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정세는 끝까지 뛰었다…‘와일드 씽’이 남긴 홍보 책임론 [Ce:포커스]
- 입력 2026. 07.21. 06:00:00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화제성은 500만 영화 못지않았지만 극장에 들어온 관객은 134만명에 그쳤다. 배우 강동원, 엄태구, 박지현이 결성한 혼성그룹 ‘트라이앵글’의 뮤직비디오는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했고, 오정세가 부른 ‘니가 좋아’는 아이돌과 스포츠 스타까지 동참하는 밈으로 번졌다. 그러나 뜨겁게 달아오른 온라인의 열기는 끝내 손익분기점 돌파로 이어지지 않았다.
'와일드 씽'
물론 영화 한 편의 흥행 실패를 특정 배우 한 사람의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다. 작품의 완성도와 관객 평가, 개봉 시기, 경쟁작, 상영관 확보 등 수많은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다만 영화의 얼굴이자 1번 주연 배우인 강동원이 개봉 이후 보여준 홍보 행보가 충분했는지를 묻는 것까지 부당하다고 할 수는 없다.
지난달 3일 개봉한 영화 ‘와일드 씽’은 7월 20일까지 누적 관객 수 134만명을 기록했다. 개봉 전부터 파격적인 캐스팅과 1990년대 말, 2000년대 초반 가요계를 소환한 콘셉트로 큰 관심을 모았지만 약 200만명으로 알려진 손익분기점에는 미치지 못했다.
‘와일드 씽’은 한때 가요계를 휩쓸었지만 뜻밖의 사건으로 해체된 3인조 혼성 댄스그룹 ‘트라이앵글’이 20년 만에 재기를 꿈꾸는 과정을 그린 코미디 영화다. 강동원이 리더 황현우를, 박지현이 센터이자 보컬 변도미를, 엄태구가 래퍼 구상구를 맡았다. 오정세는 트라이앵글에 밀려 늘 2인자에 머물렀던 발라드 가수 최성곤으로 분했다.
영화는 개봉 전부터 바이럴 마케팅에 성공했다. 배우들은 실제 가수처럼 안무와 보컬 트레이닝을 거쳐 무대를 완성했고, 극중 가상 그룹 트라이앵글의 ‘러브 이즈(Love is)’와 최성곤의 ‘니가 좋아’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자 온라인에서는 폭발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특히 ‘니가 좋아’는 영화의 경계를 넘어 하나의 밈으로 자리 잡았다. 에스파 윈터, 몬스타엑스 기현, 엔믹스 해원, 있지 리아, 피프티피프티 문샤넬, 보이넥스트도어 태산, 가수 겸 배우 비비 등 연예인들이 챌린지와 패러디에 동참했다. 야구선수 곽빈을 비롯한 스포츠 스타에게까지 확산됐고, 강아지와 고양이가 노래를 부르는 인공지능 영상도 쏟아졌다.
그러나 관객들은 ‘와일드 씽’의 콘셉트와 음악은 적극적으로 소비하면서도 극장까지 움직이지는 않았다. 영화의 재미가 뮤직비디오와 숏폼을 통해 상당 부분 소진됐다는 분석과 함께 극장에서 반드시 봐야 할 작품이라는 동기를 제공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이러한 가운데 영화계 안팎에서는 개봉 이후 주연 배우들의 프로모션 참여도에도 아쉬움을 나타냈다. ‘와일드 씽’의 1번 주연인 강동원은 개봉 첫 주 무대인사에 참석한 뒤 이후 현장 홍보에서는 좀처럼 모습을 보기 어려웠다.
영화의 개봉 초반은 물론 장기 흥행을 위해 배우들이 2주차, 3주차까지 무대인사와 관객과의 대화(GV)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최근 극장가의 흐름과는 분명 온도 차가 있었다.
최근 무대인사는 더 이상 개봉 첫 주에 형식적으로 치르는 행사가 아니다. 배우들은 팬들이 건넨 머리띠와 소품을 착용하고, 객석 가까이 다가가 사진을 찍고, 관객의 요청에 맞춰 포즈와 춤을 선보인다. 무대인사 현장에서 촬영된 영상은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다시 확산되며 작품을 알리는 2차 콘텐츠가 된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무대인사와 GV를 통한 배우들의 홍보는 관객들의 심리적 장벽을 낮추고 작품에 대한 신뢰를 쌓는 가장 확실한 마케팅으로 작용한다”라며 “배우들의 팬서비스가 SNS를 통해 확산되며 작품에 대한 호감으로 이어지고, 여기에 관객이 직접 만든 콘텐츠의 자발적인 바이럴이 더해지면서 실제 흥행을 견인하는 핵심 동력이 된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극장가에서 무대인사는 관객과의 의리를 보여주는 상징처럼 받아들여진다. 지난해 ‘파묘’ 개봉 당시, 최민식은 팬들이 건넨 귀여운 머리띠와 소품을 거리낌 없이 착용하며 ‘민식바우’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군체’의 전지현 또한 무대인사에서 관객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팬서비스에 나섰고, 해당 영상들이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았다. 배우의 현장 홍보가 영화의 완성도를 대신할 수는 없지만 관객에게 작품을 한 번 더 환기하고 극장으로 향할 이유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무시하기 어려운 요소다.
‘와일드 씽’ 내부에서도 홍보 활동의 온도 차는 뚜렷했다. 영화의 중심인 트라이앵글 멤버가 아닌 조연 오정세는 개봉 3주차까지 무대인사에 참여했다. 그는 최성곤의 의상과 헤어스타일을 그대로 재현한 채 극장에 나타났고, ‘니가 좋아’를 부르고 춤을 추며 관객과 호흡했다.
개봉 4주차에도 오정세는 손재곤 감독, 이병헌 감독, 이원석 감독 등과 GV를 이어가며 작품을 알리는데 힘을 보탰다. 영화에서 최성곤의 비중과 별개로, 홍보 현장에서는 사실상 가장 오래 남아 작품을 책임진 배우였다.
반면 강동원의 홍보 태도에는 영화의 콘셉트에 끝까지 올라타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트라이앵글의 실제 음악방송 출연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선을 긋는 듯한 반응을 보였고, 무대인사에서도 최근 관객들이 기대하는 적극적인 팬서비스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반응이 나왔다.
배우가 모든 밈과 챌린지에 응해야 할 의무는 없다. 내향적인 성향을 억지로 바꾸거나,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요해서도 안 된다. 배우마다 작품을 홍보하는 방식과 대중을 대하는 태도 역시 다를 수 있다.
그럼에도 영화가 개봉되는 순간 배우는 연기만 마치고 떠나는 사람이 아니다. 특히 이름 자체가 투자를 끌어오고 관객의 선택을 움직이는 톱스타라면 그 영향력에 상응하는 책임도 함께 짊어진다. 출연료와 크레디트, 포스터의 위치, 예고편의 비중은 배우의 인지도와 흥행력을 바탕으로 결정된다. 그렇다면 영화가 관객에게 도달하는 마지막 단계인 홍보에서도 그 무게에 걸맞은 역할을 기대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더욱이 극장 산업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관람료가 오르고 OTT가 일상화되면서 관객은 극장에서 볼 영화를 과거보다 훨씬 신중하게 선택한다. 배우와 직접 만날 수 있는 무대인사와 GV는 OTT가 대신할 수 없는 극장만의 경험이다.
이제 관객에게 무대인사는 부가 서비스가 아니라 비싼 티켓값을 감수하고 극장을 찾게 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됐다. 배우의 팬서비스 영상이 온라인에서 퍼지며 관람 의향을 끌어올리고, 현장의 분위기가 입소문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런 점에서 ‘와일드 씽’의 흥행 부진은 영화 자체의 한계만으로 설명하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영화는 개봉 전부터 화제성을 최고조로 끌어올렸지만 정작 개봉 이후 관객을 붙잡고 다시 극장으로 불러들일 지속적인 동력을 충분히 만들지 못했다.
강동원이 무대인사에 더 많이 참여했다고 해서 ‘와일드 씽’이 반드시 손익분기점을 넘었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강동원의 부재가 흥행 실패를 초래했다는 직접적인 인과관계 역시 입증할 수 없다.
그러나 영화의 대표 얼굴인 주연 배우가 개봉 1주차 이후 빠르게 홍보 전면에서 물러난 것이 작품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도 부인하기 어렵다. 특히 조연 배우 오정세가 캐릭터 분장을 하고 3주차 이후까지 극장을 돌며 관객과 만난 모습과 비교하면 강동원의 행보가 상대적으로 소극적으로 비치는 것은 피하기 어렵다.
오는 31일 ‘와일드 씽’은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다. 32개 언어 자막과 15개 언어 더빙을 지원하며 국내 극장을 넘어 글로벌 시청자를 만난다. 극장에서는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지만 온라인에서는 또 다른 반응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넷플릭스 공개로 영화가 다시 주목받더라도 국내 극장 개봉 과정에서 드러난 질문은 남는다. 영화가 실패했을 때 주연 배우에게 모든 책임을 물을 수는 없지만 흥행을 위해 얼마나 함께 달렸는지는 평가할 수 있다.
‘와일드 씽’에는 강동원도 있었지만 마지막까지 관객 앞에 남아 있던 배우는 오정세였다. 영화는 134만명에 멈췄고 ‘니가 좋아’라는 밈만 강하게 살아남았다. 그 씁쓸한 결과 앞에서 톱스타가 짊어져야 할 홍보의 무게를 다시 묻게 된다.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롯데시네마 제공, 셀럽미디어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