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물의 여왕' 김갑수 "나를 발산하고픈 욕심, 하는 데까지 해보자"[인터뷰]
- 입력 2024. 05.06. 11:45:00
-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눈물의 여왕' 최종 시청률이요? '사랑의 불시착'은 뛰어넘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김갑수
종영 전 진행된 인터뷰에서 배우 김갑수가 자신 있게 말했듯이, '눈물의 여왕'은 24.9%(전국 유료 가구 기준, 닐슨)를 기록하며 tvN 역대 드라마 최고 시청률 1위에 올랐다.
'단명의 아이콘'이라는 수식어를 가진 김갑수는 이번에도 죽음으로 하차했다. 갑작스러운 홍만대의 결말에 충격을 드러내는 시청자도 많았는데. 김갑수는 "생각보다 늦게 죽었다"고 웃었다.
"사실 대본에서는 더 일찍 죽어요. 3, 4회 더 나온 분량이에요. 사실 죽는 시점을 바꾸는 건 어려운 게 아니니까요. 작가님 입장에서는 그다음 이야기를 넘어가기 위한 최적의 시점을 찾으신 것 아닐까요?"
계속해서 죽는 역할을 맡는 이유에 대해 물었다. 김갑수는 그저 '임팩트 있는' 인물을 연기하고 싶다고 답했다.
"(역할이) 크고 작은 걸 떠나서 임팩트 있어야 해요. 아무리 커도 임팩트가 없으면 하기 싫더라고요. 끝까지 산다고 해도 안 해요. 나만이 할 수 있는 거, 김갑수만이 할 수 있는 역할, 김갑수만 할 수 있는 연기 할 수 있으면 해요. 죽는 역할이라고 하면 왜 죽냐고 물어보고 내가 죽고 사건이 해결되고, 반전이 온다 이러면 하는 거예요. 필요하다면 죽어야죠."
김갑수는 '눈물의 여왕'에서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에서 구대성, 송강숙으로 함께 호흡을 맞췄던 이미숙과 다시 만났다. 사업가 역할인 김갑수와 그를 속이고 재산을 차지하려는 이미숙. 데칼코마니 같은 관계로 돌아왔다.
"이미숙과는 '신데렐라 언니'에서 호흡을 맞췄던 적 있어요. 그때도 이번이랑 비슷한 관계였어요. 호흡이 참 잘 맞았었는데, 이번에도 호흡이 아주 잘 맞았어요. 할 때마다 잘 맞는 것 같아요. 그러면 서로 편하게 연기 할 수 있죠. 모슬희에 대한 감정은 사랑이라고 축약하기는 어렵고, 믿음, 연민, 결국은 애증의 관계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홍만대 입장에서는 자기 어머니가 끓여주셨던 찌개 맛을 낼 수 있는 게 모슬희 밖에 없으니까. 또 (홍만대는) 큰 기업을 끌고 가면서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없었을 거예요. 누구든 예뻐해 주고 싶고 위로받고 싶고 믿어주고 싶고 그런 게 모슬희 아니었을까요."
홍만대는 의식을 찾고 난 후 치매 증상을 보이는데. 많은 시청자들이 '홍만대가 연기하는거다', '아니다'로 열띤 토론을 나눴다. 이에 대해 김갑수는 "재밌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말 기억을 잃었는지는 정확히 구별하고 싶지 않아요. 아무도 모르는 거죠. 모슬희도 모르고 홍만대만 아는 거죠. 보시는 분들께서 좋은 쪽으로 생각하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참 '그 사람 기억상실이 맞다', '연기 하는거다'' 얘기하는 게 재밌어요. (시청자에게) 맡길 때는 맡겨야 해요. 지문에도 (홍만대가 연기를 하는지 아닌지) 안 쓰여있었어요. 연기자가 본인 하고 싶은 대로 만들어낸 거죠. 연기라는 게, 연기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시청자들이 살을 붙이는 게 재밌어요."
그러면서 '눈물의 여왕'을 집필한 박지은 작가에 대해 호평을 늘어놨다. 가장 좋았던 부분은 찰진 대사. 박지은의 대사에는 특별한 힘이 있다고.
"(박지은 작가는) 대사를 잘 써요. 아주 매력 있게 쓴다. 가슴이 찡한 듯 안 한 듯 하게 대사들을 쓰는 것 같더라고요. 표현이 좋아요. 지문이 디테일하게 나오지 않아요. 상황을 만들어주고 배우, 감독한테 맡기죠. 사실 배우는 지문을 너무 많이 주면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감독들도 마찬가지예요. 박지은 작가는 적당하게 요구하는 것 같아요."
함께 연기한 후배들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특히 '눈물의 여왕' 주인공 홍해인 역을 맡은 김지원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갑수는 촬영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김지원과 독대 신을 꼽으며, 김지원이 인상 깊은 연기를 펼쳤다고 전했다.
"(김)지원이를 '태양의 후예'에서 처음 봤어요. 예쁘더라고요. 젊은 여배우 많잖아요. 그중에서 어떻게 해서든지 살아 남아야 해요. 내가 이번에 ('눈물의 여왕'을) 같이 하면서 '지원이가 오래 연기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홍해인이란 복합적인 인물을 잘 표현했기 때문에 스스로를 확 뛰어넘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홍만대가) 정신 오락가락할 때 단독으로 만나는 장면이 하나 있어요. 그때 지원이 표정이 기억에 남아요. 연기 표현을 잘하더라고요. 놀랐어요."
백현우 역을 맡은 김수현에 대한 칭찬도 덧붙였다.
"(김)수현이도 이번에 특히 잘했죠. 와이프가 죽는다, 이혼하고 싶다, 이런 여러 복합적인 상황에서 연기를 잘했어요. 단순한 연기가 아니잖아요. 이번 작품은 '얘는 나쁜 놈이야', '얘는 착한 애야' 그렇게 단순하게 보여서는 안 됐어요. 그걸 잘 표현했어요."
1977년 극단 현대극장 1기로 데뷔한 김갑수는 어느덧 연기 인생 50년을 바라보고 있다. 긴 시간을 배우로 살면서, 슬럼프가 오기도 했었다고 고백했다.
"다르게 연기하고 싶은데, 그게 쉽지 않아요. 습관화되는 거죠. 그런데 본인이 잊지 않고 세월이 가면 또 다른 연기가 돼요. 전에는 '못하겠다' 생각할 때도 있었어요. 감정 소모가 너무 크니까. 작가가 써준 작품을 가지고, 감독이 연출하는 부분을 가지고 내가 피력해야 하는데 그게 어느 순간 힘들어지면서 슬럼프가 오더라고요. 결국 방법은 없어요. 그냥 지나가는 거예요. 그때 못 견디고 때려치우면 그만두는 거죠. 그러려니 지나가면 지나가는 거예요. 너무 많이 고민하지 않고 다 지나가리라, 생각하라는 편이에요. 고민을 해도 연기자 혼자 할 수 있는 건 없어요. 아울러 그냥 하는 거예요."
이어 김갑수는 제 뒤를 따라 연기의 길을 걷고 있는 후배들에게 '감독을 믿어라'라는 조언을 남겼다.
"저는 막 조언하는 편은 편은 아니에요. 현장에서 조언한다는 게 쉽지 않아요. 연기하는 스타일이 다 있으니까 그걸 존중해야죠. 그런데도 후배들한테 '감독을 믿어라'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감독이 가장 객관적이에요. 내 연기든, 작품이든. 감독이 자기 그림이 있을 거예요. 그 배를 같이 탄 거니까 촬영하면서 감독과 얘기하고 무사히 잘 만들라고 얘기하고, 작품이 잘 안되면 같이 책임지는 거라고 해요."
김갑수는 연기 외적으로 끊임없이 시도하는 도전의 아이콘이기도 하다. 바이크, 일렉기타, 색소폰 등 즐기는 것이 많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길을 가보려고 한다는 계획을 전했다.
"유튜브를 해볼까 해요. 계획을 하고 있어요. 젊은 사람부터 나이 먹은 사람까지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뭘까 고민하고 있어요. 배우로서 벽을 좀 뛰어넘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요. 내 스스로 발산하고 싶다는 욕심이요. 나이가 들긴 했지만, 할 때까지는 해보고 싶어요."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F&F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