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대체 못해"…데뷔 30주년 판빙빙의 연기 철학[31st 부국제](종합)
입력 2026. 10.07. 14:07:33

판빙빙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배우 판빙빙이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아 작품 선택 기준부터 한국 영화에 대한 생각, AI 시대 배우의 역할과 데뷔 30주년을 맞은 소회까지 솔직하게 밝혔다.

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 영화 '미친 노인의 일기'와 '그녀가 말했다'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이날 현장에는 판빙빙이 참석해 작품과 연기, 영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이날 판빙빙은 한국어로 "안녕하세요. 판빙빙입니다"라고 인사하며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소감을 밝혔다.

그는 "너무 기쁘다. 매번 부산국제영화제를 방문할 때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다"며 "개막식에 참여할 때마다 흥분된다. 한국의 글로벌한 감독님들과 다양한 배우들을 만날 수 있어 기쁘다"라며 "부산에 올 때마다 익숙하고, 바닷가를 볼 때마다 마음이 가벼워진다"며 영화제를 찾은 관객들에게 "다양한 영화를 즐기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판빙빙은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으로 '즐거움'을 꼽았다. 그는 "즐겁게 놀 수 있는지를 생각한다. 영화는 결과물만을 추구하면 힘들다. 감독님과 함께 놀면 즐겁다고 생각한다"라며 "새로운 각본과 캐릭터, 감독님들과 함께 노는 것이 중요하다. 그 과정 자체가 행복해야 한다. 스태프들이 함께 잘 놀아야 좋은 컨디션을 찾을 수 있고 스트레스도 덜 받는다"고 자신의 연기 철학을 밝혔다.

중국을 넘어 다양한 국가의 작품에 출연해온 만큼 협업을 통한 경험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판빙빙은 "중국 배우지만 다양한 나라와 협업해왔다"며 "각 나라마다 고유한 스타일과 특색이 있다. '미친 노인의 일기'를 위해 현지 언어를 배웠다. 새로운 창문을 열어주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 창문을 통해 다른 나라 영화가 얼마나 재미있고 새로운 가능성을 갖고 있는지 알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배우에게는 이런 경험이 소중하다. 새로운 가능성과 다양성을 찾아내고 캐릭터에 대한 이해를 넓히기 위해 더 많이 나가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 영화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판빙빙은 "그동안 많은 한국 영화인들과 협력해왔고 한국 영화가 굉장히 부러웠다"며 "한국의 배우들과 감독들이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고, 굉장히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 다양한 장르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이창동 감독의 '가능한 사랑'을 본 경험을 언급하며 "너무 좋았고 새로운 충격을 받았다"며 "영화 속 배우들이 굉장히 자유롭게 영화 속을 헤엄치는 모습이 부러웠다"고 말했다.

영화 '녹야'에서 호흡을 맞춘 이주영에 대해서는 "굉장히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고 신선함을 느꼈다"며 "이러한 시도를 통해 제 연기에도 새로운 변화가 생겼다"고 밝혔다.


판빙빙이 출연한 '미친 노인의 일기'는 웨인 왕 감독의 신작으로,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뇌졸중으로 왼쪽 신체가 마비된 70세 우츠기가 처제 하나와 중국인 며느리 수수의 보살핌을 받던 중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판빙빙은 중국인 며느리 수수 역을 맡았다.

판빙빙은 수수 역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배우로서 위험한 상황에 처한 캐릭터를 선택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 캐릭터를 자주 만나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70대 노인이 뇌졸중을 겪으면서 자신의 삶과 욕망을 자각하는 과정이 특별하게 다가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그 나이대에 있는 부모 세대의 욕망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것 같다. 그들의 욕망이 줄어들었다고 생각하고 인간으로서의 욕구를 무시해온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작품 속 인물들의 관계를 통해 억눌렸던 욕망과 인간의 본능을 블랙코미디로 풀어낸 점에도 주목했다. 판빙빙은 "신체적인 불편과 파괴가 있음에도 자신의 의지와 욕망을 통해 새로운 불꽃이 튀어나온다"며 "위험한 관계 속에서 새로운 불꽃이 생겨나고, 그것을 블랙코미디 방식으로 보여주는 영화"라고 설명했다.

AI가 영화와 콘텐츠 제작에 본격적으로 활용되는 시대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판빙빙은 최근 AI 기술이 영화제와 콘텐츠 산업에 도입되는 것에 대해 "미래에 어떻게 발전할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생활의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며 "한국 숏폼 드라마를 보면서 비슷하게 생긴 모습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편을 봐도 스타일만 다를 뿐 배우들의 모습은 비슷하게 느껴졌고, 얼굴을 기억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간이 지나면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좋은 작품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콘텐츠의 다양성과 예술성에 대한 고민을 드러냈다.

판빙빙은 "일부 감독들이 예산을 줄이기 위해 AI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사람이 연기할 때 전달되는 감정과 삶에서 나오는 노련함, 기술은 AI가 대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생성된 영상에는 직접적이고 자극적인 요소가 많고, 결과는 있지만 과정이 많이 생략돼 있는 것 같다. '가능한 사랑'을 보면서 AI가 절대 저런 연기를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데뷔 30주년을 맞은 내가 생각하는 좋은 연기도 이것과 동일하다"고 말했다.

한편,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5일까지 부산 영화의전당 및 부산 일대 극장에서 열흘간 개최된다.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셀럽미디어DB]

더셀럽 주요뉴스

인기기사

더셀럽 패션

더셀럽 뷰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