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윤의 꿈, 역성 [인터뷰]
- 입력 2024. 10.28. 12:58:01
-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역성'. 이승윤을 설명하는 단어 그 자체다. 이지리스닝 곡 대신 5분 길이의 곡, 싱글, 미니 앨범 대신 정규 앨범. 이승윤은 자신만의 '역성(易聲)'으로 계속해서 나아가고 있다.
이승윤
지난 24일 이승윤은 정규 3집 '역성'을 발매했다. 타이틀곡 '역성'을 비롯해 선발매 앨범에 수록된 바 있는 '폭죽타임', '검을 현', '캐논', '내게로 불어와', '28k LOVE!!', '리턴매치', 'SOLD OUT', '폭포' 등과 신곡 7곡까지 총 15곡이 수록됐다.
'역성'은 거스르지 못하는 것들을 거슬러보겠다는 이승윤의 의지가 담긴 앨범이다. 앞서 선발매 앨범을 통해 정해진 흐름을 벗어나리라는 음악적 메시지를 전한 데 이어 정규 3집을 통해 마침내 완전한 '역성'의 중심에 서서 용기가 필요한 이들에게 뜨거운 열망을 선사한다.
"'역성'이라는 것은 '역성혁명'에서 가져왔다. 저는 정반합의 세계에서 언제나 역성의 순간은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게 개인적인 세계든, 사회적인 세계든, 또 그게 역사책에 기록이 되는 정도든, 우리끼리 아는 사소한 거든 언제나 역성의 순간은 있었다. 역성의 용기가 필요한 순간들에게 닿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역성'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오게 됐다. 동시에 '역성'이라는 단어는 옳고 그름을 떠나 서로를 무조건적으로 지지한다는 뜻도 내포하고 있다. '역성'이라는 용기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그 용기가 필요한 저에게, 무조건적인 역성을 들어줄 수 있는 노래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다"
타이틀곡 '역성'은 부드러운 피아노 선율로 시작해 강렬한 밴드 사운드로 이어지는 곡으로, 우리의 빛나는 순간들을 휘두르다 버린 시대와 세상에 대한 '역성'의 마음가짐을 담았다.
"타이틀곡은 앨범 제작 마지막 쯤 만들어졌다. 앞서 다른 노래들을 만들고서 저희끼리 품평회를 열었다. 그 시간을 통해서 어떤 곡이 더 있었으면 좋겠는지, 어떤 점이 부족한지 얘기를 나누는데, 그때 이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곡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거의 마지막에 만들어진 곡이다. 이 곡을 만든 후에 다른 곡들이 무엇을 거스르는 이야기라는 것을 정의할 수 있었다. 곡들이 무언가를 거스른다고 먼저 규정하고 만들지 않았고, 만들고서 최종 점검을 하니 거스르는 이야기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역성'은 곡의 길이마저도 일종의 '역성' 같다. 3분 내외의 짧은 러닝타임의 이지리스닝 곡이 다수인 가요계에 5분이라는 러닝타임은 낯설게 느껴진다.
"길이를 신경 쓰고 만들진 않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지금 제 노래가 이 세상에 엄청난 영향력을 끼치는 위치가 아니고, 그래서 마음대로 해도 되는 입장이라고 생각한다. 노래 길이를 신경 쓰지 않고, 이 노래의 맥락과 서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짜임새 있고 알맞게 들어가면 된다고 생각해서 길이에 상관없이 만들었다. 제가 이런 행위를 하면서 트렌드를 거슬러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고, 이 노래들을 지금 이 시점에 하나의 앨범으로 담는 게 너무 소중한 시기라는 생각을 단순히 했을 뿐이다. 그래도 이런 앨범을 내는 게 나쁘진 않나 싶은 생각도 드는데, 저처럼 이런 걸 하고 싶어 하는 사람, 음악인들이 분명히 많이 존재하신다. 그래서 저도 지금 할 수 있을 때 해놓으면 조금 더 많은 문들을 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특히 이승윤은 "이 앨범을 냈다는 점에서 저는 방점을 찍어도 되지 않을까"라고 말할 정도로 정규 3집에 큰 애정을 드러냈다. 이번 앨범에 본인의 꿈, 동료들이 모두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제가 16~17살 때부터 작곡을 시작했다. 그때부터 만들고 싶었던 음악, '나는 이런 음악을 너무 만들고 싶었어'라고 생각했던 곡들을 이번에 만들어낸 것 같다. 그리고 끝까지 잘 완성시켜낸 것 같고, 친구들과 함께 만들어서 더더욱 자부심이 드는 것 같다. 저는 만약에 제가 내일 음악을 관둔다면 하나만 꼽고 가라고 해도 이번 앨범을 택할 거다. 물론 아쉽거나 부족한 점이 파고 파다 보면 당연히 나오겠지만, 현재로서 제가 해낼 수 있는 것보다 더 잘 해냈다고 생각한다. 이건 함께 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고, 그래서 더 마음에 차는 앨범인 것 같다."
실제로 이번 앨범의 크레딧을 보면 이승윤, 프로듀서 조희원, 기타리스트 이정원, 드러머 지용희, 총 4명이 15곡에 모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네 명이 힘을 합쳐 0부터 새롭게 만들어보자는 말로 시작했기에, 이승윤은 더욱 크레딧을 함께 나누는 것에 의의를 뒀다.
"작년 4월에 대만 공연을 갔다가 저 스스로도 느끼는 음악인으로서의 고민, 그리고 다른 세 명이 가진 각자의 고민에 대해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다가 '그럼 우리 한번 0부터 다 같이 만들어볼래', '다 같이 우리의 무력함을 돌파해 볼까' 하면서 시작된 앨범이다. 앞선 1, 2집에서도 항상 도움을 많이 받았고, 친구들과 음악 작업을 늘 함께 해왔다. 생각해 보니 크레딧에 실릴 수 있는 역할이 많지 않더라. 기타, 드럼, 프로듀서만 적힌다. 그리고 제가 보답할 수 있는 영역도 한정적이다. 그래서 작년에 함께 앨범을 만들자고 얘기를 한 뒤에 작곡을 함께 해야 크레딧을 비롯해 많은 것을 나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좋든 싫든 작곡부터 참여를 시켰다."
최근 국내 음악 시장에서는 밴드 인기가 뜨겁다. 데이식스, 루시, 엔플라잉 등의 노래가 큰 인기를 끌면서 '밴드 붐'이 일고 있다.
이승윤은 이와 같은 현상에 대해 "사실 약간의 착시라고 생각한다. 페스티벌의 붐이지 밴드라는 형식을 이해하면서 좋아하는 사람은 적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제 더 제대로 된 밴드 붐으로 확장됐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제게 밴드 붐에 대해 묻기는 하는데, 막상 저를 그 안에 껴주지는 않더라"며 "사실 그런 상황에서 제가 항상 논외가 된다는 것에 대해 팬분들의 박탈감이 더 크시다는 걸 제가 더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그걸 제가 어떻게든 쟁취해야겠어라는 욕심이 크지는 않아서 그냥 투어를, 공연을 하면서 '이 시간을 다 불태워서 드리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살고 있다"고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추구하는 이승윤이지만, 그도 팬들을 향한 고마움은 항상 잊지 않고 있다. 자신의 음악을 좋아해주는 팬들이 있기에, 이승윤은 또 다시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어 나간다.
"제가 대중적인 음악을 못 만든다고 했더니 팬분들이 저희도 대중이라고 말을 했었는데, 그 말에 감동을 크게 받아서 오래 기억을 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저도 대중 가수다. 그 부분을 늘 잊지 않으려고 한다. 제 음악을 좋아해 주시고, 제 음악을 찾아주시는 분들이 있기에 그분들로 인해서 노래를 하고 있다는 것을 절대 잊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제가 하고 싶은 걸 한다고는 말씀드리지만, 제가 이 모든 감사함을 내팽개치고 하지는 않는다. 저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기꺼워할 만한 음악을 계속해야겠다는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살고 있다."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마름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