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어질 결심’ 박찬욱 감독의 첫 도전, 서스펜스·멜로 사이 절묘함 [종합]
- 입력 2022. 06.02. 12:35:44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서스펜스와 멜로를 넘나드는 신선함이다. 여기에 감각적인 미장센과 연출이 더해져 관객들을 서서히, 깊게 매료시킬 준비를 마쳤다. 박찬욱 감독과 박해일, 탕웨의 첫 만남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영화 ‘헤어질 결심’이다.
'헤어질 결심'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는 영화 ‘헤어질 결심’(감독 박찬욱) 제작보고회가 개최됐다. 이날 제작보고회에는 박찬욱 감독, 배우 박해일, 탕웨이 등이 참석했다.
박찬욱 감독은 지난 28일(현지시간) 칸 국제 영화제 폐막 시상식에서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수상했다. 박 감독은 제58회 칸 영화제에서 ‘올드보이’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고, 이후 ‘박쥐’로 심사위원상을 받은 바.
‘헤어질 결심’으로 칸에서 세 번째 상을 받게 된 박 감독은 “세 번째 수상이라는 것보다도, 한국에서 개봉해 어떻게 봐주실지 제일 중요한 문제다. 특히 이 영화는 전에 만든 영화들보다 조금 더 한국인만이 이해할 수 있는 점들이 많다”면서 “탕웨이 씨의 한국어 대사가 특별하다. 그런 만큼 외국 영화제에서 수상보다, 한국에서 기다리는 관객들이 어떻게 봐주실지 궁금하고 긴장된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박찬욱 감독은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에 대해 “경찰 추리소설을 고등학생 때 읽은 적 있다. 3~4년 전, 번역이 된 걸 다시 읽게 됐다. 소설 속처럼 속이 깊고, 상대방을 배려해주는 신사적인 형사를 만들고 싶었다. ‘친절한 금자씨’ 이후 같이 해오고 있는 정서경 작가와 백지상태에서 이야기를 했다. 이런 이야기를 먼저 꺼냈고, 출발해보자고 했다. 어떤 분위기냐고 해서 (주인공을) ‘박해일로 생각해보자’라고 했다. 저는 특정 배우를 염두해 두고 시나리오를 쓰진 않는다. 실제로 캐스팅이 안 될 수도 있으니. 박해일을 캐스팅하겠다는 건 아니었고, 상상 해 보자였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봉조 선생님의 ‘안개’가 정훈희, 송창식 버전으로 나오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별개로 하고 있었다. ‘안개’를 두 번 사용하는 영화라면 로맨스가 될 수밖에 없었다. 형사와 ‘안개’를 사용해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보자고 해 자연스럽게 형사가 나오는 로맨스 영화가 나오게 됐다”면서 “여배우는 작가님이 중국인 배우가 나오도록 하자고 하시더라. 이유를 물으니 ‘그래야 탕웨이를 쓰죠’라고 하셨다”라고 설명했다.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박찬욱 감독은 “박해일이 연기하는 형사는 일밖에 모르는 사람이다. 불면증이 있어서 잠복근무한다. 책임감이 강하지만 친절하다. 공무원으로서 예의를 지켜야한다는 철저한 사명감을 가진 사람”이라며 “이런 사람이 어느 날 산에서 떨어져 죽은 남자의 시신을 발견한다. 그 사람이 실종일까, 사고사일까, 자살일까 등 가능성을 열어 둔 상태에서 죽은 사람의 부인을 만나게 된다. 부인이 조금 독특한 면을 보인다. 후배 형사는 의심을 강하게 갖고, 해준은 편견, 선입견 없이 봐야한다는 입장이다. 수사를 시작하다 점점 관계가 깊어지게 된다”라고 소개했다.
이안 감독의 ‘색, 계’와 김태용 감독의 ‘만추’로 국내에 얼굴을 알렸던 탕웨이가 ‘헤어질 결심’의 서래 역을 통해 11년 만에 한국 영화에 출연한다. 탕웨이는 “감독님에게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때 1시간 반이 소요됐다. 들으면서 물을 많이 마셨고, 흥분됐다. 이야기를 들었을 때 천천히 감독님의 이야기 속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그때 감독님의 눈빛, 작가님의 눈빛이 따뜻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외국어로 연기해야 하지만 마음속으론 안심됐다”면서 “감독님의 영화스타일을 매우 좋아하기에 출연은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또 후반 작업에서 감독님이 배우들을 안심시켜주셔서 배우로서 집중하면 됐다”라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서래는 갑작스러운 남편의 죽음 앞에서도 쉽사리 동요하지 않는 사망자의 아내다. 사건을 담당하는 형사 해준이 자신을 의심하는 것을 알면서도 망설임 없이 그를 대한다. 특히 상대를 당황케 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태연함을 잃지 않아 무엇이 진실이고, 진심인지 극에 긴장감을 불어 넣는다.
박해일은 서래의 매력에 대해 “탕웨이 씨가 곧 송서래였던 것 같다. 그만큼 상대역이자 배우로 봤을 때 잘 어울렸다. 감독님이 송서래의 매력을 잘 인식시켜주신 것 같다”면서 “탕웨이 씨가 출연한 모든 작품을 챙겨보진 못했지만 ‘색계’ ‘만추’를 감명 깊게 봤다. 두 작품에서 내면의 단단함이 느껴졌다. 알 수 없는 표정, 눈빛이 탕웨이 씨만의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이번 작품에서 그 부분을 최대치로, 확장시키는 캐릭터로 만들지 않았나 생각 든다”라고 전했다.
박찬욱 감독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게 된 박해일은 “‘소년 천국에 가다’에서 각본가로 만난 적 있다. 박찬욱 감독님을 처음 각인한 건 2000년대 초, ‘JSA 공동경비구역’ 때였다. 그때나 지금이나 한국 영화계의 최전방에서 책임지고, 짊어가는 분이라는 걸 보고 느꼈다. 저는 오랫동안 한국 영화계를 고민하는 걸 봐왔던 후배 입장이었다”라며 “저에게도 마침내 기회가 왔다. 박찬욱 감독님의 영화적으로 걸어온 색깔, 결과가 너무 훌륭하지만 작품을 봐오면서 개인적으로 ‘제가 감독님의 영화에 잘 맞을 수 있을까’ 생각했다. 궁금해질 때 제안해주셨다. 30분 정도 작품 이야기를 설명해주시는데 호기심이 컸던 건 형사 캐릭터였다. 그리고 주변에서 멜로 언제 하냐고 하시더라. 수사극 안에서 멜로, 로맨스 사이 지점들을 보여준다고 하니 너무 궁금해졌다. 시나리오도 그 전에 감독님이 해왔던 결들과 다르게 느껴졌다. 담백한 톤으로 느껴졌고, 제가 뛰어 들어갈 수 있는 부분들에 호기심이 커졌다”라고 말했다.
형사 해준 역으로 첫 형사 연기에 도전한 박해일은 “많은 배우들이 형사 역을 하시는데 저는 왜 안 해봤을까 생각했다. 장르물의 형사 캐릭터는 제가 소화하기에 어색하고, 잘 못할 것 같아 미루고 있었다. 이번에 감독님이 제안하신 형사 캐릭터는 옷이 잘 맞을 것 같았다”라고 했다.
파격과 금기를 넘나드는 강렬한 소재와 표현으로 관객을 매료시켰던 박찬욱 감독은 수사멜로극 ‘헤어질 결심’을 통해 전작과 완전히 결이 다른 새로운 작품 세계를 선보인다. 박 감독은 “각본가와 함께 세워놓은 원칙이 절대 어느 한쪽으로 균형이 기울지 않게 하자였다. 제가 칸에서 많은 기자들과 인터뷰하던 중 50% 수사드라마, 50% 멜로 중 어떻게 표현하길 원하냐고 하더라. 분리하기보다 100% 수사, 100% 멜로가 낫다고 했다. 어느 관점에서 보면 수사극이고, 어떤 관점에서 보면 러브스토리다. 형사가 용의자를 만나는 관계, 탐문을 해서 여러 정보를 얻고, 자료조사, 심문을 하고, 미행하고 잠복근무하면서 들여다보는 건 이 영화에선 연애의 과정이다. 그래서 분리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균형을 맞추기 위한 노력을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박찬욱 감독은 “언제 개봉을 할지 몰라 후반작업이 길어졌다. 완성도가 굉장히 높은 영화라 할 수 있다. 영화관에 와서 볼 만한 영화”라며 “영화관에 와서 보는 영화가 이런 거였지, 잊고 있던 감각을 되살려보시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헤어질 결심’은 오는 29일 개봉 예정이다.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김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