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진 평론가 "'암살자(들)' 평가 철회나 사과할 생각 없어"[전문]
- 입력 2026. 10.01. 09:41:08
-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영화평론가 이동진이 영화 '암살자(들)'(감독 허진호) 리뷰 영상 비공개 전환과 관련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이동진
이동진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B tv 이동진의 파이아키아' 제작진으로부터 영화를 둘러싼 논쟁이 계속되고 있어 영상을 비공개로 전환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후 해당 영상은 비공개로 전환됐다"라며 입을 열었다.
그는 "이번 영상에서 저는 '암살자(들)'의 완성도, 장점과 단점에 대해 다양한 점들을 함께 지적하며 견해를 피력했다"라며 "다만 그 가운데 제가 말한 “그냥 음모론 정도로 치부할 수가 없어요”라는 한 대목이 따로 인용되면서, 제가 어떤 취지로 그 말을 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라고 전했다.
앞서 이동진은 해당 리뷰 영상에서 영화 속 총성 횟수와 당시 공식 수사 발표상의 총성 횟수 차이를 짚으며 "단순히 음모론으로 치부할 수 없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역사적 사실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에 힘을 실어줬다는 비판이 쏟아진 바 있다.
그는 해당 발언이 나온 맥락에 대해 "당시의 공식 발표만으로는 선뜻 해소되지 않는 지점들을 이 영화가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라며 "영화가 제기하는 모든 가설이 사실이라는 뜻이 아니었다. 더욱이 박정희 대통령이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의 배후였다는 주장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말이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그와 같은 말도 안 되는 끔찍한 주장은 이 영화에 대사로든 장면 묘사로든 담겨 있지 않다고 본다"라며 "그러니 유족 분들이 살아계시는데 어떻게 '박정희 대통령이 육영수 여사의 암살 배후'라는 음모론을 제기할 수 있느냐는 질타는, 존재하지도 않는 주장을 가정한 후 공격하는 것이기에 받아들이기 어렵다"라고 선을 그었다.
과거 다큐멘터리 '관타나모로 가는 길' 평론 당시와 잣대가 다르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당시 제가 지적했던 것은 강한 정치적 주장을 담은 다큐멘터리 안에서 실제 사건과 배우들의 재연 장면 사이의 경계가 불분명해질 때 생길 수 있는 위험이었다"라며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를 볼 때 다른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이어 "물론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한 극영화가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는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기에 '암살자(들)' 역시 그런 관점에서 비판받을 수 있고, 그런 토론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면서도 "이 영화에 대한 논쟁이라면 가능하면 영화 전체를 본 뒤 이루어졌으면 한다"라고 덧붙였다.
정치적 편향성 의혹에 대해서도 단호히 선을 그었다. 이동진은 "지난 30년 동안 영화를 평하면서 작품에 따라 서로 정반대의 입장을 가진 사람들로부터 번갈아가며 비판을 받아왔다"며 "이번 영상을 통해 밝힌 제 견해는 현재 한국의 정치적 상황에 대한 개인적 견해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이동진은 "이번 '암살자(들)'에 대해 제가 했던 영화적 판단은 현재도 같다"라며 "따라서 그 리뷰에서 제가 했던 평가를 철회하거나 그 평가 자체에 대해 사과할 생각은 없다. 다만 제가 무엇을 말했고 무엇을 말하지 않았는지는 분명하게 남겨두고 싶었다"라고 입장을 밝히는 이유를 확실히 했다.
이하 이동진 평론가 입장 전문
어제 오후, 'B tv 이동진의 파이아키아' 제작진으로부터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쟁이 계속되고 있어 9월 25일 업로드한 리뷰 영상을 비공개로 전환하겠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이후 해당 영상은 비공개로 전환됐습니다.
이번 영상에서 저는 '암살자(들)'의 완성도, 장점과 단점에 대해 다양한 점들을 함께 지적하며 견해를 피력했습니다. 다만 그 가운데 제가 말한 “그냥 음모론 정도로 치부할 수가 없어요”라는 한 대목이 따로 인용되면서, 제가 어떤 취지로 그 말을 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제가 그 말을 한 것은 1974년 8월 15일 국립극장에서 발사된 총탄들의 행방과 소재를 둘러싼 의문을 비롯해, 당시의 공식 발표만으로는 선뜻 해소되지 않는 지점들을 이 영화가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설명하는 과정에서였습니다. 영화가 제기하는 모든 가설이 사실이라는 뜻이 아니었습니다. 더욱이 박정희 대통령이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의 배후였다는 주장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말이었습니다.
같은 영화를 보고도 특정한 장면이나 설정에서 다른 함의를 읽어내는 관객이 있을 수 있음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와 같은 말도 안 되는 끔찍한 주장은 이 영화에 대사로든 장면 묘사로든 담겨 있지 않다고 저는 봅니다.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면서 '박정희 대통령이 육영수 여사의 암살 배후'라는 해석을 떠올리기는 어렵다는 게 제 판단입니다. 그러니 유족 분들이 살아계시는데 어떻게 '박정희 대통령이 육영수 여사의 암살 배후'라는 음모론을 제기할 수 있느냐는 질타는, 존재하지도 않는 주장을 가정한 후 공격하는 것이기에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제가 실제로 하지 않은 주장이 제 견해인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상황에 대해서 분명히 말씀드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리뷰에서 논한 것은 영화가 제시하는 의문과 그 의문을 극적으로 구성하는 방식이었으며, 특정 인물을 암살의 배후로 단정하는 주장이 아니었습니다.
19년 전 다큐멘터리 '관타나모로 가는 길'에 관해 제가 했던 말과 이번 발언이 모순된다는 지적도 접했습니다. 당시 제가 지적했던 것은 강한 정치적 주장을 담은 다큐멘터리 안에서 실제 사건과 배우들의 재연 장면 사이의 경계가 불분명해질 때 생길 수 있는 위험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다큐멘터리는 실제로 발생한 사건을 직접 눈앞에서 사실로서 보고 있다는 감각에 기반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반면 '암살자(들)'은 배우들이 연기하는 극영화이며, 관객 역시 그것이 극화된 이야기라는 것을 인지한 상태에서 영화를 보게 되기에 다큐멘터리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한 극영화가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는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기에 '암살자(들)' 역시 그런 관점에서 비판받을 수 있고, 그런 토론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 영화에 대한 논쟁이라면 가능하면 영화 전체를 본 뒤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제 리뷰에 대한 비판 역시 전반적으로 제가 어떤 맥락으로 이야기했는지를 바탕으로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저는 지난 30년 동안 영화를 평하면서 작품에 따라 서로 정반대의 입장을 가진 사람들로부터 번갈아가며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이 영화에 대해 이번 영상을 통해 밝힌 제 견해는 현재 한국의 정치적 상황에 대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의 제 견해와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이번 '암살자(들)'에 대해 제가 했던 영화적 판단은 현재도 같습니다. 따라서 그 리뷰에서 제가 했던 평가를 철회하거나 그 평가 자체에 대해 사과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제가 무엇을 말했고 무엇을 말하지 않았는지는 분명하게 남겨두고 싶었습니다.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