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영화는 질문을 던진다”…경쟁부문 심사위원단이 말하는 영화의 기준[31st 부국제](종합)
입력 2026. 10.07. 11:24:40
[부산=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들이 좋은 영화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나눴다.

7일 부산 영화의전당 비프힐 1층 기자회견장에서는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장이머우 감독, 비간 감독, 정주리 감독, 사말 예슬라모바, 이시카와 케이, 쩐 티 빅 응옥 프로듀서, 배우 최희서, 박가언 부집행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심사위원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부산국제영화제와의 인연과 이번 심사에 임하는 소감을 밝혔다. 장이머우 감독은 “부산영화제에 다시 오게 되어 기쁘다. 십수 년 전에 여기에 왔던 것을 기억한다”며 “매우 중요한 영화제라고 생각하고, 다시 한번 이곳에 올 수 있게 돼 기쁘다. 많은 작품을 볼 수 있어서도 기쁘다”고 말했다.

지난해 ‘광야시대’로 경쟁 부문에 참여했던 비간 감독은 “작년에는 영화로 참가했는데 올해는 심사위원으로 참석해서 한결 마음이 편하다”고 전했다. 정주리 감독은 “작년 이맘때 영화를 찍으면서 내년에 부국제에 갈 수 있을지 기대했는데, 훌륭한 분들과 함께 작품을 보게 돼 영광이다”며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사말 예슬라모바는 “큰 영화인들의 축제에 함께할 수 있게 돼 매우 행복하다”고 했고, 이시카와 케이는 “3년 전에 폐막작으로 부국제에 와서 오자마자 폐막했던 기억이 있다”며 “이번에는 훨씬 오래 있을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부산국제영화제를 꾸준히 찾아온 쩐 티 빅 응옥 프로듀서는 “BIFF에 영화인으로서 10년 동안 정말 많이 왔다. 나에게 있어서 아주 큰 영화제고, 집과 같은 곳”이라며 “여러분과 같이 영화를 보고 심사하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최희서는 이번 심사위원 참여에 대한 책임감도 드러냈다. 그는 “정주리 감독님처럼 이맘때쯤 찍은 작품으로 한국 프리미어를 하게 돼 설레고 기분이 좋았다”며 “함께하시는 분들의 성함을 보고 무리가 되더라도 큰 배움을 얻고 가겠다는 생각으로 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책임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영화를 보고,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누면서 좋은 심사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심사위원들은 좋은 영화의 기준에 대해서도 각자의 생각을 밝혔다. 장이머우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가 이미 주요한 영화제고,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국 영화가 국제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고 아시아 각국의 영화도 약진하고 있다. 덕분에 아시아 영화의 위상도 높아지고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앞으로 부산국제영화제를 비롯한 아시아의 영화제들이 점점 잘 돼서 세계인들이 주목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비간 감독은 심사 과정에서 자신이 가진 경험을 넘어서는 작품에 주목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좋은 영화는 각양각색이지만 나쁜 영화는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다. 좋은 영화를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며 “심사를 하면서 제 경험을 넘어서는 도전적인 작품에 주목하겠다. 가로막힌 것들을 돌파하면서도 사람과 사람의 정서를 연결하는 영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최희서는 ‘좋은 영화’에 대한 자신의 기준을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좋은 영화란 어떤 해답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질문을 던져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최근 ‘가능한 사랑’을 본 경험을 언급했다. 이어 “아스가르 파르하디 감독의 말처럼 좋은 영화는 영화관을 나선 뒤 비로소 시작된다고 생각한다”며 “질문을 통해 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영화가 좋은 영화”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최근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인 영화 ‘암살자(들)’과 관련해 역사적 소재를 다루는 작품의 창작 자유와 책임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심사위원장인 장이머우 감독은 역사와 창작의 관계에 대해 “역사적인 지식과 창작의 관계를 한마디로 표현하거나 해답을 찾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창작은 창작이라고 생각한다. 창작이 꼭 진실이나 사실에 기반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영화계에서는 생활에 기반하되 생활을 넘어가는 이야기를 많이 하곤 한다”며 “역사적 사실을 두고 그것이 정말 진실인가를 놓고 논쟁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역사는 예술이라는 형식을 빌려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전달된다”며 “영화를 보고 난 이후 관객들이 느끼는 바는 각자 다를 것이고, 서로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것 자체가 영화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사건을 모티프로 한 ‘도희야’, ‘다음 소희’를 연출한 정주리 감독 역시 역사와 현실을 소재로 영화를 만드는 창작자로서의 고민을 털어놨다. 정 감독은 “영화는 영화”라며 “영화를 만드는 자세에 있어서 제가 느끼는 것은, 제 영화가 아닌데도 너무나 위축되는 순간들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혹시 이 이야기 때문에 상처받는 분들이 계실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고, 그 상처가 표현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창작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고려하게 되는 부분을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어디서 영화가 시작됐건 간에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그 안에서 모든 책임을 다한다”며 “왜냐하면 우리가 만들어낸 세계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의견들을 기대하면서 작업하는 것이고, 그 작업을 계속해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올해 경쟁부문에는 한국의 ‘그날의 태주’(임하연), ‘긴긴밤’(염규복), ‘면도’(김정훈)를 비롯해 일본의 ‘비트윈 투 러버스’(히로세 나나코), ‘실버 익스프레스’(다나카 미키), ‘일요일 다음날’(가토 다쿠야), ‘사토코는 언제나’(오키타 슈이치), 중국의 ‘처음 만난 외로움’(구유), 이란의 ‘빵과 책’(마지드 마지디), 인도네시아의 ‘마이 마더’(에디 차효노), ‘바다에 새겨진 이름’(요셉 앙기 노엔), 우즈베키스탄의 ‘힐롤’(보티르 압두라흐마노프), 대만의 ‘평범하기 위하여’(리윈찬) 등 13편이 올랐다.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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