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술꾼도시여자들' 정은지의 새로운 얼굴 [인터뷰]
- 입력 2021. 12.08. 12:30:22
-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배우 정은지가 또 하나의 도전을 무사히 마쳤다.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 정은지의 다음이 기다려진다.
정은지
티빙 오리지널 ‘술꾼도시여자들’(극본 위소영, 연출 김정식, 이하 ‘술도녀’)은 미깡 작가의 다음 웹툰 ‘술꾼도시처녀들’을 원작으로 동갑내기 세 친구의 우정을 그린 작품. 지난달 26일 전편을 공개하며 막을 내렸다.
최근 OTT 플랫폼에서만 공개되는 오리지널 작품들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술도녀’도 오직 티빙에서만 시청이 가능하다. 기존의 TV가 아닌 매체인 만큼 직접 찾아보지 않고는 볼 수 없어 접근성에는 다소 한계가 있으나 ‘술도녀’는 삽시간에 입소문을 타며 괄목한 성과를 거뒀다. OTT의 강점을 살린 다양한 콘텐츠를 비롯해 1시간이 넘지 않아 감칠맛 나는 방영 타임은 빠르게 시청자들을 모았다.
“OTT였다 보니 종영했다는 생각이 덜 드는 것 같다. 이제야 다 공개된 기분인데 나만 아는 이야기를 이제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놀라고 얼떨떨했다. 갑자기 조회수가 급증하기 시작했고 인기 동영상에 두세 개가 동시에 올라갔다고 하더라. 저도 재밌었고 유쾌한 장면들이 많았는데 많은 분들도 재밌게 봐주셔서 다행이다.”
극 중 정은지는 누구의 시선도, 눈치도 보지 않고 하루하루 마음이 가는대로 살아가는 종이접기 유튜버 강지구 역으로 분했다. 큰 감정 기복 없이 늘 상 덤덤한 강지구는 그동안 봐왔던 명랑한 선머슴 캐릭터들의 정은지와는 달랐다. 지구는 대부분 무채색 옷만 입으며 높낮이가 없는 저음 목소리에 겉으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인물이었다. 지구를 통해 새로운 도전을 시도했다는 정은지다.
“이렇게까지 좋아해주실 거라고 예측은 못 했다. 처음에는 강지구라는 캐릭터를 보고 신선하다고 생각했다. 여태 해보지 않은 표정으로 연기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이전에는 주로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고 고난도 역경도 다 씹어낼 그런 캐릭터였데 (지구는) 고난과 역경이 지나가고 그 뒤에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라는 생각에 매력을 느꼈다. 또 이런 대본을 좋아한다. 친구들과 케미스트리가 사는 그런 드라마가 재미있는 것 같고 뭔가 도전 의식이 생기는 기분이었다.”
‘술도녀’에서는 지구를 비롯해 소희(이선빈), 지연(한선화)이 제2의 직업을 갖게 된 사연이 차례로 등장한다. 지구는 누구보다 소희, 지연의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는 든든한 친구이지만 한편으론 과거의 무거운 짐을 안은 채 살아가는 인물이었다. 다만 내면의 상처를 지닌 지구의 서사가 초반부터 드러나지 않기에 정은지는 시청자들에게 지구를 어떤 사람으로 보여줄지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완고가 되기 전에 받은 대본에서는 지구의 서사를 그리기 어려워서 감독님한테 질문도 하고 혼자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방어가 강하고 상처가 강한 캐릭터 같았다. 상처가 있는 사람들이 더 날 선 것 같고 거칠어 보이지만 사실 상처받아 딱지가 앉은 거지 사람이 나쁜 건 아니지 않나. 내 옆 사람을 바로 챙기는 못한 트라우마 때문에 또 그렇게 지연이와 소희를 챙기는 장면이 나왔던 것 같다.”
지구가 가진 죄책감은 교사 시절 만난 제자 세진(한지효)의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갔다. 세진의 극단적인 선택은 지구의 삶을 통째로 흔들어놨다. 자신의 의지 없이 살아온 지난 날들에 반기를 든 지구에게 세진은 어떤 의미였을까. 상처를 안겨줬지만 궁극적으로 지구가 행복을 찾는 방법을 일러준 은인 같은 존재였다.
“엄마가 그린 삶대로 살아서 한 번도 본인 의지대로 살아본 적 없는 사람인데 그래서 아마 지구에게 세진이는 본인이 살았던 삶의 틀을 깨준 친구였던 것 같다. ‘거꾸로 태어난 사람은 거꾸로 걸어야 한다’는 세진이의 말이 평생 남았을 거다. 세진이의 죽음을 계기로 지구도 거꾸로 살아가기 시작한 거다. 엄마와 거꾸로. 세진이와 같은 결은 아니지만 엄마랑 반대로 걷기 시작하면서 본인을 찾기 시작한 거다.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하고 싶은 건 무엇인지. 나중에 지구가 웹툰을 연재하고 작가가 되기도 하는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행복해졌으면 하는 느낌을 받았다.”
‘술도녀’에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등장하지만 큰 줄기는 우정으로 시작했다. 단순히 함께 술을 마시는 사이 이상으로 소희, 지연, 지구는 서로에게 없어선 안 될 친구들이었다. 대화가 끊기지 않고 오랜만에 만나도 어색함이 없는 친구들은 함께한 시간이 축적된 증거이기도 하다. 살아가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지만 그중 친구로 이어지는 관계는 소수다. 거기다 서로의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들은 극소수로 좁혀지게 된다. 한 명만 잘 둬도 성공한 인생이라는 말도 있듯이 인생에서 우정은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다. 그렇게 관계를 맺어가고 유지하기 힘든 세상에서 누구나 바라오던 친구들끼리의 다사다난한 우정사를 담은 ‘술도녀’는 큰 공감과 재미를 선사했다.
“매 순간 공감됐다. 살짝 부러웠다. ‘나도 이런 친구들 있었으면 좋겠다’ 같은? 물론 지금 도 동갑내기 친구들이 있는데 대학 시절부터 시작한 그런 관계를 좋아한다. 내가 여태 살아온 과정을 다 보고 ‘그때 기억나? 그땐 그때’라고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존재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 할 이야기가 많아지니까. 이 셋이 딱 그런 관계라 보면서 부러웠다. 이번에 선빈, 선화 언니랑도 많이 친해져서 동갑내기가 아니어도 좋은 또래 친구가 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정은지는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9, 10화에 등장한 소희 아버지의 장례식 장면을 언급했다. 2회차에 걸쳐 보다 현실적으로 그린 장례식 장면은 시청자들에게도 눈물 버튼이었다. 무거운 분위기의 장면을 길게 보여주는 것에 우려감도 있었지만 이 같은 상황을 맞았을 때의 느낄 수 있는 정서를 캐릭터들의 다양한 감정선으로 나타내며 울림을 전했다.
“소희 부친상 때 그 장례식 장면을 찍으면서도 나중을 위해 젊은 사람들에게 예행 연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장례문화에 있어서 아는 것에 대한 두려움들이 있지 않나. 찍으면서 그런 부분에 있어서 더 마음이 아팠다. 입관식 장면부터 해서 세세하게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보여줬지만 사실 조금 더 긴 신이었는데 감독님이 덜어내셨더라. ‘우리에게 헤매지 말라고 잘 알려주는 것 같다’라는 댓글을 봐서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 그런 하이퍼리얼리즘이 또 우리 드라마의 매력이지 않았나.”
정은지에게 ‘술도녀’는 애정을 쏟은 작품이지만 촬영이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숱한 고민과 어려움은 그에게 배움이 됐다. 스스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이자 한 계단을 오를 수 있는 성장의 발판이 됐다. 정은지는 지구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며 시즌2를 고대했다.
“받은 만큼 소모도 큰 작품이었다. 이렇게 우울해 본 적이 없는데 그런 감정이 내재돼있는 지구에 대한 책임감이 있었다. 캐릭터 영향을 받는다는 게 이런 거구나 하고 많이 느낀 작품이었다. 신선한 경험이었고 전보다 조금 더 대본 볼 때 ‘나는 이렇게 대본을 보는 편이구나’라고 알게 해준 작품이다. 시즌제로 진행될 수 있다는 게 반갑기도 하다. 지구가 행복하게 사는 모습도 보고 싶고. 물론 고난과 역경도 있겠지만 그게 또 술을 부르는 이유들이 될 것 같다.(웃음)”
끝으로 정은지는 지구를 사랑해준 시청자들에게도 고마움을 표했다. 사랑받을 캐릭터라고 확신하지 못한 채 시작한 만큼 지구의 인기는 더 큰 기쁨으로 다가왔다. '술도녀'를 마무리지은 정은지는 남은 연말은 콘서트 준비로 팬들을 만날 예정이다. 시즌2에서 만날 정은지표 지구에 또 한번 기대가 모아진다.
“지구에 대해 많이 이해해주신 것 같다. 저는 처음부터 지구를 이해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어느 누군가는 무례한 캐릭터라고 느낄 수 있는 캐릭터라 이 친구를 어떻게 잘 이해시킬 수 있을 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는데 많은 분들이 이해해준 것 같아 감사하다. 시즌2가 벌써 기대되고 그 사이에 다들 건강하시길 바란다.”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IST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