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룡 “‘인생은 아름다워?’ 아닌 ‘인생은 아름다워!” [인터뷰]
입력 2022. 10.04. 17:28:22

'인생은 아름다워' 류승룡 인터뷰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느낌표를 찍는 삶이 있고, 물음표를 찍는 삶이 있잖아요. ‘인생은 아름다워!’와 ‘인생은 아름다워?’는 천지차이죠. 그 여지를 남겨둔 것 같아요. 저에게 ‘인생은 아름다워’는 느낌표에요. 저의 마음을 움직인 대사가 있거든요. ‘땅끝 마을이 끝인 줄 알았는데 뒤에 보길도가 있네. 인생도 끝이 있는 줄 알았는데 무언가 있었으면 해’라는 대사에 공감했죠. 그 대사가 엄청 와 닿았어요.”

첫사랑의 설렘과 아픔, 학창시절 친구와의 우정부터 따뜻한 가족애까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를 담은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감독 최국희). 그래서일까. 배우 류승룡에게 이 영화는 ‘물음표’가 아닌, ‘느낌표’로 남는다고 한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자신의 생일선물로 첫사랑을 찾아 달라는 황당한 요구를 한 아내 세연(염정아)과 마지못해 그녀와 함께 전국 곳곳을 누비며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게 된 남편 진봉(류승룡)이 흥겨운 리듬과 멜로디로 우리의 인생을 노래하는 국내 최초의 주크박스 뮤지컬 영화다. 류승룡은 극중 아내의 첫사랑을 찾아 나선 남편 진봉 역을 맡았다.

“뮤지컬인데 왜 저에게 왔는지 궁금했어요. 신선했죠. 저는 현재의 분량만 하는 줄 알았어요. 진봉이가 괴팍해서 걱정이 되기도 했죠. 감독님에게 진봉의 몇 살 때부터 연기를 하냐고 물었는데 군 입대부터 다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때부터 하고 싶다는 생각이 뿜뿜이었어요. 배세영 작가님 것이라 너무 재밌게 느껴졌죠. ‘나를 두고 쓴 것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눈물을 글썽이며 시나리오를 덮었을 땐 탄성 같은 게 나왔어요. 좋은 책을 읽은 것 같았죠. 저는 클래식 뮤지컬인 줄 알았는데 주크박스 뮤지컬이더라고요. 노래로 기능이 아니라 대사로 기능을 하잖아요. 그런 부분들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진봉은 겉이 바삭하다 못해 딱딱하기 그지없는 까칠한 성격의 소유자다. 영화 초중반까지 본 관객들이라면 아내 세연에게 하는 진봉의 행동에 분노했을 터. 자칫 비호감 캐릭터로 그려질 수 있었음에도 진봉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후반부에 갈등이 해소되는 부분들이 분명히 있어요. 초반엔 같이 욕도 하며 대동단결하는 게 있죠. 이런 것들을 굉장히 잘 매치 해놓은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이 상쇄되면서 과거 장면으로 갔을 때 어설프고, 빈틈 있고, 둥굴둥글 하면서 결국 갈등이 해소되고, 윤활류가 되는 그런 느낌이 좋았죠. 함께 웃고, 노래를 흥얼거리다가 울기도 하고. 그런 느낌이 들었으면 했어요.”

‘인생은 아름다워’는 2020년 12월 제작보고회를 열었다. 이후 작년 초 개봉 준비를 했으나 코로나19 확산, 팬데믹 여파로 인해 개봉 연기를 결정했다. 이 또한 류승룡은 영화 속 등장하는 노래처럼 “알 수 없는 인생”이라고 덤덤하게 말을 이어갔다.

“정말 알 수 없는 인생이지 않나요? 계획을 세우지만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잖아요. 그때는 전전긍긍 했었는데 지금은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있어요. 결국에는 온 국민이 코로나19라는 힘든 시기를 맞이하고, 이겨내고, 극복하면서 전화위복으로 삼고 있잖아요. 지금도 마스크를 쓰고 있지만 파란 하늘과 밖에서 마음껏 밥을 먹을 수 있는 것들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죠. 이런 사소한 것들에 감사함을 잊고 살 때가 많은데 그런 공감에 폭이 넓어지고, 깊어졌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하죠.”



이 영화에는 류승룡의 ‘노력’이 고스란히 들어가 있다. 반 년 넘게 이어진 보컬 레슨부터 한 곡당 5-6회 이상 반복해서 녹음한 열정과 고민들, 여기에 안무까지. 구슬진 땀을 흘리며 완성해낸 ‘인생은 아름다워’다.

“노래는 1년 정도 연습했어요. 보컬 레슨 기초부터 훑었죠. 정확히 13개월 걸렸어요. 춤은 체육관에서 가서 안무가 선생님에게 6개월 정도 배웠죠. 노래에는 기교가 있고, 기술이 있어서 힘들기도 했어요. 전체적으로 보면 밸런스를 맞춘다고 어려웠죠. 진봉의 괴팍스러움과 빌런으로서 갈등을 유발하면서도 나중에는 (진봉의 행동이) 이해와 공감이 되고, 상쇄 될 수 있는 지점을 만들어야 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어렵더라고요. 그게 가장 큰 미션이었어요.”

‘극한직업’ ‘명량’ ‘7번방의 선물’ ‘광해, 왕이 된 남자’까지 무려 4편의 천만 영화를 빛낸 류승룡. 특히 잔잔하게 터트리는 ‘류승룡 표 코미디’는 실패가 없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감사하죠. 인생에서 웃을 일이 얼마나 있겠어요. 우리는 울면서 태어났잖아요. 건강한 웃음을 지향하고요. 휘발되는 일회성 웃음 말고, 웃으면서도 끝에 무언가 남아있는 것을 지향하다 보니까 공감할 수 있고, 땅에 맞닿아 있는 웃음에 손이가고, 마음이 가요. ‘특별히 코미디로 웃겨야겠다, 잘 해야겠다’라는 생각보다는 그런 이야기들에 마음이 가죠.”



류승룡은 또 이러한 연기를 할 수 있었던 데에는 부부로 호흡을 맞춘 염정아의 도움이 컸다고 전했다.

“10년 뒤 (염정아에 대해) 책으로 쓰려고 해요. ‘염정아, 그녀는 누구인가?’. 베스트셀러가 될 것 같아요. 하하. 너무나 훌륭한 배우이고, 아내이고, 엄마에요. 또 훌륭한 학부모죠. ‘뜨거운 안녕’ 장면에서 염정아 씨가 먼저 촬영했어요. 이후 저를 찍는 장면에서 울먹울먹 해야 했는데 염정아 씨가 앞에서 엄청 울어주시더라고요. 저에겐 엄청난 경험이었어요. 이런 배우가 있다니, 너무나 고마운 경험이었죠. 저에게 염정아 씨는 연예인이었어요. 20대에 기괴하게 하고 다니던 시절, 그분은 미스코리아였죠. 다른 세계에 있는 사람이었어요. ‘저분과 나는 절대 볼 일 없겠다’라고 생각했거든요. 30년 뒤 부부로 만났어요. 정말 인생은 알 수 없는 거예요. 벽을 허물 수 있게 호칭부터 ‘오빠, 너무 같이 하고 싶었어요’라고 해주셨는데 그때부터 너무 편안하게 촬영할 수 있었죠.”

지난달 28일 개봉된 ‘인생은 아름다워’는 눈물 후기로 SNS를 달구고 있다. 개봉 2주차에도 입소문을 타고 관심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 류승룡은 “소중한 사람과 함께 보시길”이라고 추천했다.

“인생 동안 잊지 못할 작업이었어요. 특히 마지막 장면을 찍을 땐 너나 할 것 없이 다 울었죠. 스태프들도 함께 울었던 장면이에요. 저에게 너무 아름다웠던 작업이었죠. 행복하고, 인생에 있어 아름다운 한 챕터가 됐어요. 관객분들이 이 영화를 보면서 함께 웃고, 노래를 흥얼거리다가 울기도 했으면 해요. 집에 가면서는 ‘엄마에게 전화해볼까?’라는 생각도 들었으면 하고요.”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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