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치료제 상용화가 부추긴 '뼈말라' 추앙…연예계→아이들 '골병'[Ce:포커스]
입력 2026. 10.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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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제 주변에 (비만치료제 주사를) 맞는 사람이 정말 많아요. 일주일에 한 번씩 쓰러져도 안 먹고 버텼는데, 살을 빼니 SNS 팔로워가 확 늘더라고요."

인플루언서 권은지가 자신의 다이어트 비법을 전하며 한 말이다. 권은지의 말은 우리 사회에 번진 체중 감량 강박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극심한 다이어트로 이목을 끌 수 있기에 정상체중임에도 다이어트 약물을 찾는 모습 말이다. 뼈가 보일 정도로 마른 몸을 뜻하는 이른바 '뼈말라' 현상이 국내외 대중문화를 장악한 가운데, 비만치료제의 무분별한 확산이 아이들의 정상적인 신체 인식마저 뒤흔들고 있다.

◆ 질병 치료제서 '미용 주사'로…약물 결합해 변질된 다이어트 경쟁

현재 상용화돼 많은 다이어터들의 관심을 끄록 있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치료제는 본래 고도비만 환자나 당뇨병 환자를 위해 개발된 전문의약품이다. 해외는 2021년, 국내는 2024년 본격 도입된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여기에 복용 편의성을 대폭 높인 경구용(알약) 제제까지 상용화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체중 감량 약물의 진입장벽은 한층 더 낮아질 전망이다.

문제는 약물의 문턱이 낮아지면서 치료라는 본래 목적이 퇴색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방송인들이 해당 약물을 사용해 감량 성공 사례가 화제를 모았으며, 소셜미디어와 동영상 플랫폼에는 비만치료제 투약 후기나 감량 인증을 내세운 콘텐츠가 무차별적으로 쏟아지고 있다. 정상 체중인 인플루언서들이 약물을 처방받고 투약하는 영상과 함께 더 저렴하게 비만치료제를 처방받을 수 있는 이른바 '성지' 정보가 온라인 상에서 떠돌며 대중으로 하여금 마른 몸에 대한 욕망을 부추겼다.

의료계에서는 이러한 무분별한 투약에 강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심장혈관흉부외과 전문의 장형우 교수는 유튜브 채널 '닥터딩요'에서 "연예계에 이미 날씬했던 이들이 극도로 마른 상태로 등장하는 이상 현상이 번지고 있다"라며 "정당한 치료 목적의 환자는 축하받아야 마땅하지만, 정상 체중인 사람이 미용을 위해 호르몬 제제를 투약하는 행위는 스스로 건강을 무너뜨리는 위험한 일"이라고 경고했다.

비만치료제에 대한 뜨거운 관심과 함께 다이어트 식품 및 보조제 시장의 광고도 과열되는 양상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8월 4일 유명 비만치료제를 표방하며 허위·과대광고를 일삼은 다이어트 식품 판매 업체 26곳을 적발했다. 이들의 적발 판매 규모만 약 115억 원에 달했다. 적발된 업체들은 연예인이나 약사가 특정 제품을 직접 추천하는 것처럼 꾸민 SNS 숏폼 영상과 인공지능(AI) 생성 이미지를 앞세워 소비자를 기만했다. 알고리즘을 타고 빠르게 확산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마른 몸을 향한 집착이 거대한 상업적 이권과 결합해 통제를 벗어나고 있다.


◆ "정상인데 뚱뚱하다"…여고생 30% 신체 왜곡, 안전망 구축 시급

가장 큰 문제는 미디어가 조장한 왜곡된 미의 기준이 성장기 아동·청소년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질병관리청의 '제21차(2025년)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신체이미지 왜곡 인지율은 남학생 17.6%, 여학생 28.2%로 나타났다. 특히 고등학교 여학생의 경우 2023년 27.1%, 2024년 28.9%, 2025년 30.0%로 3년 연속 증가했다. 고교 여학생 10명 중 3명이 정상 체중인데도 자신을 살찐 상태로 잘못 인식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현상은 해외에서도 동일하게 일어나고 있다. 영국 아동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13~17세 청소년 중 34%가 비처방 감량 알약을 온라인에서 접했고, 8%는 처방되지 않은 약을 구매하거나 복용한 경험이 있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소아과학회(AAP)는 SNS를 통한 반복적인 외모 비교가 청소년의 신체 불만족을 유발하며, 극단적 선택이나 합병증 위험이 높은 섭식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일관되게 지적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여성에게 지나치게 마른 체형을 요구하는 사회 분위기가 건강을 해치는 저체중으로 이어지고 있지 않은지 점검해야 한다"라며 "비만치료제 사용이 확산하는 만큼 정상체중이나 저체중인 사람이 단순 미용 목적으로 약물을 오남용하지 않도록 처방과 안전 사용 관리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알약 형태의 비만치료제까지 출시를 앞두면서 체중 감량 약물의 문턱은 앞으로 더 낮아질 전망이다. 약물의 접근성은 쉬워지는데 마른 몸을 향한 강박을 멈추지 않는다면, 청소년들의 섭식장애와 신체 왜곡은 통제 불가능한 사회적 비용으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 더 마른 몸을 전시하고 소비하는 미디어 생태계의 자정 노력과 허위 광고에 대한 단속, 그리고 오남용을 걸러낼 정교한 처방 안전망이 동시에 작동해야 할 시점이다.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AI로 생성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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