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소보다 무서운 불확실성”…전쟁이 바꾼 K팝 월드투어 [Ce:포커스]
- 입력 2026. 04.26. 07:00:00
- [셀럽미디어 임예빈, 전예슬 기자]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7주째로 접어든 가운데 K팝 산업에도 전쟁으로 인한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콘서트 현장 모습
지난 2월 28일(한국 시각)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수도 테헤란 등지에 공습을 시작했다. 이란은 이스라엘을 비롯해 미군 기지가 있는 요르단·쿠웨이트·카타르·사우디아라비아·튀르키예·UAE에 폭격으로 대응했고, 전 세계 석유 교역의 중심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경제 보복 카드로 꺼내들면서 중동 전쟁이 발발했다.
교역로가 막히자 유가는 치솟았다. 전쟁 직전인 2월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60달러 중후반대, 브렌트유(Brent)는 65~72달러 수준이었으나, 지난 22일 기준 WTI는 93.0달러, 브렌트유 역시 101.9달러로 급등했다.
환율도 요동쳤다. 3월 한 달 평균 환율은 1485.74원으로, 2월(1448.38원) 대비 약 2.58% 상승했다. 지난 3월 31일에는 1530.1원으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오르면서 국내 생산자물가도 상승했다. 3월 생산자물가는 전월 대비 1.6% 오르며 2022년 4월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국제유가 상승으로 석유 제품 가격이 31.9% 급등하며 전체 상승을 이끌었다.
전쟁의 직·간접적인 여파는 K팝 산업에도 타격을 미치고 있다.
'2026 하이퍼라운드 K-Fest' 포스터
◆‘하이퍼라운드 2026’ 전면 취소…하반기 행사는?
이란의 보복이 미군 주둔기지 인근 국가로 향하면서 중동 지역 정세가 급격히 불안해졌다. 이에 따라 현지에서 개최 예정이었던 K팝 행사도 불가피하게 취소됐다.
지난 4월 18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에티하드 아레나에서 개최 예정이었던 ‘2026 하이퍼라운드 K-Fest’는 지난 3월 티켓 구매자들에게 공연 취소 소식을 알렸다.
‘하이퍼라운드 K-Fest’는 2022년 시작된 중동 지역 대형 K팝 음악축제로, 2023년에 이어 세 번째 개최를 앞두고 있었으나, 전쟁 영향권에 포함된 현지 상황과 안전 문제 등을 고려해 결국 무산됐다.
상반기는 라마단과 혹서기 등의 영향으로 중동 K팝 행사 비수기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당장 타격이 크게 드러나진 않았지만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하반기 행사 역시 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K팝 산업에서 중동의 위상
중동 시장은 K팝에 있어서 아시아, 북미 지역 등과 같은 주요 시장은 아니다. 하지만 한국에 대한 우호적인 태도와 빠른 성장세로 ‘기회의 땅’으로 거론되던 곳이다.
중동의 인구 70%는 40대 미만 청장년층인데다가 오일머니를 배경으로 한 높은 구매력까지 지니고 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는 인구의 62% 이상이 30세 미만으로 구성된 데다가, 높은 수준의 인터넷 보급률로 대중문화 산업 전 분야에서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여겨졌다.
실제로 한국국제교류재단이 발표한 ‘2021 지구촌 한류현황’에 따르면 아프리카·중동 지역의 한류 팬 수는 10년 사이 130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10~20배 증가한 다른 지역에 비해 눈에 띄게 가파른 증가세다.
자연스럽게 중동 지역에서 K팝 행사도 확대되는 추세였다. 2016년 UAE 두바이에서 진행된 KCON은 처음으로 중동에서 열리는 K팝 공연이었다. 8000여명 규모로 시작된 중동 KCON은 이후 6년 뒤인 2022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2만 여명의 관객을 모았다.
2019년 7월 슈퍼주니어가 아시아 가수 최초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단독 공연을 개최했고,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등이 월드투어 개최지에 중동을 포함하며 중동 내 뜨거운 K팝의 인기를 증명했다.
그러나 전쟁 이후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성장세를 이어가던 중동 시장이지만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더 이상 안정적인 투어 지역으로 보기 어렵다는 인식도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동을 기존처럼 필수 경유지가 아닌, 상황에 따라 포함 여부를 결정하는 ‘선택적 시장’으로 바라보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슈퍼주니어,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취소’보다 커진 불확실성…투어 흔드는 비용·리스크
중동 시장을 중심으로 형성되던 K팝 월드투어 흐름 역시 전쟁 이후 달라지고 있다. 단순한 공연 취소를 넘어 투어 전반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실제로 일부 아티스트들은 ‘국제 정세’, ‘현지 사정’ 등을 이유로 투어 일정을 연기하거나 재조정하고 있다. 명확한 사유를 밝히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전쟁 이후 높아진 지정학적 리스크가 글로벌 일정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정이 확정된 이후에도 변동 가능성이 상존하면서 기획 단계부터 보수적으로 투어를 설계하는 흐름도 감지된다.
특히 유가 상승에 따른 항공·물류 비용 증가와 환율 변동성 확대는 투어 운영 부담을 키우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아티스트와 스태프 이동뿐 아니라 대형 무대 장비 운송까지 포함되는 월드투어 특성상, 비용 상승은 곧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대형 기획사의 경우 일부 비용을 흡수할 수 있지만 중소 기획사는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어려워 특정 지역 투어를 축소하거나 포기하는 선택을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한 투어는 사전에 장기간 준비되는 프로젝트인 만큼 일정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리스크 관리 비용도 함께 증가한다. 보험료 상승, 돌발 상황 대응 비용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업계 전반에 ‘안전한 선택’을 우선시하는 기조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예전과 달리 투어를 둘러싼 변수가 크게 늘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장거리 이동이 필요한 지역의 경우 비용과 리스크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부담이 커지면서 투어 진행 여부를 보다 신중하게 판단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필수 아닌 선택지”…중동 바라보는 시선도 변화
이 같은 환경 변화는 K팝 월드투어 전략 전반의 재편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동 비용과 리스크가 큰 장거리 투어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검증된 일본, 동남아시아 등 인접 시장에 집중하거나, 특정 지역을 선별적으로 포함하는 방식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투어 일정 운영 방식 역시 달라지는 추세다. 과거에는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장기 계획을 한 번에 확정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면 최근에는 상황을 지켜보며 순차적으로 일정을 공개하거나 일부 지역을 유동적으로 조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는 불확실성이 높아진 글로벌 환경 속에서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중동 시장을 바라보는 업계 시선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그동안 중동은 빠른 성장세와 높은 구매력을 바탕으로 ‘기회의 땅’으로 평가받아 왔지만 전쟁이라는 변수로 인해 더 이상 안정적인 투어 루트로 보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중동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으로 평가되지만 변수가 커진 상황에서는 반드시 포함해야 하는 지역이라기보다 상황에 따라 조정하는 ‘선택적 시장’으로 보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투어를 구성할 때도 기존처럼 고정 루트로 포함하기보다는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관측이다.
결국 현재의 변화는 단순히 공연 취소 사례가 늘어난 현상을 넘어 K팝 월드투어가 새로운 환경에 맞춰 구조적으로 재편되는 과정으로 해석된다. 전쟁이라는 외부 변수 속에서 글로벌 투어 전략이 유동적으로 변화하는 가운데 업계가 어떤 방식으로 효율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해 나갈지 주목된다.
[셀럽미디어 임예빈,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셀럽미디어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