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 "도경완 서브"의 랑그와 파롤은?
입력 2025. 08.27. 10:24:26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유진모 칼럼] KBS 직계 선배인 방송인 도경완을 향해 '아내인 가수 장윤정의 서브'라는 식의 발언을 한 김진웅(37) 아나운서에 대한 시청자들의 분노가 가라앉을 줄 모르고 있다. 심지어 그를 KBS의 그 어떤 프로그램에도 출연시켜서는 안 된다는 주장과 함께 아예 퇴사시켜야 한다는 압박까지 등장하고 있다.

KBS 시청자 청원 게시판에 ‘김진웅 아나운서의 모든 프로그램 하차 및 퇴사 청원’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저는 수신료를 내는 시청자로서 KBS 아나운서 김진웅 씨의 최근 발언과 태도에 대해 깊은 실망과 분노를 느끼고 있다. 공영 방송의 아나운서는 단순히 방송 진행자가 아니라 국민 앞에서 언행으로 신뢰와 품격을 보여 줘야 하는 자리이다”라고 정의했다.

이어 “김진웅 아나운서의 발언은 KBS 아나운서 전체의 품격을 훼손하고 수신료를 납부하는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이다. 단순한 농담의 선을 넘어 특정인을 공개적으로 깎아내리는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라며 김 아나운서의 모든 프로그램 하차와 KBS 퇴사를 촉구했다. KBS 시청자 청원은 30일 동안 1000명 이상이 동의하면 해당 부서의 책임자가 직접 답변을 하는 시스템이다.

김진웅은 지난 24일 방송된 KBS 2TV 예능 프로그램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서 “난 도경완 선배처럼 못 산다. 정말 선배한테 결례인 말일 수 있지만, 누군가의 서브로는 못 산다”라고 말했다.

방송 후 장윤정은 SNS에 “친분도 없는데 허허. 상대가 웃지 못하는 말이나 행동은 ‘농담’이나 ‘장난’으로 포장될 수 없습니다. 가족 사이에 ‘서브’는 없습니다”라는 글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후 그녀는 “모르는 번호로 연락이 왔다. 사과하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했을 테고 사과를 해 오면 그 마음을 생각해서라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김진웅이 전화를 걸어 사과했고 그 뜻을 받아들였다는 상황을 알렸다.

도경완은 26일 “저희 부부의 모습이 누군가에게는 한쪽으로 기울어져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저희 부부는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며 단단하게 의지하고 살아가고 있다”라며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또 김진웅으로부터 사과 문자를 받았다면서 “이번 일로 저희 가족과 저희 가족을 사랑해 주시는 분들께 상처를 입힌 것 같아 속이 상했지만 이로 인해 누군가 또 상처받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라며 김진웅에 대한 지나친 비난 등을 우려했다.

김진웅은 25일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오늘 방송에서 경솔한 발언으로 도경완, 장윤정 선배님께 심려를 끼쳐 드려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 불편함을 느끼셨을 시청자들과 팬들께도 사과를 전한다. 아직까지 경험도 부족하고 스스로에겐 귀하게 찾아온 기회인 듯해 의욕만 앞서다 보니 신중하지 못했다. 그 결과 해서는 안 될 말을 내뱉고 말았다. 이번 일로 사려 깊지 못한 발언이 얼마나 큰 상처가 되는지 뼈저리게 느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늘 경각심을 갖겠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과연 김진웅은 얼마나 잘못한 것일까? 무엇을 잘못한 것일까? 그 외에 다른 사람은 잘못이 없을까?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는 생방송이 아니다. 예능이라 애드리브도 있지만 기초적인 대본은 있을 것이다. 김진웅의 '서브'가 대본에 있었다면 책임은 당연히 작가, PD, CP가 연대해야 마땅할 것이다.

대본에 없는 김진웅의 애드리브였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작가, 연출자, 편집자 등은 편집 과정에서 충분히 검토했어야 마땅했다. 김진웅의 발언이 나쁜 파장을 일으킬 것을 예상하고 걸렀어야 했다. 김진웅은 KBS 아나운서이지만 이날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서만큼은 예능인 자격으로 출연한 것이었다. 즉 그에 대한 직계 책임자는 아나운서실장이 아니라 예능센터장이다. 그리고 그 모두를 총괄하는 콘텐츠 전략 본부장이 최종 책임자이다.

물론 김진웅의 발언은 다분히 가부장적, 남성우월적, 성차별적이다. 여성을 비하하는 편파적 선입견이 없다고 할 수 없다. 남자가 돈을 더 벌어야 하고, 남자가 우월적 위치에 서야 하며, 여자가 남자보다 잘나가서는(잘 벌어서는) 안 된다는 편파적 시각이 없다고 하기 힘들다. 그에 대한 대중의 분노가 이토록 큰 이유이다.

그가 도경완, 장윤정, 그리고 시청자들에게 사과를 하고 자신이 잘못을 뉘우친다고 반성했다고 해서 한 번 내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는 없다. 글은 수정하거나 삭제하면 잊힐 수 있지만 말은 무형이기에 증명이 힘든 만큼 한 번 증거가 나오면 삭제 역시 불가하다.

그러나 전술했다시피 만약 대본이었다면 김진웅에 대한 사퇴 압박은 마녀사냥에 가깝다. 애드리브였다고 해도 여러 가지 생각해 볼 여지는 있다. '왜 그날 예능인의 역할을 충실히 하려 노력한 김진웅이 혼자 오롯이 책임져야 하는가?'라는 난제가 발생할 수 있다.

대사였건 애드리브였건 김진웅의 반성에도 부족함이 엿보이기는 한다. 그는 사려 깊지 못한 발언의 파장을 미처 고려하지 못한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을 뉘우쳤다. 그러나 본질을 찾지 못했다. 대사였건, 애드리브였건 '서브'라는 단어의 저변에는 남성우월주의가 깔려 있다는 것, 아직도 사회 곳곳에 잔존한 여성 차별에 대한 의식에 대한 반성이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각성했어야 했다.

그는 '스스로에게 찾아온 듯한 기회인 듯해'라는 표현을 썼다. 지상파 3사의 아나운서는 일반 기업에 비해 많은 급여를 받을 뿐만 아니라 명예까지 누릴 수 있다. 전부는 아니지만 인기를 얻으면 독립해 프리랜서로 활약할 경우 재직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엄청난 부를 누릴 수 있다. 전현무와 김성주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여건이 되지 않아 그렇지 기회만 주어진다면 대다수는 그런 독립을 시도할 것이다. 아나운서로서 정년까지 명예를 누릴 것인가? 젊을 때 독립해 많은 돈을 벌어 노후를 풍요하게 살 것인가? 방송인으로 독립한다고 명예를 잃는 것은 아니다. 인기도에 따라 더 누릴 수도 있다. 김진웅의 '기회'라는 발언으로 보아 그의 마음속에 전현무나 도경완을 부러워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스위스 언어학자 소쉬르는 언어의 구조를 통해 인간의 사고와 의식이 결정된다며 언어를 랑그와 파롤, 기표와 기의로 구분했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축구에서 랑그는 규칙이고 파롤은 개인기이다. 사과라는 글과 언어는 기표이고 그것을 들었을 때 우리가 느끼는 사과라는 개념은 기의이다. 과연 김진웅의 '서브'의 랑그와 기표, 파롤과 기의는 무엇일까?

[유진모 칼럼 / 사진=KBS2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캡처, 셀럽미디어DB]

더셀럽 주요뉴스

인기기사

더셀럽 패션

더셀럽 뷰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