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 항공 재난 ‘비상선언’, 탑승 준비 됐습니까 [씨네리뷰]
입력 2022. 08.03. 07:00:00

'비상선언'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순식간에 ‘패닉’ 상태로 빠진다. 이미 이륙한 비행기라는, 어디로도 탈출할 수 없는 특수한 환경이 혼돈으로 몰아넣는다. ‘내가 만약 저 비행기 안에 탑승해 있다면?’이라는 생각이 두려움과 공포로 이끌 영화 ‘비상선언’(감독 한재림)의 이야기다.

밀린 수사 업무로 인해 아내와 휴가를 취소하고 서에 출근한 베테랑 형사팀장 인호(송강호)는 비행기 테러를 예고하는 동영상을 접한다. 테러범과 아내가 함께 비행기를 탑승하지 않았기만을 기도하지만 불길한 예감은 현실이 된다.

그 시각, 아토피를 앓고 있는 딸아이의 치료를 위해 하와이행 비행기에 오른 탑승객 재혁(이병헌). 그는 자신과 딸의 주변을 꺼림칙하게 맴돌던 의문의 남성 진석(임시완)이 같은 비행기에 탄 사실을 알고 의심과 불안에 빠진다.

이륙 후 짧은 시간 내, 승객 한 명이 갑작스럽게 사망하자 부기장 현수(김남길)는 지상의 위기관리센터와 긴밀히 연락하며 운항에 힘을 쏟는다. 국토부 장관 숙희(전도연)는 재난 안전 대책을 위해 회의를 소집하고, 지상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한다. 혼란에 빠진 이들은 무사히 착륙할 수 있을까.



‘비상선언’은 사상 초유의 항공테러로 무조건적 착륙을 선포한 비행기와 재난에 맞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우아한 세계’ ‘관상’ ‘더 킹’ 등 사회적 화두를 던지는 소재들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흥미롭게 다뤘던 한재림 감독의 신작이다.

영화는 ‘재난’을 맞닥뜨린 인물들의 감정과 드라마를 담는다. 재난 앞에 나약해진 사람이 있는 반면, 용기 있는 결정을 하는 사람까지. 각자의 방식으로 소중한 사람을 지켜내기 위해 애쓰는 면면을 조명한다. 이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에 퍼지기 전, 제작한 영화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현실과 맞닿아 있다.

‘공감’을 일으키는 요소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들의 힘도 포함됐다.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 박해준은 각자의 역할과 놓인 상황에서 언제나 그랬듯, 역시나, 최고의 연기를 펼친다.

이들보다 더 눈에 띄고, 놀라운 얼굴은 임시완이다. ‘빌런’이라는 역할의 특수성이 있음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지 모를, 살짝 ‘돌아버린 눈’은 임시완의 천진한 얼굴과 대비돼 스산함을 배가시킨다.

배우들의 연기에 지상과 상공을 오가는 촘촘한 연출도 현실감을 높인다. 한재림 감독은 영화적 연속성을 지니면서 매끄러운 연결을 위해 공간과 그 속의 인물들을 섬세하고, 긴밀하게 엮어내는데 주력했다.

여기에 360도 회전, 고공낙하, 무중력 시퀀스 등은 실제 상황에 놓인 듯 구현돼 사실감을 더한다. 실제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느낌을 주기 위해 만들어낸 ‘플리커 효과’도 영화의 디테일을 완성시킨다.

다소 아쉬운 부분은 중후반, 결말로 달려가는 지점이다. 여러 차례 반복되는 위기에 몰입은 떨어지고, 피로감만 늘어난다. 몇 장면만 덜어냈다면, 마지막까지 쫀쫀한 긴장감을 유지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비상선언’은 오늘(3일) 개봉됐다. 러닝타임은 140분. 12세 이상 관람가.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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