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인터뷰①] 손유동·김기택 "'카포네 밀크', 관객들도 함께 즐기고 웃길"
입력 2025. 01.28. 07:00:00

'카포네 밀크'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공연을 하다 보면 대본이나 연습 과정에서 없었던 호흡들이 점점 만들어져요. 생각지 못했던 웃음 포인트가 생기기도 하고, 오히려 재미있다고 생각했는데 관객분들에게는 반응이 없어서 포기할 때도 있죠.(웃음) 하지만 그런 디벨롭들이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

코미디 극을 하는 배우들에게는 관객들의 웃음 타율을 맞춰야 한다는 의무감이 자연스레 따라온다. 특히 매체와 달리 실시간으로 관객들의 반응을 마주하는 만큼, 그날 공연의 전체적인 호흡 역시 관객들이 좌우하게 된다. 팩션 코미디 뮤지컬 '카포네 밀크'를 공연 중인 배우 손유동, 김기택 역시 "웃음소리나 반응이 많을수록 힘도 나고 자신감도 생겨요"라면서 공연 소감을 전했다.

'마피아'와 '우유', 이 작품에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가지의 키워드가 절묘하게 섞여있다. '카포네 밀크'는 20세기 시카고의 악당, 마피아 조직 '시카고 아웃핏'의 두목 '알 카포네'가 우유 사업을 주도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팩션 뮤지컬이다.

목장이 지긋지긋했던 시골 소년 '밀크 화이트'는 시카고로 상경한다. 순진했던 밀크는 시카고에 도착하자마자 모든 물건을 털리지만, 예민한 미각과 후각의 재능으로 밀주 사업으로 악명을 떨치던 마피아 '알 카포네'의 비밀 주점 바텐더로 고용된다.

하지만 라이벌 마피아 조직과 부패 경찰의 합동으로 카포네는 위기에 몰리고, 밀크는 자신의 고향인 위스콘신 목장으로 그를 데려가게 된다. 그곳에서 카포네는 우유 사업이라는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된다.



지난해 12월 18일 개막해 오는 3월 9일까지 공연되는 '카포네 밀크'는 어느덧 절반가량을 달려왔다. 한 달 이상 공연을 진행하며 여러 차례 호흡을 맞춰본 만큼 이제는 배우들에게도 무대를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조금이나마 찾아왔다고.

"저는 보드빌(춤·노래 등을 곁들인 가볍고 풍자적인 통속 희극) 형식의 공연을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해봤는데, 같이 즐긴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또 지금은 공연 초반보다 익숙해져서 배우들끼리의 호흡도 좋아졌어요. 유동이 형은 여러 작품을 같이 함께 해서 어떤 배우인지를 원래도 잘 알고 있었고, 그런 특징들을 이제는 다른 배우들한테도 찾을 수 있게 됐죠. 요즘에는 무대를 즐기고 있다고 생각해요. 가끔은 저도 관객분들처럼 다른 배우들을 보고 함께 웃을 때가 있거든요."(김기택)

'카포네 밀크'는 초연으로 올라온 창작 뮤지컬로, 두 배우는 작품의 첫 포문을 열게 됐다. 새로운 작품을 처음 무대에 올리는 만큼, 배우들에게도 당연히 초연은 부담이 될 수 있었을 터. 하지만 두 배우는 "대본이 새롭고 재미있었다"면서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담백하게 내놓았다.

"저희 둘 모두 김지호 연출님과 '새벽의 입구에서'라는 작품을 같이 했었어요. 그렇다 보니 지호 연출님 통해서 받은 작품이라 조금 더 마음이 열린 상태에서 대본을 보기도 했죠. 그리고 유동이 형이 말한 것처럼 대본이 재미있었어요. 물론 항상 창작 뮤지컬이 고민되는 지점은 제가 처음 대본을 받아 읽었을 때랑 달리 연습이 진행되면서 대본이 달라질 수 있는 경우도 있다는 거죠. 하지만 그런 것들을 맞춰가면서 만들어가는 게 창작 초연 작품인 것 같아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선택해도, 처음에 생각했던 생각이 끝까지 가지 않을 수도 있는 게 창작 초연 작품이죠."(김기택)

이 작품이 흥미로운 건 실화를 각색했다는 점에 있다. 실제로 손유동이 연기하는 알 카포네는 시카고를 주름잡던 마피아 조직의 두목이었고, 극 중에 등장하는 라이벌 마피아 두목 벅스 모란과 보안관 엘리엇 네스 역시 실존했다.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손유동과 가상 인물을 연기하는 김기택의 캐릭터 접근법은 어떻게 달랐을까.

"저는 원래 연기하는 캐릭터에 실존 인물이 있으면, 그 인물을 최대한 공부해서 훼손하지 않는 한으로 연기하려고 해요. 물론 100% 사실만 가지고 할 수는 없으니 항상 그런 지점을 많이 고민하죠. 그런데 이번에는 사실 다른 작품들과 다르게 공부를 깊이 하지 않았어요. 연출님도 '결국 알 카포네는 좋은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거든요. 그 인물은 결국 악당이죠. 그래서 카포네를 희화화하려고 아이러니한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에 집중했던 것 같아요."(손유동)

"저는 오히려 반대로 다른 세 배우들과 다르게 유일하게 실존 인물이 아닌 캐릭터예요. 그래서 실존 인물인 다른 역할들, 특히 알 카포네에 대해 공부를 많이 했어요. 그들 사이에 새롭게 만들어 낸 가상의 인물이 잘 섞여야 하니까, 누구보다 그 사람들을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래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잘 스며들 수 있을 것 같았어요."(김기택)



이번 '카포네 밀크' 초연에서는 알 카포네 역에 김재범, 손유동, 유태율, 백기범이, '밀크 화이트' 역에 정욱진, 최재웅, 김기택이 캐스팅됐다. 뮤지컬은 페어 별로 호흡이 달라지면서 극의 감상이 달라진다는 매력이 있는 바. 손유동과 김기택은 앞서 여러 작품에서도 함께 호흡을 맞췄던 만큼 서로의 카포네와 밀크에서 느껴지는 친밀함을 장점으로 꼽았다.

"유동이 형은 아무래도 작품을 가장 많이 함께 했던 배우라서 더 친밀함이 있죠. 축구부 선배로 있을 것 같은 형이에요. 살짝 어딘가 2% 모자란 느낌도 있죠. 그런데 원래 사람이 허점이 보일 때 마음이 열리고 더 가까워지기도 하잖아요. 제가 보기에는 그런 장점이 있는 카포네라고 생각해요."(김기택)

"기택이는 밀크 세 명 중에서 제일 스탠다드한 편이에요. 그런데 저도 카포네 4명 중에서 제일 스탠다드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원래도 기택이랑 연기를 대하는 태도나 가치관 같은 게 비슷한 편이에요. 이런 매력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손유동)

뮤지컬 '홀연했던 사나이'를 통해 코미디 극에 출연했던 손유동과 달리 김기택은 필모그래피 중 '카포네 밀크'가 첫 코미디 장르 작품이었다. 당연히 첫 코미디 극인 만큼 많은 고민이 따랐고, 그는 극 안에서의 적절한 선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정말 색달랐던 것 같아요. 그래서 연습 과정 때 많이 헤매기도 했고요. 그런데 제가 느끼기에는 이 극의 서사는 밀크를 따라가게 돼 있거든요. 그래서 밀크까지 코미디로만 접근하면, 관객들이 누구를 따라가야 될지 모르겠다는 느낌을 정말 많이 받았죠. 물론 이 작품의 장르가 코미디고, 제가 코미디는 처음이라서 아직도 사실 내가 이 선을 어떻게 잡고 가야 되는지에 대한 고민은 아직까지도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애드리브나 돌발 상황에서도 그 선을 넘어가지 않는 선에서 대처하려고 노력을 정말 많이 하고 있죠. 접근을 조금 다르게 해야했고, 출발점이 달랐던 작품이에요"(김기택)



무엇보다 '카포네 밀크'의 가장 큰 매력은 부담 없이 웃고 즐길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카포네 밀크'에서는 대학로에서 실력으로 인증받은 배우들이 모여 유쾌한 재미를 선사하고, 스토리 역시 과한 감정 소비 없이 가볍게 감상할 수 있다. 배우들 역시 이 점을 강점으로 꼽으며, 많은 관객들이 찾아왔으면 하는 바람을 드러냈다.

"대단한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는 관객분들이 신나게 보고 가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에요. 여가 시간에 영상을 볼 때를 떠올려 보면 울적한 영화를 보고 감정을 해소하고 싶은 날도 있고, 액션을 보고 싶은 날도 있잖아요. 그런데 저는 큰 니즈가 없을 때 예능을 틀어보거든요. 뮤지컬 중에서도 드라마가 강한 작품이 있듯 신나고, 즐겁게 보고 나올 수 있는 작품도 있다고 생각해요. '카포네 밀크'도 그런 느낌의 공연이에요. 함께 하는 보드빌 형식의 공연이니까 관객 분들이 즐겁게 보고 같이 즐겼으면 좋겠어요."(손유동)

"저는 연습하는 과정에서 'Villain's Song' 넘버 가사가 귀에 들어왔어요. 영화를 보면 꼭 빌런, 악당들이 나오잖아요. 물론 그들은 악당이지만 '우리가 없으면 무슨 재미로 뮤지컬을 보겠어'라는 가사처럼 영화도 사실 그들이 나와서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부분이 생기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들을 미화해야 된다는 건 절대로 아니지만, 제가 살아오면서 생각하지 못했던 가사라서 신선하게 다가오더라고요. 결국 모든 사람, 사물은 알고 보면 다 쓰임과 역할이 있다고 생각하게 됐죠. 저희 작품에서는 악당인 카포네가 관객들에게 재미를 주는 역할이에요.(웃음) 그러니 모든 사람들이 와서 보고 즐겨주셨으면 좋겠어요."(김기택)

'카포네 밀크'는 오는 12월 18일부터 2025년 3월 9일까지 예스24아트원 1관에서 공연된다.

[설날인터뷰②]에서 계속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아뮤즈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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