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서울' 박진영, 잔잔하고 깊은 호수처럼[인터뷰]
입력 2025. 07.09. 07:00:00

박진영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호수'처럼 잔잔하고 깊다. 때로는 감정을 터트리기보다는 정서의 여백이 있는 캐릭터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진하게 울린다. ‘미지의 서울’에서 ‘이호수’ 역을 맡아 밀도 높은 정서를 지닌 캐릭터를 선보인 배우 박진영의 이야기다.

tvN 토일드라마 '미지의 서울'은 얼굴 빼고 모든 게 다른 쌍둥이 자매가 인생을 맞바꾸는 거짓말로 진짜 사랑과 인생을 찾아가는 로맨틱 성장 드라마다. 이 작품은 지난달 29일 최고 시청률 8.4%(전국 유료플랫폼 가구 기준, 닐슨코리아)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박진영에게도 '미지의 서울'의 성과는 유의미한 결과다. 주연급으로 출연한 드라마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것.

"이렇게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종영할 수 있어 잊지 못할 것 같다. 많은 사랑을 받았다는 이야기 아니냐. 위로를 받고, 공감도 많이 했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다. 캐릭터가 잘 보였다는 이야기니까 배우 입장에서 그런 반응들을 보면 너무 좋다."

극 중 박진영은 차분하고 이성적인 면모 뒤에 복잡한 내면을 지닌 변호사 '이호수' 역을 맡았다. 박진영은 과장 없는 대사와 눈빛의 결만으로도 시청자의 집중력을 끝까지 이끌며 인물의 흐름을 균형감 있게 조율해 나갔다. 특히, 극 후반부 감정을 격하게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인물의 균열을 생생히 그려낸 그의 연기는 극의 몰입도를 끌어올리기에 충분했다.

"'미지의 서울' 인물들을 보면서 SNS 세상 같다는 생각을 했다. 호수도 그렇고, 다들 겉으로 보기에는 잘 살지 않나. 호수는 대형 로펌에 능력도 있고 돈도 잘 버는 것 같고. 그런데 호수도 본인만의 트라우마를 극복하려고 고군분투한다. SNS를 보면 남들이 너무 잘 사는 것 같지 않나. 하지만 속내는 다 알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시청자들이 많이 공감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박진영이 연기한 '호수'는 최근 K-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이른바, 세상에는 없는 '유니콘 같은 남주'다.

박진영은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에 대해 묻자 "사실 그래서 너무 미안했다. 글만 봐도 호수가 너무 괜찮은 사람이더라. 나와 닮은 점이 많진 않았다(웃음). 그래서 반성하면서 작품을 대해야겠다 생각했다. 비슷한 점이 하나 있다면 인내를 잘한다는 거다. 그 부분이 가장 비슷하다"라고 답했다.

박진영이 연기한 '호수'는 사고로 인해 청력을 절반 잃은 청년이다. 극 후반부에는 청력을 완전히 잃을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그는 "캐릭터를 구축할 때 상대의 입모양을 보려고 했다. 힘들 때 더 웃는 것처럼 호수가 오랜 기간 동안 더 잘 듣는 척을 하려고 했을 거다. 잘 듣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 말도 더 잘하려고도 했을 거라 생각했다. 호수의 말의 템포가 늦어진 이유도 말을 더 잘하려고 하다 보니까 늦어지는 부분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디테일을 살리려고 노력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호수를 통해 배우고 싶은 점이 있었다. 호수에게는 청력이 좋지 않다는 핸디캡이 있다. 그렇지만 누구보다 약자의 소리를 듣는 사람이다. 호수는 마음으로도 듣는 사람이다. 연기자도 내가 할 대사뿐만 아니라 상대 대사를 잘 들어야 한다. 듣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깨달았다"라고 덧붙였다.

박진영은 김선영과의 모자 호흡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적셨다. 특히 11회에서 난생처음으로 서로에게 격한 감정을 토해내는 이호수(박진영), 염분홍(김선영) 모자의 에피소드는 '미지의 서울' 명장면 중 하나다.

"일단 그 신을 함께했던 김선영 선배한테 너무 감사하다. 꼭 말씀드리고 싶었다. 사실 11회 대본을 읽었을 때 그 신이 너무 좋았다. 다른 배우들도 그렇게 말하더라. 좋다는 건 그 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부담이 됐다. 나도 모르게 그 부담감을 떨쳐내려고 했는데 촬영 당일 그게 잘 안 됐다. 호수처럼 땅굴을 파고 있었다. 그때 선영 선배가 다가오셨다. 염분홍처럼 '진영아 괜찮아, 나만 봐'라고 하시더라. 그때부터 너무 많이 아프면서 몰입이 잘 됐다. 선배님께 너무 감사했다. 부담감이 컸는데, 선배님이 잘 이끌어주신 덕분에 그 신을 무사히 촬영할 수 있었다."



같은 소속사 박보영과 로맨스 호흡을 맞춘 소감은 어떨까. 이번 작품에서 박보영과 처음으로 작품을 함께 한 그는 "선배가 이번 작품에서 1인 4역을 하셨다. 미지, 미래, 미지인 척하는 미래, 미래인 척하는 미지까지. 저 역시 그 인물들을 대할 때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고민이었다. 그런데 그냥 현장에 가서 (박)보영 선배가 주는 호흡들을 그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저절로 반응이 다르게 나오더라. '도대체 어떻게 준비를 한 걸까?' 너무 궁금했다. 스위치가 정말 빠르더라. 대본을 봐도 80% 이상이 보영 선배 분량이었다. 새벽에 촬영이 끝나도 그걸 다 외워오셨다.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라며 존경심을 표했다.

박진영은 '미지의 서울'을 통해 tvN '유미의 세포들' 유바비에 이어 새로운 인생 캐릭터를 추가하게 됐다. '미지의 서울'의 인기와 함께 박진영의 과거 작품들과 군 시절 무대까지 다시금 주목받기도 했다.

"(인기) 체감은 오늘 같은 날 하게 된다. 오늘 50분 넘는 기자님들이 와주셨다고 하더라. 시간을 내서 와주시는 거니까 '정말 잘 봐주셨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관심을 주신다는 것에 대해) 부담보다는 더 오랫동안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제가 아닌 다른 캐릭터로서 읽어주신 후에 저를 봐주시는 거다. 그래서 내가 아닌 것을 계속 개발해 보여드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찌 보면 이게 부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계속 만들어가야 하지 않겠나. 그래도 재밌다. 계속 새로운 것을 할 수 있게 꾸준히 공부하고 싶다."



'미지의 서울'은 군 제대 후 처음으로 촬영한 작품이기도 하다.

"조금 더 초연해진 부분이 있다. 군 생활을 너무 재밌게 했다. 물론 힘들긴 했다. 육체적으로도 그랬고, 하던 일을 그만두고 고립되는 삶을 살아가야 하는 거니까 힘들더라. 그렇지만 너무 재밌었다. 군에서 너무 좋은 친구들을 만났다. 그 친구들을 보면서 많은 걸 느끼게 됐다. 여유가 생겼다. 이 감정을 오래 간직하고 싶다."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BH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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