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가게' 김설현, 확신을 찾아가는 과정[인터뷰]
입력 2024. 12.28. 10:00:00

김설현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우리가 알던 AOA 설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지금까지 본 적 없던 서늘하고 기묘한 분위기, 그리고 사랑 앞에서 모든 걸 희생하는 애절한 모습까지. '조명가게'를 통해 또 한 번 배우로서의 도약에 성공한 김설현이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조명가게'는 어두운 골목 끝을 밝히는 유일한 곳 조명가게에 어딘가 수상한 비밀을 가진 손님들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강풀 작가의 '미스터리 심리 썰렁물'​ 시리즈의 5번째 작품인 웹툰 '조명가게'를 원작으로 한다.

김설현은 이번 작품을 통해 첫 장르물 도전에 나섰고, 이에 지금껏 본 적 없던 새로운 모습을 연기해야만 했다. 김설현은 "많은 배우들이 출연하다 보니 제가 같이 촬영하지 않은 부분도 많아서 드라마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했는데 정말 재미있었다. 주변에서 좋았다는 평도 많이 해주시고 잘 봤다는 말도 많이 해주셔서 뿌듯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청자 반응을 많이 찾아보는 편인데, 좋은 평가가 많았던 것 같다"며 "이렇게까지 좋은 평이 많은 건 처음이라서 정말 보람 있었다. '설현인지 몰랐다'는 평을 봤을 때 제가 새로운 모습을 잘 보여준 것 같아서 너무 좋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조명가게'는 배우 김희원이 첫 시리즈 연출에 도전해 공개 전부터 큰 화제가 됐다. 그래서 김희원과 친분이 있는 배우가 다수 작품에 합류했지만, 김설현은 그 안에서도 유일하게 기존 친분이 없는 배우였다.

"우연한 기회에 김희원 감독님을 만나게 됐었다. 그때 '연기는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나', '어떤 게 좋은 연기인가'와 같은 연기적인 질문과 대화를 정말 많이 했다. 그런 점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이후에 '조명가게' 대본을 보내주시더라. 그렇게 해서 대본을 받아서 읽어봤는데 작품이 너무 좋다고 생각했다. 또 원래도 강풀 작가님 팬이기도 했다. 이야기가 너무 좋아서 많이 울었고, 동시에 어렵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지영이라는 캐릭터가 너무 좋아서 잘 소화하면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확실히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 참여하게 됐다."



김설현은 알 수 없는 목적을 지닌 미스터리한 인물 지영 역을 맡았다. 큰 캐리어와 함께 버스 정류장에서 하염없이 누군가를 기다리는 모습으로 '조명가게'의 시작을 열고, 극 초반에는 긴 소복을 입고 캐리어를 끌고 다니면서 거리를 배회한다. 지영은 음산한 분위기와 함께 궁금증을 자아내면서 극 초반의 긴장감을 끌고 가는 인물인 바, 당연히 김설현에게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캐릭터는 아니었다.

"확실히 걱정되는 마음이 없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제가 다른 캐릭터를 만났을 때 '이 캐릭터는 쉽다'라고 생각한 적도 없었다. 모든 캐릭터가 다 어렵게 느껴졌고, 모든 작품에 부담감이 있었다. 그래서 특별히 더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스스로 많이 노력했고, 감독님께서도 지영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어려운 게 맞다고 하셨다. 누가 해도 어려운 캐릭터라고 말해주시더라. 그 말로 제가 부담감을 내려놓을 수 있기도 했다."

특히 그는 경험해 보지 않은 영역들을 표현하는 것에서 어려움을 느꼈다고. 김설현은 "사후세계는 아무도 경험하지 않았고, 저도 잘 모르는 부분이라서 어렵다고 생각했다. 또 전개 자체가 시간 흐름대로 되지 않다 보니까 대본을 보면서도 이게 며칠인지 헷갈리는 부분이 많았다. 그래서 시청자분들이 제 감정선에 잘 공감하고 따라와 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고 말했다.

지영은 1~4화까지 미스터리한 인물로 등장한다. 하지만 5화부터 과거 현민(엄태구)과 함께 했던 서사들이 드러나고, 동시에 그의 행동들이 하나둘씩 이해되기 시작한다. 이에 초반부와 후반부의 톤에 차이를 주는 것에도 김설현이 크게 신경 써야만 하는 부분이었다.

"4화까지는 공개되지 않은 부분이 많아서 톤을 잡는 게 조금 어려웠다. 특히 지영이가 처음 작품의 문을 여는 만큼 저의 톤이 드라마의 전체적인 톤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게 책임감으로 다가왔고, 어떻게 내가 톤을 잡아야 드라마를 끌고 갈 수 있을지도 많이 생각했다. 여러 시도를 해봤는데, 일단 지영이가 가진 의지는 현민이를 살리는 것이라는 점을 생각해 봤다. 1화에서는 그게 드러나면 안 되고 미스터리 장르로 포장돼야 한다. 그래서 그런 감정을 어느 정도 드러내야 할지 감독님께도 여쭤봤다. 그랬더니 감독님은 아예 이상한 여자처럼 보여야 한다면서 아예 미스터리하게 보여줘야 할 것 같다고 하더라. 그래서 계속 대본 리딩을 해보면서 톤을 잡게 됐다."

또한 김설현은 지영에 대해 "1인 2역을 연기하는 느낌"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감독님이 4회까지는 연쇄살인범처럼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을 해주셨다. 물론 지영이의 원래 감정과는 아예 다르지만, 아파트에 현민을 데리고 가는 신도 마치 저 사람을 반으로 잘라서 캐리어에 넣는다고 생각으로 연기를 하라고 했다"면서 "아예 다른 감정선을 연기했어야 한다. 처음 봤을 때 너무 이상해보이면 안되니까, 그 지점을 감독님과 연기하면서 계속 조율했다"고 설명했다.



김설현은 극 중 연인으로 등장한 엄태구와의 주로 호흡을 맞췄다. 두 사람은 2018년 영화 '안시성' 이후 6년 만에 재회한 것으로, 앞서 웹예능 '살롱드립'을 통해 당시에는 두 사람은 대화를 몇 마디 나눠보지 못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설현은 "전 작품 때는 배우분들이 한자리에 모여있는 경우가 많아서 한 마디만 해도 열 마디가 더해져서 대화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 것 같다"며 "이번에는 둘이 찍는 신이 많다 보니 같이 대기도 하고 호흡하면서 서로 비슷한 점이 많다고 생각했다. 서로에게 자연스럽게 의지하면서 전우애도 생긴 것 같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엄태구와의 관계에 대해 '소울메이트'라고 밝혔다. 수줍음도 많고 말수도 적은 엄태구와 어느 정도 닮아있는 부분이 많다고.

"촬영장에 가면 여러 유형의 배우가 있다. 촬영 들어가기 전에 사적인 대화를 많이 하면서 긴장을 푸는 배우도 있고, 조용히 해야 할 일에 집중하는 배우들이 있는데 둘 다 후자에 가까웠던 것 같다. 선배님이랑 제가 대화가 없는 건 불편해서가 아니라 각자 할 일에 너무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른 선배님들은 왜 이렇게 둘이 대화가 없냐면서 대화 좀 하라고 말하시더라.(웃음) 그래서 저희는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다 통하는 사이라면서 '소울메이트'라고 설명했다. 그 점이 태구 선배님과 정말 편했던 것 같다. 억지로 친해지면서 벽을 허물려고 하기보다는 같은 감정을 느끼고, 생각하면서 자연스럽게 가까워지는 부분이 잘 맞았던 것 같다."



2012년 그룹 AOA로 데뷔했던 김설현은 같은 해 KBS2 드라마 '내 딸 서영이'에 출연하며 배우 활동도 시작했다. 물론 초반에는 '아이돌 출신 배우'라는 꼬리표와 함께 연기력 논란을 겪기도 했던 바, 아직도 김설현은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갖기 어렵다고 고백했다.

"(김희원 감독님은) 항상 촬영장에서도 오케이를 하시고 나서도 너는 어땠냐고 꼭 물어보신다. 그런데 저는 스스로에게 확신이 없는 배우다 보니 항상 '잘 모르겠다', '감독님이 좋으시면 저도 좋다'는 식으로 자주 답했었다. 그러면 항상 감독님께서 '그러면 안 된다. 네가 그걸 알아야 된다'고 말씀을 해주시더라. 제가 워낙 확신도 없고 주저하는 배우라는 걸 잘 아셔서 제 의견을 더 물어보려고 노력하셨던 것 같다. 제게 확신을 주려고 하셨다."

'조명가게'를 통해 김설현은 이미지 변신에도 성공했고, 배우로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그는 절대로 여기에서 만족하지 않고, 계속해서 새로운 '배우 김설현'이 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좋은 평가를 받아도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생기기보다는 보람차다는 생각을 하는 정도인 것 같다. 마지막화 공개날 선배님들을 만나서 정말 많이 물어봤다. '저는 제 연기를 보면 아쉬웠던 것만 생각나고 객관적으로 보기가 힘들다'고 말씀드렸더니 이정은 선배님이 '나도 내 연기에 만족한 적 한 번도 없어'라고 답하시고, 김희원 감독님도 공감하시더라. 그걸 보면서 진짜 오랜 시간 연기를 해도 스스로에게 만족한다는 건 어렵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런데 감독님께서 그렇게 만족을 못 해야 발전이 있는 거라는 말도 덧붙여주시더라. 그래서 이번에도 좋은 평가는 받았지만 스스로는 아직도 부족한 점만 보이고, 아직도 더 잘하고 싶다. 새로운 시도를 정말 좋아해서 다양한 역할을 해보고 싶고, 이번 작품에서 그동안 보여드리지 못했던 모습을 보여드린 만큼 앞으로 또 새롭게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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