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프티 피프티 사태의 손익 계산서
입력 2023. 07.06. 13:00:35

피프티 피프티

[유진모 칼럼] '중소돌의 기적'이라는 성공 신화를 쓴 4인조 걸 그룹 피프티 피프티가 '멤버들-소속사 어트랙트-프로듀서 안성일 더기버스 대표'라는 삼각 구도 속에서 분쟁에 휘말렸다. 과연 결과는 어떻게 될까? 누가 이득을 보고, 누가 손해를 볼까?

현재 K-팝은 전 세계 대중음악 시장에서 단연 우위를 점하고서 한마디로 휩쓸다시피 하고 있다. 그냥 한국에서 제작한 걸 그룹, 보이 그룹이라고 하면 정식 데뷔도 하기 전부터 일단 '먹히고' 들어간다. 1980~90년대 국내 관객들이 '홍콩 영화'라고 혹은 '홍콩 배우'라고 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좋아했던 현상과 유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소 기획사가 하이브, JYP, SM, YG 같은 대형 기획사처럼 황금 알을 낳는 것은 쉽지 않았다. 환경 자체가 대형 기획사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했다. 그래서 피프티 피프티의 성공 신화는 더욱 돋보였던 것이었다. 그러나 중소 기획사의 한계일지, 아니면 국내 대중음악 업계의 한계일지 현재 그녀들의 동력은 사실상 거의 멈춘 상태이다.

어트랙트가 먼저 포문을 열었다. 멤버들을 빼가려는 외부 세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 외부 세력은 바로 피프티 피프티의 프로듀서 안 대표였다고 폭로했다. 어트랙트는 안 대표의 배후 세력으로 워너뮤직코리아를 지목하기도 했다.

그렇게 어트랙트 대 더기버스의 진실 공방과 힘 겨루기가 이어질 듯하더니 이내 반전이 일어났다. 피프티 피프티의 네 멤버가 법률 대리인을 앞세워 어트랙트를 상대로 전속 계약을 무효화하는 소송을 시작한 것.

그럼에도 어트랙트는 아직 나이 어린 멤버들이 상처를 입을 것과 향후 장래에 나쁜 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하며 하루 빨리 회사로 돌아오기를 바라고 있다. 진심이든, 가식이든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게 연예 기획사의 입장이다. 그래서일까? 음반 제작자들의 권익 단체인 한국연예제작자협회가 어트랙트의 손을 들어 주면서 공동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먼저 어트랙트와 더기버스의 공방전이다. 더기버스는 당연히 어트랙트의 주장이 허위라며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만약 어트랙트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할지라도 실제 돈이 오고간 증거를 포착하지 못할 경우 현실적으로 안 대표가 멤버들을 빼돌리려 했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은 만만치 않다.

따라서 두 회사의 주장의 진위 여부는 법적인 판단이 나올 때까지 시간이 좀 걸릴 듯하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것보다 다른 데 있다. 바로 피프티 피프티의 미래이다. 멀리 미래까지 볼 것도 없다. 당장 현재를 바라보자.



피프티 피프티의 'CUPID'는 지난 봄부터 불이 붙기 시작했다. 하지만 피프티 피프티는 봄부터 지금까지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이다. 한 멤버가 건강 문제로 스케줄을 제대로 이행할 수 없었던 데다 수술까지 받았기 때문이다. 현재는 많이 회복된 것으로 전해진다.

피프티 피프티는 현 시점이 데뷔 이후 가장 활발하게 활동해야 할 기회이다. 방송 활동은 기본이고, 각종 행사, CF, 콘서트, 팬 서비스 등으로 국내외를 숨가쁘게 왔다 갔다 해야 할 시기이다. 즉, 지금부터 바짝 수입을 당겨야 할 때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팀은 마고 로비 주연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트 '바비'의 OST에 참여했다. 그야말로 주마가편, 달리는 말에 채찍질을 하는 기회이고, 호랑이 어깨에 날개를 단 격이었다. 그런데 이번 분쟁으로 그 뮤직비디오를 못 찍고 있다. 절호의 기회를 날린 셈이다.

그뿐만 아니라 어트랙트로 섭외가 들어온 CF도 찍지 못하고 있다. 아니, 당장은 찍을 수 없을 게 거의 확실하다. 이 분쟁을 보고 광고를 강행군할 광고주는 없기 때문이다. 국내에 걸 그룹은 차고 넘친다.

자, 그러면 이제 손익계산서를 펼쳐 보자. 일단 워너뮤직코리아나 더기버스는 손해 볼 게 없다. 다만 최소한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을 벌 수 있었는데 그게 날아갔다고 궁시렁댈 수는 있다. 만약 어트랙트의 주장이 맞다면.

어트랙트는 확실히 손해가 막심하다. 어트랙트 전홍준 대표는 자기 재산과 어머니 돈까지 약 80억 원을 투자했다고 한다. 아이돌 그룹 한 팀을 성공시키는 데 그 정도 돈이 든다는 것은 국내 업계 관계자뿐만 아니라 웬만한 소비자도 다 안다.

전 대표가 그 투자금을 전부 회수했는지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최소한 최근 2~3개월 동안 마땅히 벌었어야 할 피프티 피프티의 활동 수익을 한 푼도 못 건진 것은 확실하다. 그뿐만 아니라 향후 벌 수 있는 돈 역시 오리무중이다.

그래도 전 대표는 피프티 피프티를 성공시킨 노하우를 바탕으로 재기하면 된다. 문제는 피프티 피프티의 멤버들이다.

멤버들은 스무살 안팎의 이제 갓 성인이 된 '소녀'들이다. 사실상 피프티 피프티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디자마자 큰 상처를 입었다. 그녀들의 주장이 맞다고 가정한다면 첫 직장인 어트랙트에게 배신당한 것이다.



그 정도로 끝나는 게 아니다. 피프티 피프티 사태는 이달의 소녀와는 또 다른 문제이다. 이달의 소녀들은 지난해 말부터 고통을 겪었지만 최근 매우 긍정적인 낭보를 연이어 전하고 있다. 그녀들은 더 이상 이달의 소녀에 집착하지 않는다. 츄나 오드아이써클만 보더라도 일단 이달의 소녀를 벗고 나니 더 잘된다. 그 배경에는 이달의 소녀가 블랙핑크만큼 스타덤에 오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아이러니한 이유도 존재한다.

그런데 피프티 피프티는 4명'밖에' 안 된다. 피프티 피프티는 현재 성공을 향해 달리는 것이지 블랙핑크나 뉴진스나 르세라핌의 자리에 오른 게 아니다. 쉽게 말해 몸집이 이달의 소녀보다는 크지만 블랙핑크만큼 크지는 않다는 이야기이다.

어트랙트의 주장과 피프티 피프티의 행동을 놓고 볼 때 양측의 갈등이 일기 시작한 것은 최소한 서너 달 전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활동을 못한 이유는 한 멤버의 건강 이상도 있었지만 사실 내부 문제였던 것이다.

블랙핑크를 보면 지수가 코로나19로 활동을 중단했을 때에나, 제니가 컨디션 난조로 월드 투어에 불참했을 때 나머지 세 멤버로 스케줄을 소화했다. 물론 까다로운 팬들도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팬덤은 아티스트에 대해 관대하다. 그리고 네 명 중 한 명이 빠졌다고 피프티가 아니라 포티 나인으로 보지 않는다.

결국 이번 사태로 가장 많이 상처 입고, 가장 많이 손해 볼 사람은 멤버들이다.

[유진모 칼럼 / 사진=셀럽미디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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