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영화 '가능한 사랑'"…이창동 우려에도 전도연 '특급 홍보'[31st 부국제](종합)
입력 2026. 10.07. 14:39:58

가능한 사랑

[부산=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이창동 감독과 배우 전도연, 설경구, 조인성, 조여정이 유쾌함으로 부산을 물들였다.

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루프씨어터에서는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 넷플릭스 영화 '가능한 사랑'의 오픈토크가 진행됐다. 이날 현장에는 이창동 감독을 비롯돼 배우 전도연, 설경구, 조인성, 조여정이 참석해 관객들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

이날 전도연은 "'가능한 사랑'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와서 관객분들과 직접 만날 수 있어 감사하고 설레고 기쁘다. 저희와 영화의 이야기를 들으러 와주셔서 감사하며, 즐거운 시간 되시길 바란다"고 활짝 웃었다. 이어 설경구는 "작년에 '굿뉴스'로 부산을 찾았을 때 한창 '가능한 사랑'을 찍고 있었다. 이 자리에서 다시 만나 뵙게 돼 반갑다"며 무대 옆 건물에 걸린 '가능한 사랑' 대형 포스터를 가리켰다.

조인성은 "약 3만 명 정도 와주신 것 같다. 집에서 보고 계신 분들도 반갑다"며 "극 중에서는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데, 너무 반가워서 영어가 다 안 나올 지경이다. 다음번엔 꼭 유창한 영어로 인사드리는 배우가 되겠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조여정 역시 "오랜만에 부산영화제에 왔는데 야외무대 토크는 처음이다. 좋은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인사를 건넸다.


이창동 감독은 '버닝' 이후 8년 만에 '가능한 사랑'을 선보였다. 그는 '가능한 사랑'이 탄생한 배경에 대해 "몇년 전에 있었던 한국 어느 대기업의 구조조정 이후의 집단 파업, 거기에 따른 진압 사건이 있었다. 그때 해고된 노동자들이 해고 자체보다도 그 과정에서 국민들이 자기 편이 안됐다는, 노동자의 자기 직장을 지키고자 하는 권리보다는 시장에서 경쟁력, 수익성이 더 중요한 시대로 바뀌어버린 것에 대한 노동자들의 좌절이 컸다"라며 "해고된 사람과 남은 사람을 산 자와 죽은 자로 나눌 정도로 깊이 골이 생겼다. 같이 해고된 사람끼리도 서로가 서로를 미워하는 집단적인 정신적 트라우마가 있었다. 그런 것을 지켜보면서 이것이 이들만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가 살아가는 삶 자체가 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서 영화하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프리 프로덕션까지 갔으나 제작이 엎어지기도 했다고. 이창동 감독은 "내가 이들의 이야기를 할 자격이 있나, 다큐가 아니라 드라마로 만드는 게 어떤 의미가 있나, 이들과 가까이 있나? 이런 질문에 확신을 가지지 못했다. 그래서 결국 영화를 엎게 됐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많은 시간이 지나오면서 노동의 의미가 급속도로 사라져가고, AI 시대가 와서 사람들이 자기 일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시대가 됐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를 시작하지 못했는데 지금 같이 일하는 오정미 작가가 다큐멘터리 감독 이야기를 같이 해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을 했다"라며 "타자의 고통이 아니라 나의 이야기일 수 있겠다. 영화를 그리는 내가 그들을 어떤 윤리로 바라볼 수 있는가 나 자신의 정직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긴 시간이 지났지만 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창동 감독은 '가능한 사랑'이 시선에 대한 영화라고 전했다. 그는 "누군가 카메라를 든다는 것은 본다는 의미다. 본다는 자체가 이미 힘을 가지고 있다"라며 "카메라를 잡고 있는 것 자체가 일종의 권력을 갖게 된다. 이 영화는 시선에 대한 영화. 그 관계는 누가 누구를 보는 관계일 수 있다. 그 관계에서 생기는 힘, 서로를 대하는 태도, 이런 것들을 같이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았고 이 영화는 시선에 관한 영화라는 걸 느끼게 하고 싶었다"라고 했다.


전도연, 설경구, 조인성, 조여정과 함께하게 된 계기에 대해선 "(영화의) 처음부터 아이의 시선이 나온다. 관객이 철이의 시선을 따라가다보면 관객의 시선으로 느껴지길 바랐다"라며 "두 부부가 어떤 부부로 보여지면 좋을까 생각해보면 결국 어떤 배우가 그 인물이 되는 게 좋을까"라고 이야기했다.

이창동 감독은 "전도연과 설경구는 10여 년 전 첫 기획 때부터 이미 정해진 배우들이었다. 엎어졌을 때 실망이 컸을 텐데 끝내 함께하게 됐다"고 깊은 신뢰를 표했다.

다큐 감독 예지 역의 조여정에 대해선 "자의식 강한 인물. 그런 역할에 조여정씨만큼 적합한 배우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열심히 성실히 자의식 강한 분"고 칭찬했다.

상호 역의 조인성에 대해서는 "이 영화에 보이지 않는 삶을 지배하는 존재"라며 "존재감이 그대로 보여지는 배우여야 한다. 잘생기고 키 크고 운동 잘하고 알 수 없는 카리스마를 가진 부드러워 보이지만 부드럽지 않을 것 같은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설경구가 그 역을 맡을 수는 없지 않나"라고 덧붙여 폭소를 안겼다.


배우들의 생생한 촬영 비하인드도 쏟아졌다. 조인성은 "(상호에 대해)너무 많은 생각을 했다. 처음 감독님 만났을 때 외피의 모습은 캐릭터랑 맞을 수 있지만 실제 조인성의 삶은 그렇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는 질문부터 이 캐릭터를 연구하기 시작했다"라며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친구가 집안에서 반대하는 결혼을 시도했다는 것 자체가 그 권력과 맞서 싸우려고 하는 인물이기도 하겠구나 많이 이해하려고 노력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창동) 감독님 영화에 악인이 따로 없는 것 같다. 이분법적으로 인물을 던져주지 않기 때문에 저부터 편견을 버리려고 했다. 그렇게 보시면 상호는 상호대로의 삶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극 중 울고 있는 예지를 위로하는 장면에 대해 "유일하게 감독님의 디렉션에서 자유로웠던 강아지 '블루'가 명연기를 펼쳐 큰 몫을 해줬다"며 공을 돌려 웃음을 자아냈다.

전도연은 "미옥이한테 가장 공감된 건 불안이 자기한테 가능한 사랑, 남편, 가족을 지키기 위한 불안이어서 그런 것들이 처음부터 공감이 됐고 닮아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미옥이라는 인물은 미옥이가 느끼는 감정은 세 분들을 다 보고 느끼면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미옥의 불안, 욕망, 다시 가능한 사랑을 찾게 한 예지, 이들을 같이 연기하는 배우들을 보면서 느끼려고 했던 것 같다"라고 했다.

설경구는 특유의 솔직한 화법으로 입담을 자랑했다. 그는 "저는 그저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울라면 울었다. 예전 '박하사탕' 찍을 때처럼 감독님 말씀만 고분고분 들었다"고 밝혀 관객들을 웃겼다.

이어 가장 아끼는 장면으로 "호석이 삼겹살을 구워 먹으려고 대리석 평상을 만들었지만 파업 탓에 써먹지도 못한다. 결국 아이가 남긴 과자 부스러기에 미옥과 소주를 마시며 달을 바라보는 장면이 참 아리고도 좋았다"고 꼽아 묵직한 여운을 남겼다.


끝으로 이창동 감독은 "가볍고 재밌는 영화는 아닌데 오픈토크 때문에 분들이 오해하실까 걱정된다"라면서도 "저희 재밌는 영화 '가능한 사랑' 많이 봐주시고 뒷이야기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여러분과 함께할 수 있어 감사했다"고 당부했다.

이에 전도연은 "감독님 영화 중 가장 재미있다. 이창동 감독님이 사실 코미디를 참 잘하신다는 얘기가 많다"라며 " 저희 재밌는 영화 '가능한 사랑' 많이 봐주시고 뒷이야기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여러분과 함께할 수 있어 감사했다

조인성은 "어제 저희끼리 술자리를 하면서 출연 여부를 떠나 감독님께서 더 자주 신작을 내주셨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다. 그랬더니 경구 형은 '난 꼭 다시 출연할 것'이라며 욕망을 드러내기도 했다"라며 "관객 여러분도 감독님의 새 영화를 볼 권리가 있으니 힘찬 독촉의 박수를 보내달라"고 재치 있게 현장을 정리했다.

한편, 해고 노동자 부부와 다큐멘터리 감독 부부가 얽히며 서로의 삶과 욕망을 직면하는 영화 '가능한 사랑'은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제51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제64회 뉴욕영화제에 잇따라 공식 초청된 것은 물론, 제99회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국제장편영화부문 한국 대표 출품작으로 선정되며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오는 11월 6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여 개국에 공개된다.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티브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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