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기살인’ 김상경→이선빈, 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실’ 향한 목소리 [종합]
- 입력 2022. 04.08. 17:26:27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다시는 이런 영화가 나오지 않았으면.”
'공기살인'
조용선 감독의 바람이다. 대한민국을 숨 막히게 했던,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잊어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담아 울림을 전하고자 한다.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공기살인’(감독 조용선) 언론배급시사회가 개최됐다. 이날 시사회 후 간담회에는 조용선 감독, 배우 김상경, 이선빈, 윤경호, 서영희 등이 참석했다.
‘공기살인’은 봄이 되면 나타났다 여름이 되면 사라지는 죽음의 병의 실체와 더불어 17년간 고통 속에 살아 온 피해자와 증발된 살인자에 대한 진실을 밝히기 위한 사투를 그린다.
영화 준비부터 촬영, 개봉까지 6년이 걸렸다. 연출을 맡은 조용선 감독은 “사회적 참사인 가습기 살인을 다룬 감독으로서 죄송한 마음이 일부분 있다. 긴 시간을 담기엔 짧은 시간이라 피해자분들이 부족하게 보실까봐 걱정된다. 많은 분들이 이 영화 보시고 다신 이런 영화가 안 나왔으면 한다”라고 운을 뗐다.
이 영화는 살균제 대참사 재난 실화를 다룬다. 조 감독은 연출을 하게 된 계기로 “대표님이 제안해주셨다. 제가 끈기가 있을 것 같다고 하시더라. 실제로 6년 걸렸고, 끈기 있게 해냈다”면서 “다른 참사처럼 슬픔을 다뤄야하나 했는데 알면 알수록 분노했고, 내 이야기 일 수 있겠단 생각이 들더라. 해냈는데 아쉽더라. 우리의 얘기로 많이 봐주셨으면 한다”라고 바랐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정부와 기업, 피해자 간의 진상 규명이 현재 진행형이다. 이에 대해 조 감독은 “2011년을 배경으로 한다. 그때로 돌아가 제가 ‘가습기살균제를 쓰면 죽는다’고 하면 정신이 이상한 사람으로 볼 수 있다. 그때를 기점으로 해 가습기살균제가 세상에 밝혀졌을 때 시간 순서대로 배열한 게 저희 ‘공기살인’이다. 결말 같은 경우도 실제 사건과 다르게 한 이유는 제도권에 있는, 기업 포함 정부분들에게 우리가 지켜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지켜본다는 경고를 던진다”면서 “조정안에 대해 액수는 잘 모른다. 적어도 진정 어린 사과가 먼저이지 않나 생각 든다. 그 외의 것은 내 가족을 잃었는데 액수가 필요하나 생각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살인의 추억’ ‘1급 기밀’ 등 실화 소재 영화에서 두각을 드러낸 김상경이 원인 모를 폐질환으로 가족을 잃고 사건에 뛰어드는 의사 정태훈 역을 맡았다. 김상경은 “시나리오 받을 때 운명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늘에서 주는 소임인가 생각했다”면서 “실화 다룬 영화를 할 땐 주안점이 되는 건 실제 사건과 관련된 분들이 만족했으면 한다. 제 역할이 피해자들의 가족이면서 피해자들의 심리를 파헤치기도 한다. 피해자들의 아픔을 어떻게 하면 온전히 전달할까에 주안점을 뒀다. 그리고 사건을 파헤칠 때 어떻게 하면 객관적일까 생각했다. 사건을 보면서 피해를 준 사람이 피해를 입은 사람에게 얼마나 아픈지에 대해 설명하란 건 온당치 않다. 피해를 준 사람이 알아서 찾아다니며 피해보상을 해야 한다. 그런데 주객이 전도된 것 같다. 조사위원에서 신고한다고 10년 전 영수증을 첨부하라더라. 그건 굉장히 말이 안 되는 것 같다”라고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2주 전, 수입한 차량 방향제에 똑같은 성분이 들어있었다더라. 경각심을 가지지 않으면 다시 되풀이 될 수 있다. 정부, 피해자분들, 국민 여러분이 많이 생각하시면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선빈은 언니의 죽음으로 검사에서 변호사가 된 한영주 역으로 진솔하고 강단 있는 캐릭터를 보여준다. 이선빈은 “대본을 열어 끝까지 봤을 때 마음을 울리는 뭔가가 있었다. 피해자 한 분 한 분의 감정선, 사연이 모여 이 문제를 파헤치려는 마음이 모인 게 마음을 울렸다. 좋은 영화에 좋은 선배님들과 잊지 말아야한다는 주제를 가진 작품이 흔치 않다. 도전하고, 모험하고 싶었다”면서 “초반에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많은 양의 사건 파일을 주셨다. 시험 공부하듯 요악하며 봤다. 그때 사명감이 크게 생겼다. 이 길을 같이 걸어갈 수 있으면 나에게도 영광이 되겠다고 싶어 매력을 느꼈다”라고 출연 이유를 전했다.
서영희는 태훈의 아내이자 영주의 언니인 한길주로 분한다. 서영희는 “시나리오를 읽고 보니 기사 한 줄로 읽었던, 내가 알고 있던 사건이 다가 아니구나 생각했다. 나처럼 생각하는 분이 대부분일 텐데 그런 분들에게 정보를 줘야하지 않을까. 그래야 피해자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을 주지 않을까 생각에 참여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행복한 가정의 엄마 역할이었다. 코로나19 이전에 촬영했는데 흉내만 낸 것 같다. 코로나를 2년 겪고, 영화를 보면서 지금 느꼈던 감정으로 연기했으면 조금 피해자들에게 도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윤경호는 가습기살균제 제조사 오투의 서우식 과장을 맡았다. 윤경호는 “대본을 처음 받기 전, 제작자 대표님의 전화를 받았다. 일요일 아침에 전화를 주셔 당황해 받았다. 많이 상기된 상태셨다. 이런 역할과 작품이 있으니 꼭 해주셨으면 좋겠다고”라며 “대본을 받게 되면 내가 소화할 수 있을만한 게 있는지 생각하고, 따져보고 결정하는데 저는 그 상황에서 대표님의 말씀, 소신, 신념이 느껴져서 출연하겠다고 대답 드렸다”라고 밝혔다.
이어 “김상경 선배님이 주인공으로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왕이 된 남자’를 같이 한 적 있다. 직접적으로 붙는 장면이 없었는데 좋은 말씀해주셔서 같이 하고 싶었다. 선배님께서 회식하는 자리에서 ‘흥행은 보장 못하더라도 창피하지 않은 영화 만들자’는 말을 듣고 뜨거운 마음을 가지고 임했다. 하면 할수록 열정만으로 하면 안 되겠구나, 사건 속에 있던 분들, 주변에도 피해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연기 욕심으로만 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한 노력을 언급했다.
김상경 역시 “시나리오는 일단 재미있어야 한다. 그런데 무거운 주제를 다룰 때 재미없고 무거운 주제만 다루면 안 된다. 저도 가습기살균제 기사를 봤을 때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가습기살균제를 쓰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영화의 순기능 중 하나가 바로 그거다. 남의 일이 영화를 본 후 내 일처럼 느껴지는 거다. 아이템이 있다는 얘기를 매니저에게 전해 들었을 때 꼭 제작되길 바랐다. 투자를 해서 사람들이 보기까지 쉽지 않다. 6년이 걸렸는데 결국 결실을 얻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조용선 감독은 김상경의 말에 공감하며 “저희 영화를 꼭 극장에 와서 보셔야하는 이유다. 영화에서 나온 사건이 진짜인지 아닌지, 네이버에 검색만 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소송을 어떻게 했는지, 대응했는지. 민사 소송, 독성실험 조작 등 쉽게 접할 수 있는 사건들이다. 피해자들 만나서 조사한 부분도 있다. 그분들의 개인사가 노출되어 있지 않다. 대응한 지점이 영화에 다뤘다. 실제 벌어진 사건과 영화에 있는 얘기를 비교하는 것도 재밌을 것”이라고 관전 포인트를 짚었다.
‘공기살인’은 영화 ‘소원’ ‘터널’ 등의 원작자인 소재원 작가의 소설 ‘균’을 원작으로 한다. 영화의 배경이 된 가습기살균제 사건은 폐질환 피해자 백만여 명이 속출한 생활용품 중 화학물질 남용으로 인한 세계 최초의 환경 보건 사건으로 기록된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화학 참사다.
원인조차 몰랐던 다수의 피해자가 등장했고, 실태가 밝혀지고, 기업들은 사람이 죽을 줄 알면서도 묵인했고, 국가는 허가했다는 사실을 담고 있는 영화는 개봉 후 다시 한 번 관심을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용선 감독은 “제가 대변하고 싶은 피해자 분들의 상황이 방대해서 다 담을 수 없어 슬프고 괴로웠다. 또 가해 집단들이 피해자를 공격할 수단이 될까봐 괴로웠다”면서 “이 영화가 극장에서 개봉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힘들었던 것 같다. 극복 방법은 단 하나였다. 이럴수록 내가 더 냉정해져서 3자의 눈으로 바라보자였다. 연출자인 저는 3자의 눈으로 바라보려 노력했다. 그럼으로 해서 어쩌면 피해자분들이 조금 더 서운해 하지 않을까 걱정된다”라고 마무리했다.
‘공기살인’은 오는 22일 개봉 예정이다.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김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