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 에반 핸슨', 나다운 삶을 찾아가는 여정[무대 SHOUT]
입력 2024. 04.17. 07:30:00

'디어 에반 핸슨'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디어 에반 핸슨, 오늘은 멋진 하루가 될 거야. 왜냐하면 오늘은 그냥 너답게 굴면 되니까."

한 소년이 스스로에게 적는 편지와 함께 무대가 시작된다. 하지만 그 말과 달리 소년의 하루는 썩 좋지도, 멋지지도 않다.

지난달 28일 아시아 라이센스 초연의 막을 올린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은 불안장애를 앓고 있는 외톨이 소년 에반 핸슨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2015년 워싱턴D.C.에서 초연된 후 2017년 제71회 토니 어워즈, 2018년 그래미 어워즈, 2020년 로렌스 올리비에 어워즈 등 15개 시상식에서 48개 부문 노미네이트, 26개 부문을 석권했다.

불안 장애를 가지고 있는 에반 핸슨은 "오늘은 멋진 하루가 될 거야"라고 스스로에게 편지를 쓰며 매일 좋은 하루를 꿈꾼다. 하지만 현실 속 에반은 늘 학교에 있는 듯 없는 듯한 작은 존재였다. 팔 깁스에 낙서를 해줄 친구 하나 없고, 좋아하는 여자아이에게 말 한마디도 제대로 못하는 소심한 소년이었다.

그러던 중, 에반은 문제아 코너 머피를 마주하게 된다. 코너는 에반이 스스로에게 쓴 편지를 우연히 읽게 되고, 이를 뺏어간다. 하지만 얼마 뒤 코너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에반이 스스로에게 썼던 편지는 코너의 유서로 오해 받는다.

코너의 부모님은 "학생은 코너가 혹시 어떤 마음이었는지 알까?"라며 에반에게 묻기 시작한다. 이 순간부터 에반은 말 한번 제대로 섞어본 적 없는 코너의 절친이 된다. 그리고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한 번으로 끝내려 했던 거짓말은 눈덩이처럼 계속 불어나게 된다. 이 거짓말은 에반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지고 올까.



일상 속 풍경을 한 무대 안에 담아둔 듯 무대를 가득 채운 스마트폰 화면들이 눈에 띈다. 극이 진행되는 내내 LED 화면들은 각종 SNS, 메신저, 동영상 플랫폼 등으로 전환되면서 관객들의 직관적인 이해를 돕는다. SNS의 파급 효과에 대해서 생각함과 동시에 화면 하나하나가 에반의 말에 어떤 힘을 실어주는지 보는 것도 소소한 관전 포인트가 된다.

또한 총 15곡의 넘버들은 '라라랜드', '위대한 쇼맨'의 음악팀 벤지 파섹과 저스틴 폴이 작사와 작곡을 맡아 극의 몰입도를 더해준다. 에반이 세상에 외치는 'Waving Through A Window', 그리고 에반이 스스로에게 말을 건네는 듯한 'You Will Be Found' 등의 넘버들은 캐릭터의 감정을 대변하며 탄탄한 서사를 만들어준다.

초연을 맡은 배우들의 연기 역시 돋보인다. 박강현은 '에반' 그 자체가 되어 열연을 펼치면서 고난도의 넘버까지 흔들림 없이 소화한다. 사건의 발단이 되는 코너 머피 역을 맡은 윤승우의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그동안 뮤지컬 '은하철도의 밤', '블랙메리포핀스', '베어 더 뮤지컬' 등으로 대학로에서 활약했던 윤승우는 이전의 캐릭터들의 이미지를 완벽하게 지워내며 성공적인 대극장 데뷔를 마친 듯 하다. 이 외에도 김선영, 강지혜, 장현성, 안시하, 조용휘, 이다정 등 배우들 역시 흠잡을 곳 없는 연기와 함께 안정적인 합을 보여준다.



다만 아쉬운 점은 공간의 활용이었다. 앙상블 없는 8인극인 만큼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의 규모가 극에 비해 조금 넓게 느껴진다. 또한 스마트폰 화면을 연출한 LED 화면은 좋으나 그 외에 특별한 무대 장치가 없다는 점도 조금 아쉬웠다.

그러나 배우들의 열연과 매력적인 넘버들, 그리고 탄탄한 스토리를 만나기 위해서는 한 번쯤 극장을 찾아도 좋을 것 같다. 극장을 나서며 나다운 삶이 무엇인지 곱씹어보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디어 에반 핸슨'은 오는 6월 23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에반 핸슨'역 김성규, 박강현, 임규형과 '하이디 핸슨'역 김선영, 신영숙, '코너 머피'역 윤승우, 임지섭, '조이 머피'역 강지혜, 홍서영, '래리 머피'역 장현성, 윤석원 '신시아'역 안시하, 한유란 '재러드 클라인먼'역 조용휘, '알라나 벡'역 이다정, 염희진, 스윙에는 장경원, 임민영, 김강진, 박찬양이 출연한다.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에스엔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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