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기하의 기본값…또 다른 시작을 여는 '공중부양' [인터뷰]
- 입력 2022. 02.25. 08:00:00
-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가수 장기하가 새로우면서도 익숙한 장기하로 돌아왔다.
장기하
장기하는 지난 2008년부터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 보컬로 10년 간 활동하며 인디밴드계의 새 바람을 일으켰다. ‘별일 없이 산다’, ‘싸구려 커피’, ‘그건 니 생각이고’ 등 한국 록 음악의 토대 위에 동시대의 음악적 감수성, 국어의 말맛을 살린 가사를 더해 ‘장기하 음악’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구축했다. 이후 2018년 밴드를 마무리한 장기하가 긴 공백기를 깨고 EP ‘공중부양’으로 새로운 음악을 선보였다.
장기하의 첫 솔로 EP ‘공중부양’은 지난 22일 전 음원사이트를 통해 발매됐다. 밴드 보컬에서 솔로로 첫 발을 내딘 장기하는 오히려 힘을 주기보다 한 발 물러나 담백함으로 무장했다. 그럼에도 장기하의 정체성은 확고하게 드러났다. ‘공중부양’을 듣고 있노라면 음악을 잘 모르는 이들도 단박에 장기하가 부르는 음악이라는 걸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여전히 있는 그대로, 날 것의 장기하로 음악팬들의 곁에 와주었다.
장기하의 정체성이 담긴 ‘공중부양’에는 타이틀곡 ‘부럽지가 않어’를 비롯해 ‘뭘 잘못한 걸까요?’, ‘얼마나 가겠어’, ‘가만 있으면 되는데 자꾸만 뭘 그렇게 할라 그래’, ‘다’로 총 5곡이 수록됐다.
특히 ‘공중부양’은 최소한의 소리만으로 만들어 베이스가 없는 음반이다. 오롯이 장기하의 목소리를 즐길 수 있는 ‘공중부양’에는 특유의 고요함에는 무게를 더하고 부가적 요소들은 하나씩 걷어내 그만의 솔직한 마음들로 채워졌다.
신보 ‘공중부양’ 발매를 기념해 셀럽미디어와 화상 인터뷰로 만난 장기하가 전한 컴백 소감, 앨범 관련 다양한 비하인드 이야기를 일문일답으로 풀어봤다.
▶오랜만에 솔로 아티스트로 돌아온 소감. 앨범을 만들면서 중점 둔 부분은.
밴드를 마무리하면서 은퇴하는 건 아니라고 말을 했는데 음반을 기다리는 분들도 계시고 은퇴했는데 뭐할 거냐고 질문하는 분들도 계셔서 같은 이야기를 해도 사람마다 다르게 이해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새 음반을 만들면서는 일단 ‘장기하라는 뮤지션에 가장 중요한 정체성은 뭘까’라는 질문을 저 자신에게 던지는데 2년이 걸렸고 결론은 제 목소리라고 생각했다. 내 목소리를 내 목소리답게 활용해서 음악을 만드는 게 정체성이고 그 외에는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장기하 얼굴들’과 비교했을 때 제 목소리를 제 목소리로 활용하는 건 비슷하면서도 더 강조하고 나머지 것들은 그 정체성에 맞게 어떤 사운드를 붙여도 상관없다는 생각으로 작업했다.
▶‘공중부양’은 장기하의 정체성을 담은 앨범이라 소개했다. 베이스가 없는 음반으로 만든 이유가 있을까.
나라는 뮤지션의 정체성은 내 목소리다. 그 외에는 뭐가 돼도 상관없다고 생각해서 작업할 때도 목소리를 먼저 녹음했다. 아무것도 듣지 않고 목소리 녹음하고 들어보면서 이런저런 소리를 들으면 어울리겠다 싶었다. 이 목소리가 하나의 가요로서 인식되는데 있어서 최소한의 소리만 넣고자 했다. 처음부터 의도한 게 아닌데 그러다 보니 베이스가 빠졌다. ‘장기하의 얼굴들’ 때와 많이 다르게 하고 싶었다. 밴드 편성이기도 했지만 베이스가 강조된 음악이었는데 은연 중에 그때와 편곡적으로 많이 달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베이스를 아예 빼게 된 것 같다.
▶타이틀곡 '부럽지가 않어'의 사운드와 어우러진 장기하의 목소리도 인상적이었다. 특히 속사포로 쏟아내는 부분이 랩 같이 느껴지기도. 이를 의도한 건가.
‘싸구려커피’ 때도 랩이냐는 질문을 받았었는데 저는 랩이라고 한 거다. 저 나름대로 랩이라고 한 건데 랩이 아니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다. 딱히 라임이 없어서. 그 말들 자체의 운율을 살렸을 뿐이다. 어떤 분에게는 랩으로 들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다섯 트랙 가운데 '부럽지가 않어'를 타이틀 곡으로 정한 이유가 있었나.
이 곡을 타이틀로 정한 건 다섯 곡을 들고 와서 회사 분들과 회의한 결과 이게 제일 타이틀곡으로 들린다는 의견이 많았다. 저는 만들 때 다섯 곡 다 제 마음속 공동 1등이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더 마음에 드는 게 있었다기보다 똑같은 성의를 가지고 만들었다. 그래도 타이틀곡이라는 건 있긴 있어야 하니까. 한 곡을 들었을 때 재밌을 곡을 정하자 해서 결정했다.
▶‘부럽지가 않아’의 노랫말은 듣는 이들에 따라 해석이 분분하게 갈린다. 결론은 부럽다는 건가, 부럽지 않다는 건가. 따로 노는 머리와 몸이 등장하는 뮤직비디오도 눈길을 끌었다.
들으시는 분들에 따라 다를 것 같다. ‘반어법이네’ 할 수도 있고, ‘부럽지 않은가보다’라고 생각하시면 그게 정답이라고 본다. 뮤직비디오는 노래 가사 자체가 처음부터 부럽지 않다는 내용이지만 사람이 어떻게 부러움을 모르겠나. 겉과 속이 다른, 머리와 몸이 다른 느낌으로 한 사람이 몸과 마음이 분리된 콘셉트다. 사람이 움직이는데 자연스럽게 움직이지만 눈은 고정돼있다. 난 부럽지 않다면서도 눈은 부러운 대상에 고정돼있다는 발상에서 시작됐다. 손도 한 손은 세모를 그리고 하나는 동그라미를 그리는데 그것도 한편은 부러우면서도 부럽지 않은 분열된 마음을 의도한 것. 손 외에 나머지 부분이 분리된 개념이지 않을까.
▶-‘싸구려 커피’, ‘아무것도 없잖아’ 등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은 음악들이 많았다. 이번 ‘공중부양’에서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
저도 음악을 만들고 다시 들으면서 생각한 건 부러움이라는 감정이 지금 시대에 있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부러움을 이용해 장사하기도 하고 소셜미디어 시대가 되면서 부러움이란 감정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면 정신적으로 힘들어진 시대가 된 것 같다. 부러움의 대상이라는 사람의 일상을 너무 자세히 알 수 있게 돼서. 이 노래에서 부러움을 자랑조로 썼지만 생각해보면 사실은 그 누구도 부러울 필요는 없단 내용이기도 해서 부러움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기쁠 것 같다.
▶장기하는 2020년 첫 산문집 '상관없는 거 아닌가?'를 출간해 베스트셀러에 오른 바. 음악 뿐만 아니라 글로도 대중들에 이야기를 전하고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향후에도 출판 계획이 있는지.
책 쓰는 과정 자체가 정신건강에 도움 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정신을 필라테스한다고나 할까. 그 과정 자체가 좋았고 냈을 때 그 글들이 와닿았다고 말씀해주신 분들이 많아서 글 쓰는 것은 살면서 계속 저의 일부분으로 가져가고 싶더라. 또 책을 내고 싶은 마음은 있다. 다만 너무 자주 내고 싶진 않다. 책 내에서도 시시각각 사람이 달라지는 내용을 썼는데 책은 그 시기에 스냅사진이라 생각한다. 저 자신의 인생이 많이 흐른 다음, 음악가로서 활동이 꽤 진행된 다음에 글 써야겠다는 생각이다.
▶‘솔로 장기하'의 음악적 목표는 무엇인가.
이번 앨범이 솔로 장기하의 기본값을 보여드리고 출발점을 제시한다고 생각한다. 자기소개서 같다. 뭐 작품이다, 결과라는 의미보다 이 정도 지점, 좌표를 찍었다는 거고 들으시는 분들에게 앞으로 지켜봐달라는 거다. 또 하나는 창작자 분들께 지금 이런 사람이니까 들어오라는 느낌. 많은 다른 좋은 아티스트들과 같이 작업하고 싶은 게 솔로 장기하의 중요한 음악적 목표다.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두루두루 아티스트 컴퍼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