들이 도움이 될 때가 있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정호연은 "사실 아직 모델 일을 할 때 아직도 떨린다. 그런데 모델 일은 한 시간들이 있어서 조금 덜 떨리고 불안하게 만드는 방법을 안다. 해결할 수 있는 옵션들이 많은데 연기자로서는 옵션이 거의 없다. 지금은 연기 현장이 더 떨린다"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배우 데뷔와 함께 '잭팟'을 터트린 정호연을 향한 전 세계 팬들의 관심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오징어 게임' 촬영을 마치고 연기적으로 공부하려고 여러 트레이닝을 받고 있다. 그중에 하나가 영어로 연기하는 연습을 하는 거다. 해외 작품도 기회가 된다면 꼭 하고 싶다.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한발 한발 걸어가도록 하겠다. "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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